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N이 아니라 MS다.
20여개의 팀이 열심히 싸워서 바르셀로나나 마드리드가 우승하는 리그. 라리가 이야기다. 2년 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우승으로 말미암아 2강 체제가 깨지고 3강 체제가 도래했다는 진단도 나왔지만 지속성이란 면에서 보자면 아직 3강 체제는 무리라고 본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감독 축구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래도 역시 경기는 선수가 하는 법이고 라리가의 2강보다 재정적인 면에서 열악한 아클레티코가 셀링클럽에서 벗어나지 못 하는 한 3강 체제는 힘들다고 본다.
아무튼 그 리그의 올 시즌 우승자는 바르셀로나다. 우승이 확정된 직후 여러 가지 매체를 통해 올 시즌을 이끈 바르셀로나의 공격진 MSN에 대한 기사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알다시피 이 영어약자는 각각 메시-수아레즈-네이마르다. 그런데 사실 난 이 영어 약자가 잘못되었다고 보는 사람이다.
올 시즌 이전 시즌에도 바르셀로나엔 네이마르가 있었다. 그러나 우승하지 못 했다. 점유율 축구로 대표되는 바르셀로나의 전술은 티키타카의 전신이라 할 이니에스타같은 미드필더들의 노쇠화와 더불어 위기를 맞았다. 그리고 그 결과는 메시만 막으면(...) 얼마든지 해볼만한 하다는 것이었고 실제로 그렇게 흘러갔다.
사실 그 이전만 해도 바르셀로나를 봉쇄하는 전술은 '메시를 막아라'가 아니었다. 메시가 아니라 메시에게 들어오는 패스를 막는 것이었고 이는 이니에스타와 차비를 강력하게 마크함과 동시에 수비수 한 명이 메시아 공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위치에서 전담마크하는 것이었다. 메시를 향한 패스가 출발하는 것도 막으면서 동시에 메시에게 향한 패스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전술이었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것처럼 미드필더진의 노쇠화와 더불어 이 전술은 그냥 수비진이 메시를 중심으로 지역방어를 펼치는 쪽으로 바뀌었고 훨씬 더 강력한 수비방법이 되었다.
'바르셀로나 티키타카의 시대는 갔다'라는 선언 역시 그런 측면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네이마르를 불러왔지만 사실 큰 도움은 되지 못 했다. 이미 언급한 바 있지만 네이마르는 바르셀로나에게 새로운 옵션을 선사한 선수가 아니라 그냥 바르셀로나의 플레이에 적응해버린 유형의 선수였다. 문제라면 사실 그런 유형의 선수는 바르셀로나에도 차고넘친다는 점이다. 뛰어나긴 하지만 그렇다고 바르셀로나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유형의 선수는 아니었다.
반면 올 시즌 바르셀로나의 상승세는 월드컵에서 예의 핵이빨을 사용하는 바람에 리그 경기 데뷔가 늦어진 루이스 수아레즈가 팀에 녹아들면서부터 시작된 현상이다. 이미 EPL에 있을 때도 그는 리버풀 공격력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선수였다. 리버풀에선 이기적인 선수로 각인되었지만 사실 그는 전방에서의 볼간수와 패스 플레이에도 아주 능숙한 선수다. 문제는 리버풀의 공격력이 워낙 빈약했기 때문에 그가 이기적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리버풀에서 뛸 당시 수아레즈는 스털링, 스터리지와 함께 강력한 공격진을 구성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정작 스터리지는 그렇게 파괴력이나 정확도가 뛰어난 공격수가 아니었고 스털링 역시 최전방 공격수라기 보다는 윙플레이나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가 더 어울리는 유형이었다. 수아레즈라는 우산이 없으면 무력해질 수 밖에 없다. 유리몸인 스터리지야 그렇다 치더라도 수아레즈없는 상황에서 제로톱 역할을 부여받은 스털링이 제 몫을 하지 못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던 셈이다.
야심차게 영입한 발로텔리가 부진하고(발로텔리는 여전히 EPL의 플레이에 적응을 하지 못 하고 있다) 부랴부랴 영입한 리키 램버트 역시 불행히도 발로텔리와 비슷한 유형의 선수였을 뿐이다. 그렇게 리버풀은 올 시즌 악전고투를 거듭했다. 그런 와중에도 리그 5위의 성적을 거둔 것은 그나마 로저스 감독의 역량이라고 볼 수 있다. 그걸 안다면 리버풀 팬들이 로저스 감독을 비난하지 않을테지만 축구팬들의 변덕은 누구도 알 수 없다.
다소 작아 보이는 체구지만 수아레즈는 최전방 공격수라는 위치를 가장 잘 이해하는 선수라고 볼 수 있다. 바르셀로나로 간 수아레즈는 마침내 그렇게도 염원하던 공격하기에 좋은 패스들이 들어오는 상황을 맞이했을 뿐 아니라 모든 수비수들이 자신을 둘러싸고 압박을 가하는 상황에서도 자유로와졌다. 심지어 그건 메시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바르셀로나를 상대하는 팀은 메시만이 아니라 수아레즈까지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이다.
즉 올 시즌 바르셀로나의 부활은 전적으로 수아레즈의 역할이 크다고 봐야 한다. MS는 확실하지만 N은 사실 꼭 필요한 건 아니란 말이다. M과 S의 다음 자리엔 사실 어떤 철자가 들어와도 큰 문제가 없을 뿐 아니라 없어도 무방하다고 본다. 워낙 미운 털이 많이 박힌 선수라 다소 평가절하되는 감은 있지만 단순히 그가 떠난 리버풀이 보인 행보만 봐도 그가 얼마나 영향력이 큰 선수인가를 알 수 있다.
P.S.
그래도 심리상담 치료는 꾸준히 받을 것을 권하는 바다. 너도 이젠 아빠잖아. 아빠답게 굴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