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늘 시궁창

박희태, 일베, 배틀로얄.

The Skeptic 2014. 9. 20. 01:43

박희태가 골프장 캐디를 사람취급하지 않았다는 뉴스를 봤다. 그 순간 떠오른 건 우습게도 일베 애들이었고 영화 배틀로얄이었다. 사실 이 두 단어가 떠오른 건 사실 너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단순한 연관관개부터 말해보자. 일베 애들이 커서 행여라도 사회적 성공이라고 거두게 된다면 그들은 박희태같은 인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박희태는 인간을 성별과 지위로 차별하는 인간이고 현재 일베 역시 그런 짓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틀로얄이란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사가 하나 있다. 다른 학생들은 어떻게든 같은 반 친구들을 죽이고 자기만 살아남는 것을 피하려고 애를 쓰는 동안에도 별 망설임없이 주어진 질서에 충실하게 임하는 여학생이 하나 나온다. 하지만 결국 죽게 되는데 그 장면에서 나래이션이 흘러 나온다. '난 단지 이기는 쪽에 서고 싶었어' 


배틀로얄이란 영화가 보여주는 폭력성과 잔인한 장면들로 인해 많은 이들이 이 영화의 가치를 폄하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 이 영화는 그런 단점을 손쉽게 상쇄해버릴 정도로 엄청난 장점을 보여주는 영화기도 하다. 


방금 소개한 단순한 대사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의 줄거리상 그리고 영화상에서 다른 배역들보다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가 꽤 높기도 하고 일본어 특유의 수동형 대사인 탓에 그가 그가 저지른 휭위들보다는 이 대사 한마디가 더 관객들에게 호소력있게 다가온다. 그렇다면 그 잔인한 질서에 한 치의 의심이나 저항없이 받아 들이는 태도가 옳은 것일까? 아니 그렇지 않다. 그건 마치 나찌 독일의 유대인 학살자였던 아이히만을 옹호하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관절 무엇이 미덕이란 것일까? 아무런 의심이나 저항없이, 심지어 자신에게 주어진 질서가 어떤 것인가에 대한 아무런 고민도 없이 그저 그 질서에서 성공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이들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가를 드러내 주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난 일베나 그 비스무리한 아류들에 대해선 별다른 동정같은 걸 갖을 수 있는 위인이 아니다. 세상엔 그들보다도 더 동정받고 도움을 받아야 할만한 인간들이 훨씬 더 많다고 보기 때문이며 그들도 제대로 돕지 못 하는 입장에서 그런 것들까지 동정할 생각따위는 추호도 없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들 역시 도움이 필요한 존재란 사실이다. 물론 그 도움이란 건 우리가 흔히 아는 그런 것들과는 분명 다를 테지만 어쨌거나. 


여기서 중요한 차이가 발생한다. 일베나 그 비슷한 아류들이 그동안 해온 각종 인종차별적 행위들을 보아온 나같은 사람은 갸들이 도움이 필요한 존재라는 걸 알아도 도와줄 마음같은 건 쥐똥만큼도 안 생긴다. 그런데 영화 배틀로얄에선 그들이 단순히 못되어먹었거나 덜 떨어져서 그렇게 된 게 아니라는 걸 잘 보여준다.(여담이지만 난 후자가 그 원인이라고 믿는 쪽이다. 오해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 강조하자면 믿는 것이지 그것이 사실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다) 적어도 그 영화만 놓고 보자면 일배애들조차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셈이다. 


이미 우리보다 훨씬 더 오래전에 일베같은 애들이 등장했고 지금도 그 위세를 떨치고 있는 나라라는 점. 극우 파시스트 인종차별주의자 정치인들이 여전히 득세하며 사실상 그들이 국가권력을 사적으로 이용하여 그 질서가 어떤 것이든 상관없이 이기는 쪽에 서고 싶다는 열등감 덩어리인 어린 것들의 정신나간 짓거리들의 뒤를 봐주고 있다는 점. 


자주 하는 말이지만 우리는 일본이랑 참 많이 닮은 나라다. 그리고 또 참 자주 하는 말인데 이미 앞서서 그 모든 것을 다 겪어본 나라가 바로 옆에 있는데 왜 그 한심한 절차를 굳이 따라가려는 걸까?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굳이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아는 존재들이기도 하고 눈앞에서 대형 사고가 터지지 않는 이상 사소한 징후들에 대해선 무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그런 징후들을 경고하는 이들을 '시끄럽게 한다'며 폄하하는 존재들이기도 하며 게다가 대형사고가 터져도 내게 발생한 것이 아니면 그냥 인사치레 정도로 끝내고 대충 시끄럽지 않은 선에서 넘어가자고 말하는 존재들에다 심지어 그 주장에 동의하지 않으면 인신공격을 일삼는 이들이니 어쩌면 그렇게 되는 것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덧붙이자면 결정적으로 개구리 올챙이적 모른다는 속담이 진실이라는 거. 그저 추억팔이에나 반응할 줄 아는 단세포 어른들이 쌍욕을 들어 처먹어야 하는 이유인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