구름먹고 바람똥

새로운 게 아니라는 거지.

The Skeptic 2013. 11. 8. 23:13

대한민국 사람들의 평균보다 조금 나은 가까운 정치의식을 갖고 있는 후배를 만났다. 그렇다고 그의 정치의식이란 게 유별나다는 건 아니다. 인간의 의식이란 게 형성되는 대부분의 과정이 그렇듯이 그저 '관심도'의 차이일 뿐이다. 지속적인 관심을 갖는 경우는 대부분 그 방향이 어느 쪽을 가리키는가와 관계없이 어느 정도의 성취라는 게 있게 마련이다. 물론 그 이후는 '자기 성찰'과 '공부'라는 과정이 병행되어야 하지만 사람들을 보통 그 과정은 생략한다. 안타까운 건 바로 그 지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이지만. 


그가 사회주의가 프롤레타리아 혁명과 프롤레타리아 독재라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냐라는 말을 하더라. 아마도 대부분이 사람들이 그렇게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인식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그 혁명과 독재라는 과정이 '인위적인 개입'을 통해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막스 할배도 그렇지만 그 후예들 역시 이 역사적 과정은 자연스러운 역사 이행의 한 과정이라고 지칭한다. 즉 특정한 정치 세력의 개입에 의해 벌어지는 인위적 변화가 아니라는 것인데 그 이유는 바로 이 과정을 추동하는 것이 바로 '자본주의적 모순의 극대화'라고 적시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자본주의적 모순', 잘 알려진 대로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욱 가난해지는 사회적 현상이 극단화되다보면 그 질서에서 살아남기 힘든 이들이 사회의 변화를 요구하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두번째 이유역시 바로 이 지점에서 드러난다. 특정한 사회적 질서가 특정한 이들에게 너무나 불리한 경우 그 질서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이들이 변화를 요구하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인류 역사에 기록된 수많은 사회적 변화들 역시 대부분 이런 이유에서 비롯되며 또 대부분 비슷한 과정을 거쳐 이루어졌다. 즉 사회주의에서 언급하는 사회적 변화란 것이 그렇게 특별할 게 전혀 없다는 의미다. 민주주의 태동, 시민사회의 등장, 근대의 등장이라고 알려진 프랑스 대혁명 역시 결국 그와 같은 이유와 과정을 거쳐 이루어졌다.


오히려 최근에 사회주의를 연구하고 공부하는 이들의 주된 연구 소재중의 하나가 '왜 자본주의적 모순이 극단적이 되어가는데도 불구하고 변화, 혹은 변화에 대한 요구가 발생하지 않는가?'라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일 것이다. 뭐 사실 그에 대한 답은 이미 나와있긴 하다. '아직 그럭저럭 버틸만 하니까' 문제는 이 정도 단계에서 문제가 지속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다음 단계에서 벌어질 일은 앞서 많은 학자들이 지적하고 이미 수많은 역사적 사례들이 증명한 것처럼 완만한 변화가 아니라 급격한 변화일 것이다. 


난 그런 극단적 변화를 초래할 수도 있는 상황이 도래하는 게 무척 싫다. 극단적 변화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최소한의 인격적 존중같은 것들이 모두 부정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쟁상황에서 인간의 가치가 부정당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난 완만한 변화를 선호한다. 문제는 그런 시도들이 모두 부정당하고 있다는 점, 새로운 질서가 자신들에게 불리한 이들만이 아니라 자신들에게 이로운 이들조차도 그걸 부정한다는 점일 것이다. 그것도 얼토당토않은 이념 몰이, 마녀사냥에 의해서 말이다. 


재미있는 점은 왜 그런 현상이 벌어지는가에 대해서도 이미 명쾌한 해석이 나와있다는 점이다. 지금도 서점만 가면 그 현상을 설명해주는 책들을 접할 수 있다. 


모든 게 다 알려져 있고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들은 의문이라고들 말한다. 그래서 다시 처음 문장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인간의 의식이 대부분 그렇게 형성되는 것처럼 정치의식 역시 '지속적인 관심'에서 비롯하며 '자기 성찰'과 '공부'를 통해 성장하는 거다. 공부라고 해봐야 독서정도지만 말이다. 문제는 그 관심과 성찰과 공부가 당장 돈이 안 된다는 점일 테지만 말이다. 뭐 그렇다고 그런 이유를 대는 사람들중 명 명이나 돈되는 일에 대해서 관심, 성찰, 공부라는 과정을 거쳐 부자가 되었는지는 모를 일이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돈에 대해 보이는 지극한 관심에 비하면 성공율이 형편없다는 건 대충 알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