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먹고 바람똥

기초선거 정당 공천 폐지.

The Skeptic 2013. 12. 3. 16:13

이런 주장이 담고 있는 메지시는 단순하게 두 가지정도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지방자치 단체란 정치적 성향을 떠나 지역의 일을 하는 곳이니 굳이 정당의 공천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 그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당 공천제 자체가 아무래도 잘 알려진 기존 정당에게 유리하다'는 점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 두 개의 주장이 정당공천 폐지의 근거가 될 수 있을까? 


난 아니라고 본다. 지방자치단체의 성격에 대한 정의는 조금만 들여다봐도 뜬 구름잡는 소리라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행하는 행정적인 업무는 정치와 무관한가? 그렇지 않다. 민약 그런 논리라면 중앙행정부처들의 행위 역시 마찬가지라고 봐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특히 경제분야에 대한 개입의 경우는 특히나 정치적인 논리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단순히 정당공천을 폐지한다고 해서 정치적인 입김이 사라질 것이란 식의 생각은 불가능한 망상이다. 


분리자체가 불가능한데 그걸 마치 가능한 일인양 치부하는 건 그 자체로 오류기도 하지만 실제 행위에서 실수나 오류가 발생하더라도 왜 그런 일이 발생하는가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도록 만든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이런 경우 문제의 책임은 그런 행위를 하도록 만든 인식적 배경이나 구조가 아니라 단순히 한 개인의 문제로 치부될 가능성마저 있다. 난 그런 거 싫다. 


두번째의 경우 '기존 정당에 유리하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어떤 제도를 적용한다고 해도 기존의 기득권 세력에게 유리하다. 단지 그 문제가 '진입 장벽'으로 기능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사실 선거란 제도 자체가 이미 진입장벽을 최대한 낮춘 제도란 점은 자명하다. 그 안에서도 기존 정당이 더 유리하다는 것과는 별개로 말이다. 


만약 정당공천 폐지만으로도 그런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면 사실 정당공천을 유지하더라도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어야 한다. 이건 정당공천만 폐지하면 유권자들이 정치적 지향점은 무시한 채 오로지 지역일꾼으로 합당한 사람을 고를 것이라 가정하는 것이기 때문인데 이미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정당공천이란 게 별다른 영향력을 미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즉 정당공천이 특정 후보자에게 유리하다거나 불리하게 작용할 요소가 아닌 것이다. 


물론 기초선거의 정당공천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당장 그런 효과가 날 것이라고 주장하는 건 아닐 게다.(아마도...) 점진적으로 별 의미없는 정치적 지향보다 현실적인 가치를 더 중시하게 될 것을 기대하는 것일 게다. 그런데 이런 경우에도 문제가 따르는 것이 앞서 언급한 것처럼 모든 집단적 행위에는 정치적 이유가 있게 마련인데 이건 단지 제도의 적절성 여부보다도 더 근본적인 문제다. 즉 잘못된 정치적 지향을 갖고 만들어진 제도는 그것이 아무리 다양하더라도 결국 근본적인 오류를 넘어설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잘못 이해한 것이 아니라면 이 주장은 기초선거에서 정치색을 탈각시키자는 결론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는데 애시당초 그건 불가능한 주장이고 만약 그런 것이 아니라면 과연 무슨 이득이 있다는 것인지 나로선 이해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