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늘 시궁창

보복을 그만두라?

The Skeptic 2014. 12. 25. 18:01

통진당 이정희 대표가 기자회견을 했다. 강제해산 이후 통진당 당원들에 대한 전방위적 압력이 가해지는 것에 대해서, 그리고 그 자리에서 보복은 자신만으로 끝내달라는 취지의 말을 했단다. 


다시 언급하지만 난 이번 판결이 기본적으로 사법부의 판단 영역을 넘어선 것이라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법부는 자신의 권한을 넘어서는 판결을 통해 형식적으로나마 민주주의가 확립된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정당 강제해산이란 판결을 내림으로서 스스로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한다. 


그리고 그 판결을 등에 업은 남한 극우단체들은 통진당 구성원들에 대한 고발을 일삼고 있는 중이다. 기자회견장에서의 이정희대표의 발언은 바로 그런 부분을 지적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기사를 접하고 난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보복을 중지하라' 겉보기엔 단순한 사법부의 판단이고 최종 책임 역시 사법부가 짊어져야할 것처럼 보이지만 이 사안을 사법부가 판단하도록 압력을 넣고 강제한 것은 민주주의를 무시하는 극우 세력들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들이 '극우'라는 거다. 과연 극우에게 '용서'란 가치를 기대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일까? 미안하지만 만약 그들이 그런 걸 한다면 그들은 더 이상 극우가 아닐 거다. 여론에 떠밀려 손을 떼거나 정치공학적인 판단을 통해 그만둘 순 있지만 그들이 스스로 나서서 '정치보복'과 그런 행위의 기반이 되는 '혐오'와 '차별'과 같은 극단적 근본주의를 포기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걸 포기하면 극우가 아니니까. 


극우에 대한 정의는 이처럼 단순하다. 이들에게 중요한 가치는 '공존'이나 '공동체'가 아니라 '혐오'과 '차별'이다. 그들에겐 그저 단순한 차이가 차이가 아니라 차별을 가해야할 요소고 그래서 극우인 거다. 많은 이들이 보수와 극우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 하는데 이처럼 둘 사이엔 결코 넘어설 수 없는 엄청난 간극이 존재한다. 


뒤집어 말하면 보수란 게 극우들이 함부로 참칭할만큼 만만한 게 결코 아니라는 거다. 제대로 된 보수는 얼치기 진보보다도 더 위대한 법이고 하물며 극우 따위들은 보수의 발톱의 때만도 못한 족속들인 거다. 


이처럼 명확한 차이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왜 이 나라에선 극우가 보수를 참칭할 수 있는 걸까? 단순하다. 극우란 차이와 차별, 혐오를 구분하지 못 한다. 왜 그럴까? 극우는 기본적으로 '반이성주의'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논리나 합리같은 건 전혀 없고 그저 맹목적인 믿음만 존재하는 거다. 


이른바 '취향'을 앞세우는 수많은 주장들에 대해서 내가 자꾸만 걸고 넘어지는 것도 그런 탓이다. 취향은 존중받아 마땅하지만 단순히 취향으로 치부할 수 없는 것들마저도 취향으로 분류하고 모두 존중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시각은 그 자체로 '반이성주의'와 같은 궤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터넷에서 극우들의 혐오와 차별에 대해서 옹호하는 시각을 노출하는 이들의 대다수가 그런 성향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그런 시각들은 결과적으로 타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내세우는 극우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행위다. 


극우와 보수는 명확하게 다르며 보수는 존중받아 마땅하지만 극우는 그런 대접을 받을 가치가 전혀 없다. 극우는 차별과 혐오를 버릴 수 없으며 그 이유는 그들이 '반이성주의'에 기반하기 때문이며 그래서 극우는 무능한 거다. 사람들은 그들이나 다른 이들이나 별 차이없다고 말하지만 과연 그럴까? 세월호 사건을 바라보며 책임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 해야할 최소한의 정치적 제스처마저 거부하면서 책임회피에만 열중하는 것과 적어도 그런 정치적 제스추어라도 취하려는 것은 꽤 큰 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