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차리라는 거지.
1.
"여자들이 돈을 안 내요."
"... 그럼 여자들도 남자들만큼 돈을 벌 수 있도록 해주던가."
"......"
사람은 생각하면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되는 동물이다. 대체로 그렇다. 물론 '대체로 그렇다'라는 걸로 합리화하라는 말은 아니다. 그런 합리화와 무관심과 반이성주의덕에 히틀러와 나찌가 독일이란 나라를 집어삼켰고 2차 세계대전이 벌어졌다.
졸업하고 얼굴 못 본지 꽤 된 후배를 오랜만에 봤는데 최근 들어 장가 좀 가보겠노라고 노력중인데 여자들에 대해서 불만이 생겼는데 그게 이거다. 원래 저런 정도로 정신이 나간 녀석은 아니었었다. 물론 살다보면 애초부터 기본이 안 되어 있는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다. 그건 남자나 여자나 마찬가지고. 그래서 어쩌다 만난 한두명이 재수없게도 그런 사람일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장가 좀 가보겠노라고 한 해동안 여러 여자를 만났는데 그들중 대부분이 그렇다면 그건 단순히 재수가 없는 문제가 아니다.
설령 한두명이 아니라 대부분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기억해둘 것이 있다. 그런 세상을 만든 건 남한의 잘난 성인남성들이란 건 말이다. 어차피 남한은 분야를 막론하고 고래로 단 한 번도 여성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본 적이 없는 나라였지 않나. 여성들이 그런 걸 당연하게 여긴다는 건 남성들이 그렇게 생각해도 되는 세상을 만들어 놓은 탓이다.
물론 이제 갓 세상에 나가서 돈도 없고 세상물정도 잘 모르겠는 남자들이라면 단순히 보이는 대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거다. 그러나 중요한 건 그런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거다.
웃기는 게 어떤 사람들은 이런 걸 지적하는 걸 탓한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사실 그 중에서 가장 같잖은 게 '그런 식으로 말하면 사람들에게 반발을 산다'는 거다. 이게 정말 웃기는 건 별 것 아닌 비판에도 찡찡거린다는 거다. 그런 식이면 아예 비판같은 걸 하면 안 된다. 더 웃기는 건 이런 소리를 하는 이들의 많은 수가 진보 혹은 개혁주의자임을 자처한다는 점이다. 대관절 세상에 대한 비판도 제대로 하지 못 하게 하면서 무슨 진보고 개혁인가?
그들은 인식할지 모르겠지만 이 정도면 사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진보와 개혁에 대한 '지능형 안티'다.
2.
자주 하는 말. 남한이 이 모양 이 꼴인 건 남한에 제대로 된 보수가 없어서다. 보수가 없다보니 진보가 보수의 역할까지 떠맡는 얼토당토않은 일이 벌어지는 거다. 그리고 (1)번에서 거론한 문제 역시 이것과 연결된다. 예의, 공동체, 도덕과 같은 개념은 보수의 것이지 진보가 매진할 문제는 아닌 거다. 진보는 오히려 예의, 공동체, 도덕이란 범주가 왜 그렇게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그범주가 지금도 타당한지에 대해서 물음표를 던지는 거다.
보수가 충효사상을 강조할때 진보는 그것이 잘못되면 봉건적 신분제라는 퇴행이 일어남을 지적해야 하는 것이고 보수가 민족 공동체를 언급할 때 그것이 타민족, 타인종에 대한 인종차별로 변질되는 걸 경고하는 것이다. 그게 정상이다. 그런데 남한은 그런 역할을 수행하는 진보를 존재해서는 안 될 것으로 치부하는 극우들이 보수의 이름으로 탄압하는 것이 정상인 것처럼 인식되는 나라다. 진보가 문제인 게 아니라 보수가 제 자리를 못 잡는 게 문제인 거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진보는 원래 반이성주의와 싸우는 것이 주된 목적이고 당연히 비판이 중심을 이룬다. 그런데 고작 예의니 뭐니 하는 말로 그런 걸 자제하라는 건 진보더러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주장이고 다시 말하지만 그냥 '지능형 안티'인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