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이 의미하는 것.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그는 근본주의 개신교가 가진 폐쇄성과 그로부터 파생된 인종/성별/민족/성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당연시하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선되었다.
많은 이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그렇게까지 막 나가진 않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럴 가능성은 다분하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인간이 트럼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별 문제가 안 되는 걸까? 그렇지 않다. 이번 트럼프라는 극우 인종차별주의자의 당선은 미국이 그동안 암묵적으로 추구해온 '차별 반대'라는 가치를 송두리째 뒤엎는 것이고 결국 '차별해도 된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미국 전역에 전달해버린 결과를 초래했다.
많은 미국 언론들이 분석한 것처럼 트럼프의 주된 지지층은 이른바 '부끄러워 하는' 사람들이다. 왜 그리고 무엇이 부끄러울까? 이들은 그간 미국이란 나라가 추구해온 차별 반대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여전히 여자는 남자의 갈비뼈로 만들어졌다는 개신교의 비과학적인 거짓말을 진실로 믿는 이들이며 백인은 원래 인종적으로 유색인종보다 우월하다고 믿는 백인 우월주의자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그걸 대놓고 말하지 못 한다. 왜? 그것이 미국이란 나라가 추구하는 공적인 가치와 완전히 상반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젠 그걸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 자기보다도 훨씬 더 쓰레기같은 인간이 세계 최대 강국인 미국의 대통령이 되는 걸 목도했기 때문이다. 이제 그들은 자신이 가진 인종차별과 각종 혐오를 여과없이 드러내도 되는 세상이 되었다고 믿을 것이다.
대통령 선거 이후 미국에서 계속해서 시위가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더 불행한 예상을 하자면 이 시위가 별 성과없이 끝나고 시위의 기운이 사그라드는 순간 비극은 더욱 더 깊어질 것이란 점이다. 상기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지금도 흑인들에 대한 경관들의 과잉 대응으로 인한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 하고 있다는 걸 말이다. 트럼프 당선은 그 사태에 불을 끼얹는 사건이다.
그래도 그렇지 않을 거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을 거다. 그건 과한 걱정이라고 말이다. 그래? 그렇다면 최근에 일어난 그와 비슷한 사례를 한 번 보자. 영국의 '브렉시트'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투표라는 합법적인 과정으로 거쳐 스스로 망하는 길을 선택한 사건'이라 불리는 영국의 EU탈퇴에 대한 국민투표. 표면적으론 EU의 과도한 간섭같은 조건들도 있지만 알다시피 핵심은 이민자에 대한 반감이다. 실제로 영국내의 극우 인종차별주의 파시스트들이 이민자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을 통해 브렉시트 지지를 이끌어냈다는 건 익히 잘 알려진 사건이다.
그리고 다들 알다시피 아무도 예상 못 했던 결과가 나왔다. 그 사건이후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두 가지였다. 투표가 끝난 뒤에서야 브렉시트가 정말로 뭔지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것(...)과 이민자와 외국인에 대한 혐오 범죄가 급격하게 늘었다는 점이다. 브렉시트를 찬성한 부끄러운 인종 차별주의자들은 선거의 결과를 보고 자신들의 생각을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대중적인 것이라 믿게 된 것이다.
자신의 고통를 타인, 그것도 약자나 소수자에게 전가함으로서 벗어나보고자 하는 건 약자들의 패턴이다. 잘 알아둬야 한다. 약자와 소수자들에게 강한 표현을 일삼는 이들은 실제론 가장 약한 자들이고 그래서 그들은 자신의 편이 없으면 스스로의 본색마저 숨기려 드는 인간들이라는 것이다. 영국의 브렉시트와 미국의 트럼프 당선은 그 삐뚤어지고 어리석으며 비겁한 약자들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주었고 그들은 이제 기꺼이 나치가 되고자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