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ografia

애플 이어버드, ex29.

The Skeptic 2015. 4. 6. 04:15

1.

간혹 명칭상의 오류가 나는 탓에 그 부분도 정리를 좀 할 필요가 있어 보이는데 이어버드라는 건 특정 회사의 특정한 이어폰을 지칭하는 게 아니라 특정한 형태로 착용하는 헤드폰을 지칭하는 건데 설명상 보자면 '귀안으로 집어넣어 착용하는 작은 헤드폰'이란 의미가 되고 이는 결국 이어폰, 그것도 흔히 말하는 커널형 이어폰을 지칭하는 것임. 


그런데 여기서도 약간의 혼선이 발생하는데 커널형 이어폰과 이어버드가 사실 같은 개념이 아니기 때문인데 커널형 이어폰은 인이어, 즉 귀 안으로 완전히 집어넣는 것을 의미하고 이어버드의 경우는 대충 귀안에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는 것. 해부학적으로 보자면 커널형이 외이도안까지 집어넣는 수준이라면 이어버드는 굳이 그렇게까지 집어넣지 않아도 되는 수준을 의미한다고 보면 되는데 우습게도 사실 이 구분은 이제 거의 의미가 없는 수준이라는 거. 커널형 이어폰을 이어버드라 지칭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매우 흔한 걸로 봐서 인이어 형태기만 하면 별다른 큰 구분없이 혼용하여 사용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역시 미묘한 차이가 나는 부분이 있는데 착용방식이 같다고 해서 형태나 용도마저 같은 건 아니라는 거. 쉽게 말해서 일반적인 커널형 이어폰들은 귀안으로 깊숙이 집어넣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차음성이 뛰어난 밀폐형 이어폰의 형태를 같지만 그렇게 깊게 넣지 않아도 되는 이어버드같은 경우는 오픈형도 있는데 바로 애플이 새롭게 만든 번들 이어폰이 이어버드가 그런 형태. 


예전엔 사실 이어폰이 오픈형밖에 없었고 최근엔 오픈형이 외려 더 드문 형태인데 그런 와중에 그 둘 사이에 애매하게 자리하는 이어폰이 바로 애플의 이어버드. 왜 애매한가 하면 기존의 오픈형 이어폰과는 달리 커널형에 가깝게 착용하지만 음을 구현하는 방식은 오픈형이라는 점. 


애플이 그와 관련해서 꽤 많은 뽐뿌질을 하고 있는데 사실 그럴만하기도 한 것이 일반적인 오픈형 이어폰에 비하면 아무래도 귀안으로 더 들어가기 때문에 오픈형 이어폰보다 소리가 더 명료하게 들리고 하지만 역히 오픈형인 탓에 밀폐형인 커널형 이어폰이 갖기 힘든 공간감을 만들어 낸다. 이건 음향기기가 가지는 단순한 사실이자 효과인데 애플은 그에 대해서 너무 많은 뽐뿌질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건 사면 끼워주는 번들 이어폰중에선 아마도 가장 뛰어나다는 건 인정해야 한다. 오죽하면 번들 이어폰을 따로 판매를 다 하겠는가. 


그런데 이런 종류의 사소한 차이들이 사람들에게 이상한 오해를 심어주는 경우도 많은데 그 중 가장 큰 것이 바로 애플의 이어버드를 밀폐형으로 착각하는 경우다. 다시 말하지만 애플의 이어버드는 밀폐형이 아니라 오픈형 이어폰이고 그런 기종들이 갖고 있는 결정적인 단점. 차음이 구려서 외부 소리가 다 들린다는 것이고 뒤집어 말하면 소리가 밖으로 샌다는 의미다. 


오픈형 이어폰들의 어쩔 수 없는 단점인데 그 사실을 모르고 단순히 착용상의 형태때문에 인이어 타입이라고 단정지어 버리면 지하철에서 욕을 처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이어가 아닙니다. 그러니 볼륨을 너무 높이면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지금 모슨 노래를 듣고 있는지 뭘 보고 있는지 다 알려줄 수 있다는 건 주의해야 함. 


2.

다이렉트 사운드라는 미구긔 음향 기기 회사가 만드는 헤드폰의 이름이다. 전면에 내세우는 바는 '차음성'이다. 시끄러운 스튜디오같은 곳에서 작업을 할때 실연자들에게 보다 정확한 소리를 전해주려면 무엇보다도 차음이 중요하니까. 문제는 그런 차음은 결국 헤드폰의 이어컵 형태와 재질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걸 구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헤드폰의 양쪽 이어컵을 맞물려 놓았을때 조금의 빈 틈도 없이 딱 맞물리면 기본적으로 차음성이 좋은 편이고 그런 게 안 되는 경우는 차음이나 누음에서 문제를 일으킨다. 그리고 이 헤드폰은 그런 점을 상쇄시키기 위해 만들어졌음을 강조한다. 


그런데 그에 대한 제작사의 파란만장한 설명과는 달리 이 헤드폰의 장점은 아주 간단하다. 이미 아는 분들은 다들 알고 있겠지만 이 헤드폰은 3M이라는 저명한 화학제품 제조회사가 만드는 소음방지용 청력 보호도구과 형태가 거의 같다. 좀 더 단순하게 설명하자면 이미 차음성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는 3M 이어컵에 스피커를 장착한 셈이다. 


ex 25까지만 해도 차음성이 그렇게까지 강조된 편은 아닌데 ex29로 넘어가면부터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그러니까 사고 싶다는 말이다. 돈은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