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민영화에 대한 글을 쓰려고 했으나
더 좋은 글이 있는 관계로 그냥 편하게 인용.
<진료수가가 과연 저수가인가에 대해 논쟁이 좀 있는데, 시간이 없어서 간단하게 말씀드리죠. 원래 진료수가 그 자체가 저수가는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민간이 병원투자를 다 책임진다는 게 문제죠. 그래서 막대한 초기투자비나 은행이자, 리스료, 임대료 등을 감안하면 저수가 맞습니다. 민간이 그걸 다 감당하면서 비급여나 과잉의료 및 장례식장 등 부대사업 없이는 절대로 병원 유지 안 됩니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
그러니 수가를 올려야 한다는 거냐고 반문하실 분들이 있을텐데, 제발 4대강이나 도로 따위 토건예산이나 각종 R&D 예산(R&D라고 폼나게 써놓으니 뭔가 좋은 예산인 줄 착각하시는 분이 있는데 이거 그냥 대기업에 대한 특혜입니다)이나 대기업에 대한 특혜를 유지하기 위한 각종 전기료, 철도운임 지원 등등으로 인한 적자보전용 예산 등등 기업에 퍼주는 예산을 확 줄이고 그걸로 공공병원 좀 만드세요. 투자를 공공에서 책임지면 투자에 따른 각종 이자나 리스료 등이 안 드니까 현재 수가구조로도 얼마든지 병원 운영 가능해요.
의사들의 불만의 핵심은 (물론 다른 것도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투자는 민간이 다 책임지면서 왜 수가는 공공에서 묶어놓느냐는 겁니다. 그러니 수가를 통제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그럴 거면 투자도 공공이 하라는 겁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선 정부 재정에서 건보에 지원하는 돈이 거의 없어요 (즉 건보료로만 건보재정을 감당하고 있다는 것). 그런데 건보 시스템을 갖고 있으면서 이런 나라 거의 없습니다. 건보재정의 상당수를 정부에서 지원하든지, 아니면 병원 시설은 공공에서 직접 투자하고 운영비만 건보재정에서 감당합니다. 건보료로만 건보재정을 감당하는 우리나라는 순수히 재정적으로만 보면 성공사례에요. 문제는 그 속에서 환자도, 의사도 모두 불만이고 비급여에 대처하기 위한 의료실비보험 즉 대기업만 배를 채우고 있다는 거죠.
PS. 의료실비보험 이거 웃기는 겁니다. 내용을 알고나면 황당할 겁니다. 원래 실비보험처럼 개별가입인 경우 65세 이전까진 월 1~2만원 정도면 충분하고도 남습니다. 건보료가 비싼 이유는 건보는 부양가족까지 책임지고 노인들도 다 책임지기 때문입니다 (의료비 지출의 대부분은 노인의료비입니다). 그런데 실비보험은 부양가족 따윈 없고 개별가입이기 때문에 노인이 되기 이전까진 월 1~2만원 이상 절대 낼 필요 없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다들 10만원 가량 내죠? 그거 자세히 보면 실손의료비 말고 온갖 잡다한 특약들이 붙어서 그런 겁니다. 결국 10만원의 대부분은 보험회사와 모집인의 이익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물론 실비보험 역이용하는 영악한 반나이롱 환자도 제법 있지만 ㅡ.ㅡ). 그러면서 나중에 진짜 병원비가 많이 드는 노인이 되면 실비보험료가 매우 비싸지든지 아니면 아예 가입거절되지요 (건보는 가입거절이 없는 반면, 의료실비보험은 병력에 따라 가입거절됩니다).
저도 혹시 몰라서 의료실비보험 들고 있지만, 솔직히 아까워 죽겠습니다. 의료실비보험 내는 돈의 몇분의 일만 건보료로 내면 의료실비보험 전혀 필요없어요. 그런데 이걸 못합니다. 왜? 삼성 등 보험회사 때문입니다. 하여튼 한국은 대기업의 천국이라는.>
결론은 공공의료를 실현하면 문제가 아주 간단해진다는 것. 나도 찬성. 물론 재벌과 정치적 광신도들과 의료 행위를 둘러싼 각종 커넥션들의 조직적 반발이 엄청날 테지만 그래도 찬성. 의사들도 단지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 의사한다는 사람들이 아니라 제대로 된 의료를 하고 싶다는 사람들은 반대할 일이 없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