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인 기업활동.
기본적으로 난 조선, 중앙, 동아를 신뢰하지 않는다. 조선과 동아는 알다시피 그 수준이 너무 떨어져서 보고 싶은 마음조차 안 생긴다. 그런데 중앙은 조금 다르다. 이들은 대체로 정치적인 면에서 중립을 지키는 반면 경제적인 면에서 매우 친 재벌적이다.
그럴 수 밖에 없다. 삼성 계열사가 아닌가? 다른 신문들이 삼성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사건사고들을 탑으로 올려도 이들은 그러지 않는다. 대부분의 기사들은 오묘한 지점에서 재벌과 신자유주의를 옹호한다.
그래서 또 사람들이 많이 속는다. 그런 중앙일보에서 현대중공업 노조가 회사의 부동산과 주식을 매각하여 임금을 인상하자는 제안을 했다고 기사화했다. 그랬더니 또 얼척없는 애국자들이 노조는 죽일 놈들이라고 저주를 퍼부어 댄다.
1. 기사 내용에 따르면 노조가 언급한 '부동산'과 '주식'은 기업 활동에 불필요한 유휴재산으로 분류된다. 실제로 기사 내용에 따르자면 7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현대 중공업이 경역혁신을 위해 노력중이라고 한다. 물론 이 문장에서도 중요한 방점이 찍히는 것은 '7년 연속 적자'다. 그래야 회사사정이 어려운데도 자기들만 살자고 하는 노조란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 있으니까.
그런데 이야기를 조금 바꿔보자. 적자에 허덕이는 기업이 재정건전성 확보와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위해 불필요한 자산을 매각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그런 유휴자산은 기업에 보탬이 되기보다는 오너일가에게 도움이 될 뿐이니까. 자본주의자라면 당연히 이런 주장에 동의할 거다.
그리고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기업활동이다. 유휴자산의 매각도 정상적인 활동이고 임금지급도 정상적인 활동이다. 문제는 '7년 연속 적자'인데 엄밀하게 말하자면 그건 노동자들 탓이 아니다. 그건 엄연히 경영상의 문제고 오너와 경영진의 책임이다.
게다가 더 우스운 건 내가 자주 언급한 바지만 임금은 '줄만하니까 주는 거'라는 사실이다. 대기업 노조원들의 임금이 남한 평균은 많이 상회한다고 해도 그건 마찬가지다. 줄만하니까 주는 거다. 정말로 그 임금을 줘서 기업이 망할 것 같다면 어느 오너와 경영진이 그 임금을 주겠나.
2. 더 재미있는 사실은 노조를 공격하는 글 뒤로 실린 현대 중공업의 이른바 경영정상화 행위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노조의 주장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일을 하고 있다.
심지어 주식 매각도 마찬가지다. 정주영 회장이 죽은 이후로 현대는 계열사별로 독립적인 체제를 갖춘 걸로 흔히 알려져 있지만 아니다. 사실상 삼성과 마찬가지로 상호 순환 출자를 통해 현대 일가가 공동 소유를 하고 있는 형태다.
말하자면 그런 식의 상호 순환출자 역시 불필요한 금융 투자인 셈이다. 실제로 사내유보금이 문제가 되엇을 당시 자료를 찾아봐도 알 수 있지만 이 시기에 재벌들은 금고에 쌓인 돈으로 상호 순환 출자를 더 강화했다. 즉 오너 일가의 지배체제 강화를 위해 회사의 이익금은 사용한 거다.
주주자본주의적 관점에서 보자면 이 자금은 주주들이 배당을 받아 마땅한 돈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오너 일사의 지배권과 이익을 위해 사용된 셈이다.
재벌의 가내 수공업(...)적인 행태를 워낙 당연한 것으로 받아 들이는 봉건주의자들이 중도요 정치적 중립이며 자본주의자로 행세하는 남한의 그릇된 경제 풍토덕에 당연한 것으로 받아 들여지는 경향이 강하지만 자유주의 자본주의의 최첨병이라 할 미국에서도 이런 행위는 탈법과 불법을 오가는 위험하고 불온한 행위로 간주된다.
3. 이런 저간의 사정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위해 불필요한 자산을 매각하라는 주장을 노조의 이기주의정도로 매도하는 것이 중앙일보가 하는 수작이다.
누차 강조하지만 이런 시각은 자유주의 자본주의도 아니고 심지어 고전 자본주의도 아니다. 그냥 봉건적인 가족주의를 동원하여 재벌을 비호하려는 행태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한의 자칭 중도, 정치적 중립, 자본주의자란 이들은 그 주장에 홀라당 넘어가기 일쑤다.
4. 역시 자중 언급하는 바지만 '중도'란 건 없다. 이른바 중도라 일컬어지는 성향은 사안에 따라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를 오고가는 다소 정신없는 언행을 통칭하는 단어로 주로 사용되지만 주의할 점은 그런 언행들중 그 어느 것도 중도나 중립은 없다는 거다. 이 사건에서 진보에 좌파지만 저 사건에선 보수에 우파일 순 있지만 중도나 중립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기초적인 상황 파악은 좀 하고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