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먹고 바람똥

박유하 논란. 나가며.

The Skeptic 2014. 6. 19. 03:58

기본적으로 이건 학제적인 이야기다. 그러니까 논란 자체가 학술적 차원에서 벌어진 일이란 점이다. 이미 많은 학자들이 공개적으로 이 논란에 참여한 바도 있다. 이게 뒤늦게 논란이 된 건 이미 언급한 것처럼 문창극의 총리 후보자 지명과 종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법적 책임을 묻겠노라고 하면서 논란아닌 논란이 되어버린 사안이다. 


많은 이들이 이미 지적한 것처럼 난 이것이 법적인 차원으로 넘어가는 걸 별로 바라는 사람이 아니다. 사실 그런 전개의 결과는 사실상 예측이 가능하다. 책의 일부분만 직접 보았지만 그것만으로 법적 책임을 묻기란 쉽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법적인 책임을 묻겠다고 판단한 이들은 그렇게 보지 않았을 테지만 일단 난 그렇다. 물론 이런 류의 법적 판단이란 게 다분히 해당 사안을 다루는 법관의 판단이 많이 개입한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무엇보다 그런 전개가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적어도 난 박유하 교수의 지적 중 종군위안부 문제를 바라보는 남한의 일반적인 인식이 지나치게 국가주의적, 민족주의적 감정 과잉상태라는 점에 동의하는 편이다. 물론 이미 기술한 것처럼 그것을 단순한 과잉 상태, 부적절한 수준의 과잉 상태라고 판단하진 않는다. 왜냐면 그 감정과잉 상태의 가장 큰 책임은 제국주의 일본의 역사 청산에 대해서 거부하고 있는 일본 정권 탓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 부분을 지나치게 가볍게 다루는 태도는 많은 이들의 지적처럼 '용서를 강요하는 또 하나의 폭력'이 될 공산이 크다는 지적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반면 학술적 언급에 대해서 그런 정치적 판단을 내리는 것이 온당한가란 지적도 있지만 사실 그 역시도 나는 불가항력이라고 보는 편이다. 학술적 논의가 정치적 논란이 되는 것은 남한만의 특별한 현상도 아니다. 이는 특정한 국가나 민족이 특별한 역사적 경험을 통해 일종의 집단적 트라우마로 안고 있는 사안이라면 그것이 학술적 논의라고 해도 얼마든지 정치적인 논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런 논제를 다룰 땐 비록 학자라고 하더라도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부분에서 박유하 교수는 매우 서툴렀거나 혹은 부주의했거나 그도 아니라면 의도적으로 논쟁을 촉발했거나 셋중의 하나라고 본다. 


그 외에도 이번 논란에 대해서 박유하 교수 개인에 대한 인상비평들도 꽤 있다. 인상비평의 특성상 검증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기도 하고 자의적 판단의 가능성 역시 높기 때문에 굳이 인용하고 싶진 않지만 이미 그런 주장들을 훓어본 바에 의하자면 그것들중 상당수는 꽤 설득력이 높다고 본다. 물론 인상비평이란 건 어지간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응해도 손해고 대응을 안 해도 손해인 경우가 많으며 실질적인 검증도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아마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보진 않는다만 만약 대응에 나선다면 이 문제는 오히려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충분하다. 


아무튼 이번 논란에 대한 지금까지의 내 생각을 요역하라면 개인적으로 박유하 교수의 주장들, 종군위안부나 독도문제에 대한 견해들에 대해 난 거의 동의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나름 이 논란에 관심을 갖는 건 이 논란에 직간적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이들의 주장이나 견해들이 꽤 의미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