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iracism

조건없는 사랑?

The Skeptic 2015. 1. 2. 15:28

부모 반대에 10대 트랜스젠더 자살..미국내 논란


그다지 새삼스러운 사건은 아니다. 정상과 비정상에 대한 결벽증에 가까운 가치관을 옳은 것이라고 가르치면서 돈벌이를 하는 이들이 많다는 건 이미 주지의 사실이고 신권과 왕권이 정치와 분리되었다라고 선언한지 이미 오래라지만 그것은 여전히 유럽, 그것도 서유럽의 일일 뿐이다. 심지어 한때 전 세계의 패권을 양분했다는 미국과 러시아조차도 여전히 봉건적 신권국가에서 벗어나지 못 했다. 


그 중에서도 극단적인 근본주의적 개신교를 중심으로 한 미국이 사사건건 근본주의 이슬람과 무력 충돌을 일으키는 건 그래서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겉으로는 차별을 금지하지만 신권에 기댄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우리? 우리는 봉건적 왕권과 봉건적 근본주의 신권이 모두 잔존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사실 미국발 근본주의 개신교는 종교의 영역을 넘어 정치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려드는 월권을 시도하는 것으로 유명하고 그 개신교를 받아들인 우리라고 다를 바는 전혀 없다. 


아무튼 내가 이 기사에서 주목하는 대목은 이거다. 자살한 아이의 엄마가 했다는 말. 


"종교적인 이유로 조슈아를 지지해주지 못했지만 '우리는 너를 조건 없이 사랑한다'고 말했다"며 "사람들은 내가 내 아들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조건없는 사랑'이라고 한다. '조건없는 사랑' 그러나 그 녀는 분명히 종교적인 이유로 아들을 지지해주지 못 했다. 이걸 조건없는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겠는가? 아니다. 이건 거짓이다. 그 녀의 사랑이란 건 자신의 아들이 물리적인 성을 부정하지 않았을 경우에만 적용되는 분명한 조건을 달고 있는 것이다. 종교를 믿는다는 이들은 이런 거짓말을 너무 손쉽게 한다. 왜? 자신의 종교적 믿음에 근거한 감정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믿기 때문이다. 설령 그 자신이 실수하고 잘못하며 살아가는 불완전한 인간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렇다고 내가 '조건없는 사랑'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하려는 건 아니다. 현실론자에 속물인 난 그런 사랑이 존재할 가능성을 거의 믿지 않는다. 간혹 그에 준하는 사랑이란 것이 존재하는 사례를 보긴 하지만 그건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 편이기도 하다.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건데 사람들은 그걸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오히려 이 사건에서 중요한 부분은 '조건없는 사랑'에 대한 몰상식이 아니라 그걸 빙자한 학대다. 인용한 기사를 보면 알겠지만 죽은 소년의 부모는 단지 아들을 지지하지 않은 것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기본권조차도 막는 학대를 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 엄마는 조건없는 사랑을 운운한다. 


이건 조건없는 사랑이라기 보다는 부모가 믿는 종교의 가치관에 꼭 들어 맞아야 한다는 분명한 조건을 내걸로 그것이 지켜지지 않자 자신의 아들을 학대한 사건인 거다. 그런 와중에도 여전히 죽은 아이의 부모는 자신들이 틀리지 않았다는 주장을 하는 거다. 물론 전혀 앞뒤가 맞지 않지만. 


맹목, 그것이 종교로부터 기인한 것이든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봉건적 왕권에서 기인한 것이든 상관없이 맹목은 그 자체로 반이성주의이며 자신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피해가 될 수 밖에 없다. 물론 맹목에 빠진 이들은 그걸 모를 테지만. 제 아무리 뛰어난 논리도 우기는 건 이길 수 없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