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잡설 140404
아직 모든 구단 경기를 다 본 게 아니라서 뭐라고 할 건 별로 없는데 와중에도 눈에 띄는 몇 가지.
1. 외국인 타자들중 사실 가장 눈에 띄는 건 타이거즈의 브렛 필이다. 군더더기없고 간결한 타격폼이지만 기본은 확실하게 지키는 폼이기도 하다. 당연히 쉽게 무너질 타격폼도 아니다. 시즌 내내 큰 슬럼프없이 어떤 식으로든 제 몫을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베어스의 호르헤 칸투 역시 같은 의미에서 눈에 띄는 편이다.
2. 김태균의 타격 슬럼프가 꽤 길어질 듯 하다. 원래 김태균의 타격폼의 가장 큰 강점이라면 준비동작부터 흔들림없이 견고한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그런 견고한 자세에서도 투수의 투구 타이밍을 제대로 맞춰내는 타자가 김태균인데 어제 열린 경기를 보니 준비동작에서 움직임이 확실히 많이 늘었더라. 워낙 타격감이 안 좋고 타이밍이 안 맞으니까 준비동작에서 움직임을 가미해서라도 타격의 리듬감과 타이밍을 맞춰 보려고 노력하는 듯 하다. 다른 선수들이라면 모르겠는데 제 아무리 슬럼프라도 단 한 번도 그런 모습을 본 기억이 없다. 타격 슬럼프가 심각하거나 아니면 올 시즌을 맞이하는 김태균의 자세가 그만큼 절박한 것일 수도 있다.
여담이지만 아직 몇 경기밖에 안 지났지만 현재 이글스의 타선에다 김태균까지 살아난다면 정말로 다이너마이트 타선이 되살아날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여전히 수비에서의 세기나 투수력에선 의문부호가 남지만 적어도 작년처럼 무기력한 시즌은 되지 않을 듯.
3. 라이온즈의 유격수인 김상수. 안 좋은 의미의 겉멋이 든 듯 싶다. 단순히 경기에 집중을 못 한다는 의미만이 아니다. 최근 벌어진 몇 경기에서 볼 수 있었던 김상수의 타격폼도 문제다. 일본 요미우리 시절의 이승엽을 보는 듯한 자세를 취하던데 불행히도 그런 타격폼은 배트를 휘두르는데 일가견이 있는 선수들에게나 어울리는 폼이다.
그런 타격자세는 준비동작을 이중으로 해야 한다. 곧추세웠던 배트를 다시 등뒤로 내리는 것이 한 번, 그 등뒤의 배트를 실제 타격을 위해 출발시키는 것이 또 한번. 문제는 이 두 동작이 실제 타격이 아니라 준비동작이라는 것, 즉 어지간한 배트 스피드를 갖곤 제대로 된 스윙을 하기조차 힘들다. 그런데 김상수가 그런 파워넘치는 유형의 타자던가? 난 아니라고 기억하는데.
오히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올 시즌 라이온즈에서 가장 비약적인 활약을 할 선수로 보이는 건 정형식이다. 간결한 스윙을 위해 배트를 준비동작에서부터 낮춰 잡고 있다. 즉 별다른 준비동작없이 간결하게 스윙을 할 수 있는 자세다. 때문에 공을 좀 더 오래 볼 수 잇으며 당연히 컨택에도 유리하다.
간혹 이런 유형의 준비동작이 타격시 힘을 싣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보다 훨씬 더 간결한 준비동작을 갖고도 엄청난 타격을 보여준 타자들도 있다. 배리본즈가 그런 타자였다. 그가 이룩한 모든 기록이나 업적들이 약물의 힘을 빈 것이란 점에서 난 그 모든 기록과 업적을 인정하지 못 하고 인정해서도 안 된다고 보는 사람이지만 그의 간결하지만 파워넘치는 타격폼만은 여전히 가치가 있다고 본다.
4. 이적 선수들의 친정 팀 상대. 김선우와 윤석민이 나란히 베어스란 친정팀을 상대해서 화제가 되었다. 재미있는 이야기거리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일부 언론들처럼 '비수를 꽂네 마네'하는 표현은 사실과 다르다고 본다. 어차피 같은 팀이어서 서로를 잘 안다는 건 서로에게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니까. 이야기거리로는 재미있지만 결국 그보다 앞서는 건 그냥 팀의 전력과 밸런스인 거다.
그래도 나름 재미있었던 장면은 다이노스 대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작년 시즌만 해도 한 팀이었던 타이거즈의 김상현이 다이노스의 손시헌을 상대하던 장면이었다. 김상현이 타석에 들어선 손시헌을 보며 씨익 웃던 그 장면말이다.
5. 조금 이른 예상이지만 올 시즌의 성적을 좌우할 가장 중요한 변수중 하나가 눈에 띄는데 바로 포수다. 타이거즈나 트윈스, 라이온즈가 빨리 포수 포지션을 제대로 잡지 못 하면 올 시즌 의외로 부진한 성적을 거둘수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