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츄어리즘

얄팍한 것이 팬심이라고 했다.

The Skeptic 2013. 11. 18. 06:46

FA이동이 화제다. 그리고 그와 관련된 기사와 그 기사에 댓글을 다는 자칭 팬이라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늘 말하지만 기자들도 기사를 대충 쓰고 그 기자들의 허술한 기사만 읽고 마구 댓글다는 자칭 팬들도 많다. 자기 머리로 생각해보거나 사실 확인을 해볼 의도조차 없이 남들이 떠드는 소리에 부화뇌동하여 근거없는 소리를 떠드는 건 일베 애들이나 하는 짓이지 자칭 팬이란 인간들이 할 짓은 아닌 거다. 


1. FA 예우 차원의 연봉 인상? 


특히 기자들이 자꾸 이걸 들먹인다. 그런데 말이다. 실제로 삭감된 금액이 얼마일까? 500만원이다. 해당 기사에 나온 내용이다. 그렇다면 그 액수를 삭감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1천 5백만원 더 받는다. 2명이니까 3천만원이다. 그게 그렇게 탐날만한 액수는 물론 아닐 거다. 그렇다면 결국 예비 FA라는 프리미엄을 위해 연봉을 올려주었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두 선수의 연봉은 어떻게 될까? 기사에 다 나온다. 작년의 부진한 성적 탓에 500만원 삭감당한 연봉이 이종욱 - 1억 9700만원, 손시헌 - 1억 7000만원이다. 두 선수 모두 2억에 가까운 금액이고 프로야구 전체 판을 따져봐도 최상위권 연봉자들이다. 예우? 적어도 선수에 대한 예우라는 면에서 보자면 할만큼 한 거다. 


그렇다면 예비 FA에 대한 예우라는 말을 따져보자. FA는 선수 인생에서 한 번 올까말까한 기회다. 일단 자격요건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9시즌을 선수로 뛰어야 한다. 그것도 부상으로 한 시즌을 통째로 날리는 일같은 건 없어야만 한다. 결국 고졸 선수가 프로구단에 입단해서 바로 선수생활을 시작한다 치더라도 28~29살이나 되어야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여기에 통상적인 과정인 군대 2년을 추가하면 30~31살이다. 거의 슈퍼스타급 선수나 그 정도 나이에 FA 자격을 획득하는 거다. 그만큼 힘든 기회고 그런 기회를 맞이할 수 있는 선수에게 고작 1년 연봉 확 올려주고 FA기회를 활용할 수 없을 지도 모를 상황으로 몰아가는 것이 정상일까? 그건 편법이다. 구단이 그런 편법이나 부리는 걸 선수나 팬들이 좋아해줘야 하나? 난 싫다. 


2. 군미필 문제?


이종욱이 떠난 자리는 누가 메워야 할까? 일반 야구 팬이라면 당연히 정수빈을 떠올릴 거다. 그런데 군 미필이다. 올 시즌 눈에 띄는 활약을 한 이원석과 오재원, 군미필이다.(조금 더 엄일하게 말하자면 이원석은 올 시즌이 주전으로 뛴 첫 해라고 봐야 한다. 이전에 김동주가 있었고 작년 시즌 김동주가 주춤하자 윤석민이 중용되었는데 올 시즌은 부상으로 거의 쉬었다. 즉 이원석을 붙박이 주전이라고 부르는 건 조금 이르다고 본다) 이들이 당장 모두 군대에 간다면 전력 약화는 확실해 보인다. 그걸 트집잡는 이들도 많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올 시즌 베어스의 내야를 지킨 선수들 중 군 미필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오재원, 이원석, 최준석 끝. 시즌 말미에 잠시 모습을 보였던 김동한까지 포함시켜도 4명이다. 이들 중 2명이 군대를 가고 한 명이 FA로 타팀으로 가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다면 내야를 책임질 선수들은 이렇다. 김재호, 허경민, 최주환, 윤석민, 오재일. 모두 군필자들이다. 외야의 상황은 어떨까? 일단 군면제인 김현수는 좌익수 붙박이로 나올 것이다. 나머지 두 자리를 책임질 선수들중 군미필자는 누구일까? 정수빈. 끝. 민병헌, 박건우, 임재철, 김재환이 모두 군필자들이다. 심지어 아주 잠깐씩 1군에 모습을 드러낸 선수들, 즉 다음 시즌엔 백업으로 자주 기용될 가능성이 높은 선수들 역시 대부분 군필자다. 


다른 팀 팬이거나 프로야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런 소리를 해도 이해해줄 수 있다. 그런데 자칭 베어스 팬, 그리고 자칭 스포츠 기자가 사실확인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이런 글을 쓰는 건 웃기는 일이다. 


3. 보상선수와 불펜 문제. 


여전히 이 문제를 말하면 늘상 홍성흔과-김승회가 등장한다. FA보상선수로 자이언츠로 넘어간 김승회가 아깝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촛점을 잠깐 달리해보자. 베어스의 FA선수를 하직 최준석 한 명이 남아 있다. 그가 만약 다이노스가 아닌 다른 팀으로 이적한다면 베어스에겐 보상선수를 지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그렇다면 어떤 선수를 지명해야 할까? 당연히 투수다. 유망주 투수면 더 좋고 좌완 투수라면 더더욱 좋다. 그렇다면 보상선수를 내주어야 하는 팀에선 어떤 선수들을 보호선수로 묶어야 할까? 당연히 투수다. 


같은 논리가 홍성흔-김승회 사이에도 존재한다. 당시 자이언츠는 홍성흔외에도 김주찬이란 선수를 FA로 내주었다. 그 선수들을 영입한 베어스와 타이거즈는 내야 자원이 부족한 자이언츠의 사정을 파악하고 주로 내야자원 위주로 보호선수 명단을 제출했다. 당연히 주요 선수로 분류받지 못한 투수들은 보호선수 명단에 들지 못할 수 밖에 없다. 김승회가 보호받지 못한 이유는 그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베어스에게 안 좋은 상황이 벌어졌지만 당시의 판단은 상식적인 수준에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결정이었다. 


다음 박정배와 김성배. 김성배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자이언츠로 자리를 옮겼고 승승장구했고 박정배는 방출이후에 와이번스로 옮겨가서 불펜 투수로 나름의 역할을 해냈다. 그걸 비판하는 이들도 많다. 문제는 그 판단 역시 잘못은 아니란 거다. 김성배는 꽤 오랜 기간동안 베어스에서 기회를 부여받았다. 불행히도 그 기간동안 기량을 만개하지 못 했을 뿐이다. 이후 변진수, 오현택같은 같은 유형의 신인 투수들이 나타났다. 당연히 구단의 입장에선 기량발전이 정체되어 있는 중고참 선수들보다는 이들을 우선적으로 보호할 수 밖에 없다. 김성배가 2차 드래프트에서 보호선수에 묶이지 못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박정배의 경우도 비슷하다. 


더 웃기는 건 자칭 베어스 팬이라는 이들이 불펜과 투수력 강화를 위해 노력한 것보다는 실수를 더 물고 늘어진다는 점이다. 이른바 현금 트레이드란 파동을 겪으면서 히어로즈에서 좌완 투수 이현승을 데려왔다. 좌완 투수가 필요해서 남들은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최장신 좌완 투수, 장민익를 1라운드 픽으로 뽑았다. 심지어 꽤 쓸만한 포수를 내주며 원포인트 릴리프용 좌완 투수를 영입하기까지 했다. 모든 게 투수력 강화를 위해 사실상 손해를 감수하며 추진했던 대책들이다. 


모든 게 예상대로 굴러간다면 세상 살기 참 편할 거다. 그러나 세상 일은 결코 그렇게 굴러가지 않는 법이다. 그래서 더 주의깊고 조심스럽게 성공할 확률을 높여가야 하는 법이다. 난 그런 시도를 하는 이들을 단순히 결과만 보고 비난하는 모질이같은 짓을 할 생각이 없다. 되려 욕을 먹어야 하는 건 정작 아무 것도 모르면서 마치 자신은 결코 실수를 하지 않는 존재라도 되는 양 깝치는 모질이들인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