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츄어리즘

두산 송일수 감독 "7점 차 뒤집힌 건 감독 책임"

The Skeptic 2014. 5. 25. 03:34

지도자나 대표라는 직책은 참 어렵다. 왜 그런가 하면 자신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문제까지도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기 때문이다. 


5월 24일, 베어스 대 이글스의 경기 7:0으로 앞서가던 경기가 7외에 뒤집혔다. 결국 베어스는 마지막까지도 역전시키지 못 하고 패했다. 그 결과에 대핸 송일수 감독은 '자신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물론 투수교체같은 부분은 전적으로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텝의 판단이란 점에서 보자면 틀린 말은 아니다. 게다가 이미 7점이나 앞선 경기를 놓쳤다는 점에서 보자면 그 책임은 더더욱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기록적인 역전 경기의 기록을 들여다 보면 오히려 다른 생각을 갖게 만든다. (경기 초반 워낙 점수차가 많이 나고 선발인 니퍼트가 여전히 호투하는 상황이라 다른 경기를 보느라고 경기 전체를 보지 못 했기 때문에 기록에 의존한다) 일반적으로 7점을 리드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그 누구라도 역전패를 떠올리지 못할 거다. 때문에 오히려 조금 더 느슨하게 경기를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긴 하다. 그런데 니퍼트의 뒤를 이을 투수에 대한 송일수 감독의 선택은 윤명준과 이현승이었다. 


윤명준과 이현승은 최근 베어스의 상승세에 사실상 안정감을 더한 중요한 불펜투수들이다. 10번 타석에 나와서 안타 세 번을 치면 수준급 타자로 인정받는 것이 야구란 경기다. 뒤집어 말하면 그만큼 믿기 힘든 것이 타격이란 의미기도 하다. 비록 최근 베어스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타력이란 것을 부정할 순 없지만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즌 초반 완연히 불안한 모습을 보이던 불펜진이 나름 안정을 이루면서부터다. 


7점이란 큰 점수차로 리드를 지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송일수 감독은 바로 이들, 불펜진의 핵심 선수들을 투입하며 승리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물론 결과는 그렇게 나타나지 않았지만 말이다. 결과론을 배제하고 나면 송일수 감독의 선택은 주어진 상황에 비추어 봐도 다소 심하다 느낄 정도로 최강의 선택이었던 셈이고 따라서 송일수 감독이 경기 결과가 감독 책임임을 언급하지 않아도 될만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일수 감독은 정반대의 의견을 내놓았다. 


왜 그랬을까? '계투진이 경기를 하다보면 그런 날도 있다. 잘 정비해서 더 좋은 경기를 하겠다' 경기에 패한 대부분의 감독들이 하는 흔한 발언이다. 그런데 여기에 가장 큰 의미가 숨어있다. 필승 계투조를 내고도 기록적인 역전패를 당했다. 그 빌미를 제공한 불펜 투수들의 마음이 오죽하겠는가. 누군가는 그런 이들을 달래줘야 한다. 물론 팀 스포츠의 특성상 팀의 모든 구성원들이 그런 행동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감독이 공개적으로 자기 책임이라고 말하는 것은 분명히 느낌이 다를 수 밖에 없다. 


리더이자 대표라 불리는 이들이 왜 누가 봐도 '과도한 책임감'을 갖고 있어야만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이유다. 비록 기록적인 패배를 당했지만 그 빌미를 제공한 선수들은 시즌 내내 필요한 선수들이다. 한두 경기의 실패때문에 슬럼프에 빠지거나 하면 팀으로선 더더욱 힘들 수 밖에 없다. 때문에 누군가는 그것이 '흔히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실제로도 그렇고)을 언급해야 하고 나아가 그 책임을 나누어 져야 한다. 그것이 리더이자 대표라 불리는 이들이 갖추어야 할 덕목인 것이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선수가 어떤 태도를 취했는가에 따라 다르다는 의미다. 어떻게든 열심히 해보려 했지만 실패한 것과 그런 자세를 갖지 못한 탓에 벌어진 실패는 분명히 원인 자체가 틀리다. 당연히 대응도 달라져야 한다. 오프시즌에 거물급 FA선수를 두 명이나 영입하고 내부 FA단속에도 성공했지만 여전히 불안한 전력으로 하위권에 처진 이글스의 김응용 감독이 선수들에게 문책성 2군행을 자주 명령하는 것이나 사소한 판정시비에도 퇴장을 불사할 정도로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것이 정확히 송일수 감독과 반대되는 원인에 대한 대응인 것이다. 책임을 대하는 태도는 매우 상반되어 보이지만 두 반응 모두 적절한 이유다. 


고작 공놀이에 불과한 야구판에서도 이런 원칙은 적용된다. 그런데 공놀이보다 더 중요하고 무거운 책임이 요구되는 국가의 운영을 대표하는 이나 집단이 그런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이런 건 사실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을 정도로 명확한 이유가 있다. 송일수 감독이나 김응용 감독의 태도가 지향하는 방향은 결국 팀이 잘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국가를 운영을 대표하는 이나 집단이 그런 태도를 보이지 않는 건 국가가 잘 되는 것에 큰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근본 원인은 그들이 생각하는 국가와 국민은 우리가 흔히 말고 있는 국가나 국민과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실질적인 사례가 바로 최근 정몽준과 그 패밀리들, 일부 개신교 목사들이 스스럼없이 보여주고 있는 특권의식이다. 강조하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국가와 국민은 당신들이 생각하는 국가나 국민과 전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