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참 안 변해.
우여곡절끝에 그나마 가장 좋은 시나리오로 시민 구단으로 재창단한 성남 축구단이 이번에 감독 문제로 구설수다. 이미 상황은 폭력을 행사한 박종환의 자진 사퇴로 가닥이 잡힌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찜찜한 구석이 남아 있는 건 애시당초 왜 그 사람을 감독으로 기용했는가 하는 점이다.
성남이 해체 수순에서 시민구단으로 전환되는 시점까지는 별 문제가 없었다. 원 소유주였던 일화에서 거의 조건없이 구단을 성남시에 위임하는 형식을 갖추면서 사실 가장 껄끄러울 수 있는 문제가 해결되었고 성남 시민들, 특히 성남시에 적을 두고 있는 각종 축구 동호인들이 운영에 힘을 보태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성남시의 부담도 줄어 들었다.
물론 그런 와중에도 성남시의 예산 문제로 산하의 각종 체육부를 해체한 상황에서 무슨 프로 축구단이냐는 의견을 피력한 이들도 있다. 사실 그 정도의 문제제기는 당연한 거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인기 스포츠와 비인기 스포츠라는 차이를 무시할 순 없다. 즉 인기 스포츠의 경우는 그나마 수입이라는 것이 있다. 게다가 프로축구단이니 어느 정도의 수입을 예상할 수 있지만 비인기 스포츠의 경우는 수입이 전혀 없이 지출만 있을 뿐이다. 물론 프로축구단과 비인기 스포츠단의 유지비용이란 측면까지 고려하면 조금 계산이 복잡해지겠지만 어쨌든 그런 특성이 있다는 말이다.
그래도 여전히 그런 지적은 상당한 일리가 있다. 그런데 이걸 빌미로 어처구니없는 헛소리를 하는 인간들이 있다. 그 모든 게 다 현 이재명 시장 탓이라는 거다. 그러니까 과거에 IMF가 김대중 탓이라는 헛소리를 늘어놓았던, 게다가 지금도 그런 거짓말을 늘어놓는 이들과 동일한 부류들이다. 알다시피 IMF는 김영삼이가 싸놓은 똥이다. 그 덕에 남한 경제의 신자유주의화가 가속화되었고 말이다.
이 경우도 마찬가지다. 각종 산하 스포츠단의 해체를 부른 성남시의 재정악화는 전임 시장인 새누리당 이대엽이가 싸놓은 똥이다. 이재명 시장은 그걸 치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거고. 이런 사정은 인천도 마찬가지다. 전임 시장인 새누리당 안상수가 싸놓은 똥을 치우느라 송영길 현 시장이 죽을 노릇인 거다. 욕을 하려거든 상황을 정확히 알고 해야 된다는 거다. 요즘은 관심받고 싶어서 마구 욕하면 잡혀가니까 말이다. 하긴 그런 헛소리도 '나이가 어리니 저질러도 괜찮다'고 말하는 반편도 있더라만.
아무튼 그렇다. 이야기가 조금 샜다. 어쨌거나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성남 프로축구단은 시민구단으로 존속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박종환이 감독으로 선임되었다는 소식이 들리더라.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처음 든 생각은 '왜 하필 그 인간?'이란 것이었다.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알겠지만 이전에도 선수 폭행 시비로 얼룩진 인물이다. 공개된 부분은 선수 폭행이지만 뒤쪽으로 들리는 이야기는 그보다 더한 것들도 많다. 사실상 감독직을 내세워 온갖 갑질을 다 해온 인물이란 의미다. 그런데 왜 하필 그런 인물을?
시간이 꽤 지났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정도 시간이 흐르면 사람도 변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중요한 건 '믿는다'는 거다. '믿음'은 사실이나 증거, 증명과 다르다. 증명, 증거없는 믿음은 그야말로 기독교에서 말하는 무조건적인 믿음인데 알다시피 이건 현실에선 전혀 적용할 수가 없다. 물론 내가 모르는 증명, 증거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역시 결과적으로 증명된 건 '사람 참 안 변한다'는 거다.
우리는 과거에 어두운 인생을 살다가 개과천선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꽤 많이 안다. 물론 그들중엔 속내는 전혀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다. 폭력조직의 두목이었던 조양은이가 그랬고 고문기술자로 악명높았던 이근안이는 심지어 목사까지 되었단다. 하지만 여전히 그는 인간을 고문한 행위가 애국심에서 비롯된 행위라는 소리를 지껄이고 다닌다.
이런 사례들을 제외하고 나면 실상 개과천선한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인간은 변하는 존재라기 보다는 전혀 안 변하는 존재일 가능성이 더 높다는 말이다. 20년 쯤 전에 서해 페리호가 힘몰했고 사람들이 많이 죽었었다. 그리고 2014년 세우러호가 침몰했고 많은 이들이 죽거나 실종되었다. 그런데 그 두 사건은 매우 비슷하다. 큰 사고가 벌어지고 세상이 시끄러웠고 20년이 흘렀지만 결국 변한 건 아무 것도 없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