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ografia

Too fast to live, too young to die

The Skeptic 2014. 8. 31. 04:42

1.

이기팝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던 중이었는데 뜬 금없이 섹스피스톨즈로 연결되더니만 어떤 중2병스러운 녀석이 이 문구를 자못 비장하게 사용한 걸 봤다. 


이 문구는 일단 시드 비셔스라는 상종못할 인간과 연결된다. 섹스 피스톨즈의 베이시스트라고 알려져 있지만 대충 사정을 아는 이들은 실제로 그가 베이스를 거의 연주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알 거다. 그는 드러머 출신이다. 그렇다고 드럼을 잘 쳤다는 기록도 없다. 음악보다는 일종의 퍼포먼스를 통해 알려진 인물인데 어쩌다 보니 그게 펑크 정신과 연결된다는 과대망상증 환자들에 의해서 지나치게 우상화된 측면이 강하다. 


그리고 이 문구 역시 그런 측면이 강하다. 많은 이들이 이 문구를 시드 비셔스가 직접 말한 것이라고들 하는데 이제까지 내가 접한 기록들에 의하자면 이 문구가 사용된 것이 확실한 것은 시드와 그의 여자친구를 다룬 영화에 등장한다는 사실 뿐이다. 


물론 그가 직접 언급한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이 문장이 그렇게 비장한 의미로 사용될만한 것도 아니다. 왜? 말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드 비셔스는 젊은 나이에 이미 그의 여자친구와 손 꼭 붙잡고 남부럽지 않은 막장 인생을 살고 있었으니까. 저 문구를 비장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이들에게 시드 비셔스가 어떻게 살았는지 알려줄테니 그렇게 살아보라고 하면 선뜻 그러겠노라고 나설 인간은 한 명도 없을 거다. 


21살에 죽었다. 그리고 알다시피 이렇게 요란뻑쩍지근하게 살다가 어린 나이에 갑자기 요절한 인물들에게 대중들은 매료되는 경향이 있다. 고작해봐야 과속으로 차를 몰다 자동차 사고로 죽은 제임스 딘에게 열광하고 마약에 찌들어서 온갖 쌩쑈를 해대던 인간이 일찍 죽으니 열광하는 거다. 그래봐야 마약 과잉으로 인한 사망일 뿐이다. 더 알아듣기 쉽게 말하자면 그 둘은 모두 그냥 사고사를 당한 것 뿐이다. 이 더러운 세상에서 더 이상은 못 살겠다든지 아니면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부르짖은 것도 아니고 아니면 그 비스무리한 진짜로 뭔가 좀 있어 보이는 주장을 한다든지 혹은 그 비스무리한 행동을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어쩌다 보니 당한 사고사. 반항이니 펑크정신이니 하며 미화해줄 건수같은 건 사실 전혀 없다. 


이런 건 나름 요즘 펑크의 자리를 대신하노라고 떠드는 힙합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몇 년전에 벌어진 이른바 컨트롤 비트 사건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처음 일어났고 그 뒤에 우리 나라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벌어졌다. 하도 난리를 치길래 뭔 소리를 하나 들여다보다가 콧방귀 뀌고 관심을 끊은 기억이 난다. 고작해봐야 돈문제와 개인감정이나 떠들어 대면서 무슨 대단한 거라도 하는 양 구는 중2병 환자들의 허세라는 건 참고 들어주기가 힘들다. 나이먹고 그런 짓하는 걸 보는 건 미운 7살짜리 사내아이를 돌보는 것보다 더 짜증스러운 일이니까. 


그러니까 하고싶은 말은 이런 거다. 우상같은 걸 섬기지 말라는 거다. 그렇다고 무슨 기독교스러운 발상은 하지 마라. 내 기준에서 보자면 유일신과 절대적인 믿음을 강조하는 기독교야말로 가장 대표적인 우상에 불과하니까. 


너무 자주 하는 말이라 미안하긴 하지만 그런 쓰잘데기없는 것 믿지 않아도 당신의 삶은 안 무너진다. 오히려 당신의 삶과 인생이 송두리째 무너지기 시작하는 건 그런 것들을 맹신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2.

이렇게 떠들면 또 어떤 인간들은 이게 '너 자신을 믿으라'는 말인 걸로 알아듣기도 하더라. 그런데 난 그런 말 하려는 거 아니다. '너 자신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너 자신을 믿는 것'따위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당신이 정신적으로나 혹은 정서적으로 큰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이라서 주기적으로 병원 치료를 받는 사람이라거나 혹은 주변 사람들에게서 병원엘 가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소리를 듣는 사람이 아니라면 본인을 믿지 못 한다고 해도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오히려 문제는 그 정반대에 서있는 사람들이 일으키는 것이 보통이다. '자기 자신을 믿는다'는 사람들은 사실 '믿음'이 아니라 '맹목적인 자기애'에 빠진 것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이런 경우다. 회사에서 일을 하는데 무언가 잘못되었다. 그리고 업무의 순서상 어떤 사람의 잘못인 것이 확실한데도 불구하고 정작 본인은 죽어도 그런 잘못을 하지 않았다고 우기는 경우다. 심지어 그렇게 우겨도 빠져나가기 힘들면 자신의 잘못을 무마하기 위해 다른 사람에세 말도 안 되는 음해를 늘어놓거나 인신공격을 해대기도 한다. 


같이 일하기 힘든 종자일 뿐 아니라 가족중에 이런 사람이 있으면 인생이 피곤해진다. 심지어 이런 이들이 부모가 되면 그 밑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은 앞서 언급한 요절한 막장 인생의 대명사 격인 시드 비셔스와 같은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내가 간혹 그런 인간들을 보고 진저리를 치면 주변 사람들이 너무 심한 반응을 일으키는 것 아니냐는 말을 하기도 하는데 내가 진저리를 치는 이유는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런 것들이 애들도 망쳐 놓는다. 그리고 그런 애들은 성장하면서 또 다른 애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다. 그 모든 원인은 바로 그 덜 되먹은 인간 종자들 탓인 거다. 


3. 

간혹 책 대충 읽은 이들이 이런 경우에 대해서 착각을 많이 한다. 그래서 어떤 소설가나 철학자가 믿음을 부정하면 곧바로 허무주의나 퇴폐주의와 연결시키는 바보스러운 짓들을 한다. 왜? 그 인간들이 사실상 특정한 믿음이 없으면 빈 껍데기에 불과한 빠돌이 빠순이들이기 때문이다. 


더 웃기는 건 그런 경향들을 비웃는다는 이들 역시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 한다는 거다. 그래서 그들은 그냥 마약빨다 어린 나이에 밥숟갈놓은 사고로 죽은 인간이 했다는 말을 뭐 대단한 거라도 되는 양 바라본다는 거다. 주의할 점은 그 인간은 그냥 약빨다 죽은 것 뿐이고 그런 인간을 뭐 대단한 인이라도 한 사람인 양 만든 건 바로 그를 추앙하는 사람들 탓이라는 점이다. 


결국 둘 다 사실상 '믿음없으면 안 돼요'라는 행동을 한다는 점에선 별 차이없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