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발전'이라는 것.
내가 남한의 자칭 자본주의자들을 그다지 신뢰하지 못 하는 이유는 그들이 실질적으로 가능하지도 않은 기록에 의존하려고 든다는 점이다. 물론 그런 기초적인 작업자체가 아예 필요치 않다고 부정하려는 건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 스스로가 너무나 잘 알고 있을 이런 기록이나 통계들의 함정에 대해서 '모른 체 한다'는 점이다.
이런 점은 지극히 당연하게도 '정치적으로 경도된 이들', 즉 자신의 정치적 신념에 학문적 사실조차 꿰어 맞추려고 드는 이들에게서 도드라지게 마련이다. 그리고 오늘 그런 예를 새누리당 이혜훈이 또 한 번 잘 보여주었다. 물론 보도된 내용만 놓고 보면 그의 소위 '발전'이란 것이 무엇을 위미하는지 잘 알 수 없다. 특히 '일자리' 문제를 거론하는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다. 구체적인 방안이 적시되지 않은 이런 류의 정치적 선언은 판단하기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도 미루어 짐작을 해볼 수 있을 만한 예시들은 있다. 이런 류의 수사는 그간 수없이 벌어진 선거판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 들어선 이런 류의 공약이 등장하지 않는 사례는 본 적이 없다. 물론 그 사례들을 이번 경우에 단순하게 대입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는 반론도 가능하다.
그러나 인터뷰 말미에서도 밝혔듯이 그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할 생각이 있음을 밝혔다. 그런 생각을 가진 이가 매스컴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비장의 카드를 숨길 이유는 별로 없다. 시간적인 한계가 있다 하더라도 최소한 이슈 메이킹이란 측면에서라도 언질을 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런 것을 제시하지 않았다. 약간 무리일 순 있겠지만 과거에 벌어진 유사한 선거공약들과 크게 다른 것이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하는 것이 더 이상하지 않을까?
사실 아직 벌어지지도 않은 일에 대한 추론을 쓰느라고 글의 서문이 길어지고 있지만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단순하다. 이혜훈이 말하는 발전이 어떤 것인가 하는 측면이다. 그리고 과거 선거판의 공약들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점을 보자면 결국 그 내용은 '토건 개발'이 될 것이며 실현 방안은 '공공기관이 시장에 개입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누차 강조하지만 난 이런 방식의 이른바 '발전'을 그 자체로 부인하지는 않는다. 어디까지나 방법이란 차원에서 말이다. 문제는 그런 방식이 여전히 유효한 상황인가 하는 점이다. 이미 죄박이의 4대강 사업을 통해 드러났고 그의 서울시장 시절과 뒤를 이은 초딩의 서울시장 시절을 통해 드러났듯이 그런 개발방식을 '발전'이라고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게다가 그런 방식의 개발을 위해 공공기관이 시장에 개입하는 방식 역시 효과가 있다기 보다는 오히려 몇몇 기업들의 호주머니만 채우는 것으로 결론이 난 바가 있다. 심지어 이들 기업들은 불법적인 행위를 통해 부당이득까지 챙겼다.
게다가 가장 결정적으로 이미 지방자치단체들은 그런 식으로 빚을 끌어다 사업을 할 수 있는 재정상태가 아니다. 그럼에도 하겠다면 방법은 하나다. 파산의 위험을 감수하던지 아니면 세수를 올려야 한다. 그런데 세수와 관련된 부분은 지방자치단체의 자율로 가능한 게 아니다 중앙정부와의 공조가 필요하다. 그런데 중앙정부는 그런 방안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과연 가능할까?
어쩌다 보니 별 내용이나 전망도 없이 현 박원순 서울시장을 깎아 내리는 정치적 언동에 대해서 글을 쓰게 되었는데 역시 계기가 된 발언 자체가 워낙 내용이 없다보니 그저 일반적인 이야기로 흘러가 버렸다. 쓰고 나니 조금 허무한 반면 아직도 저런 생각을 가진 이가 서울시장에 출마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걸 생각하니 솔직히 아주 기분이 찝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