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keptic 2015. 4. 1. 14:34

평등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워낙 바닥을 치다보니 그로부터 파생된 개념들도 자주 혼란을 겪는 것이 보통이다. 그 중에서 가장 첨예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바로 차별이다. 실질적으로 차별을 하는 이들이 잘못된 평등의 개념을 전제로 자신들은 차별을 하지 않는다거나 혹은 차별이 아닌 다른 행위들까지도 차별이라고 주장하는데 문제는 평등, 차별에 대한 대중적 인식이 그리 높지 않은데다 그에 대한 교육도 제대로 된 것들이 없기 때문에 엉뚱하게도 그런 주장에 설득되는 경우도 있다. - 심지어 과거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자칭 진보들도 예외가 아니더라. 


차별이 차별이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특정한 행위가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즉 출신 지역을 핑계로 취업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것은 차별이지만 특정 지역에서 특정한 정당의 선거 출마자가 당선되어선 안 된다고 주장하는 건 차별이 아니다. 왜냐하면 출신지를 핑계로 취업에서 불이익을 주는 건 애초에 취업을 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박탈하는 것이지만 당선을 반대하는 것은 출마할 수 있는 권리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군가산점 제도 역시 취업에서 여성에게 불이익을 준다는 점에서 분명한 차별이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승진이나 급여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것도 차별이다. 


그렇다면 가장 흔하게 착각을 일으키는 생리휴가나 임신과 출산 휴가는 어떻게 봐야 하나? 이 역시도 여성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발생하는 생리적인 현상이란 점에 주목해야 한다. 선택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 발생하는 단점을 이유로 불이익을 가하는 것도 차별이다. 이런 류의 차별은 피부색이라는 선택 불가능한 요소를 핑계로 차별을 가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부분이 꾸준히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런 특수함을 인정해줌으로서 이익을 얻는다는 인식때문이다. 그러나 생리와 임신, 출산은 그 자체로 육체적 고통을 동반한다. 이를테면 몸이 아파서 학교, 직장을 쉬는 것과 전혀 다를 게 없다. 그런 측면에 동의하지 못 한다는 건 아프건 말건 죽도록 일만 하라는 다까끼 마사오 시절의 노동 착취와 다를 바 없는 생각이다. 물론 살다 보면 이런 바닥을 보이는 이들도 있다. 대화가 안 통하는 이들인 거다. 


여기까지는 그럭저럭 문제의 핵심이 명확한 부류에 속한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가 정말로 애매한 지점이다. 이미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특정 지역에서 특정 정당의 출마자의 당선을 반대하는 경우다. 그런데 그런 주장을 하며 특정 지역을 강조하는 경우다. 누구나 알다시피 '영남/호남에선 새정연/새누리 후보는 당선되면 안 된다'는 주장이 그런 건데 이걸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이들은 주로 한 지역의 사례만 거론하지만 알다시피 이건 영남이나 호남이나 모두 존재하는 현상이다. 


아무튼 이런 건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출마 자체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면 그건 차별이지만 당선을 부정하는 건 차별 행위는 아니다. 물론 현행법상 그런 류의 차별 행위를 할 수 있는 근거자체도 없기 때문에 그런 걸 차별이라고 부르는 건 어불성설이다. 다만 그 주장의 근거가 애매한 것도 사실이긴 하다. 일단 특정 지역이 등장할 것이고 이는 앞서 언급한 출신 지역때문에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과 유사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둘은 엄연히 다르다. 단지 지역만 거론될 뿐 그 실질적인 행위가 차별로 이어질 가능성은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내가 애매하다고 지적하는 건 이런 류의 현실이 엄연히 존재하기 떄문이다. 늘상 선거때면 영남과 호남은 특정 정당의 지지세가 완연히 강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이를 일러 '지역색', '지역 감정'이라며 부정적인 시각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지역을 거론하며 특정 정당의 출마자에게 불이익을 가하려는 행위 역시 부정적으로 받아 들여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친일과 독재로부터 비롯된 정치적 비정상을 전제하지 않는다면 이런 류의 지역 색이란 건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일이다. 축국 경기장에도 야구 경기장에도 있는 그런 일이다. 그런 게 모두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문제는 이미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비정상적인 정치적 상황이 평범한 사실을 정치 과잉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점이다. 고로 이런 문제를 언급할 땐 그것이 그렇게 된 원인을 지적하는 것이 올바른 대처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노파심에서 한 번 더 언급하자면 이런 류의 주장은 차별 행위가 아니다. 근거없는 소리라는 점은 문제지만 차별 행위는 아니라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