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츄어리즘

스피드업 규정.

The Skeptic 2015. 3. 21. 02:46

처음으로 스피드업 규정을 어긴 선수에게 벌금이 부과되었다고 한다. 시범경기지만 얄짤없다. 또 그런 만큼 시즌내내 논란이 될 듯 싶다. 지금도 사람들을 만나서 야구 이야기를 할 때면 빠지지 않는 떡밥이고 그만큼 찬반 양론이 퍙퍙하게 맞서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내 의견은 '필요하다'는 쪽이고 현재까진 벌금 부과가 타당하다고 본다. 판정상의 불이익을 주는 것은 아무래도 경기외적인 요인이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기에 문제가 될 소지가 크다고 본다. 


그렇다면 왜 스피드업 규정이 필요할까? 그건 전적으로 애구란 스포츠가 갖고 있는 특성 탓이다. 대표적인 구기종목중 하나지만 야구와 사뭇 다른 특성을 지닌 축구와 비교해보면 이야기가 아주 쉽다. 무수히 많은 차이점을 갖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스피드업 규정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은 바로 규칙이다. 


축구 경기의 규칙은 사실 아주 단순하다. 응원하는 팀만 있다면 굳이 전술이나 전형같은 것까지 몰라도 축구 경기를 즐기는데 문제가 없다. 반면 야구는 확연히 다르다. 최소한의 기본적인 룰 몇 가지는 숙지해야만 경기를 즐길 수 있다. 본질적으로 야구 경기가 진입장벽이 더 높은 편이다. 


문제는 어지간한 야구광이 아니라면 그런 룰을 제대로 숙지하는 경우는 드물다. 오죽하면 심판들조차도 룰을 착각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할 정도다. 혹자는 굳이 그런 복잡한 룰을 모두 알 필요는 없지 않느냐는 이야기도 하지만 스몰볼로 대표되는 작전 야구의 경우 정해놓은 룰이란 한계 안에서 실행된다는 걸 고려하면 역시 룰을 모르면 야구를 즐기기 힘들다. 반면 일단 필요한 룰을 숙지하고 나면 더 재미있는 것이 야구기도 하다. 


어느 정도 룰을 숙지하고 있고 그 룰의 한계내에서 이런저런 작전들이 걸리는 걸 예상할 수 있는 야구팬이라면 굳이 스피드업 규정같은 건 필요치 않다. 야구광들의 입장에선 그 쉬는 시간동안 마치 자신이 그라운드 위의 선수들이나 덕아웃의 코칭스텝이라도 된 것처럼 훙미진진하게 야구를 즐길 수 있다. 


반면 그런 룰을 이해하지 못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 시간은 그냥 의미없이 굴러가는 지루한 시간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도출할 수 있는 방식은 두 가지다. 하나나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기본적인 야구룰은 숙지할 수 있도록 하던가 그게 아니면 그런 시간을 줄이면 된다. 봐서 알겠지만 전자는 실행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 당연하게도 선택은 후자일 수 밖에 없다. 


야구 팬들에겐 아쉬운 일일 수 있지만 평범한 야구 팬들에겐 좋은 소식이 될 것이다. 


그리고 사실 그것보다도 더 큰 요인은 바로 TV중계다. 축구 경기는 전후반 45분씩 총 90분 경기를 한다. 중간에 쉬는 시간이 10분 주어지는 것까지 감안하면 총 100분이다. 몇몇 피치못할 경기시간 지연 행위들을 보탠다고 해봐야 10여분 정도 더 늘어나서 약 110분정도면 모든 경기가 끝난다. 단판 승부인 토너먼트의 경우도 전후반 45분씩, 쉬는 시간 10분은 동일하며 무승부일 경우 연장전 전후반 각 15분이 부여되며 그마저도 승부가 안 나면 승부차기를 한다. 그 모든 걸 다 한다고 해도 시간은 200분을 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즉 TV중계를 하더라도 얼추 대략적인 경과시간이 유츄가 가능하다. 


반면 야구는 제한시간이 없는 턴제 경기다. 한 팀이 공격에 나서면 아웃 카운트 3개가 되기 전까진 계속해서 공격을 할 수 있다. 당연히 경기가 흘러가는 양상에 따라 겅기시간의 편차는 클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연장전 이닝까지 더해지면 편차는 더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시간 분할을 생명처럼 여기는 TV의 경우 이처럼 불확실성이 기정사실화된 스포츠를 그것도 생방으로 보여준다는 건 대단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스피드업 규정이 편차를 엄청나게 해소시키는 건 아니다. 그래도 일단 경기시간 자체를 단축해놓으면 편차에 대응할 시간적 여유는 확보할 수 있을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