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먹고 바람똥

기업과 나라는 다르다.

The Skeptic 2017. 4. 24. 14:48

자주 언급했던 바인데 기업과 나라는 본질적으로 전혀 다른 것을 다룬다. 


당연하게도 그 둘을 대하는 사람의 태도는 사뭇 다르게 마련이다. 이미 지난 죄박이 시절, 우리는 나라를 기업처럼 대하는 사람이 독재를 행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목도한 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에서도 몇몇 후보자들은 그 잘못된 인식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중이다. 


솔직히 말해서 유승민은 그렇다 치자. 출신 자체가 그 쪽이고 그게 자랑인 사람이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의 기업 위주의 가치관이 올바르다는 것은 아니다. 비록 이제 와서 나름 보기에 좋은 공약을 내세우고 있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그가 지난 죄박이-그네 시절 새누리당에서 꽤나 중심적인 위치에 있었던 적이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 기간동안 지금 대선 후보가 되어서 내놓고 있는 그 좋은 공약들을 단 하나도 성사시키지 못 했을 뿐 아니라 사실상 더 나쁜 쪽으로 몰고 갔다는 점이다. 


이제 와서 그를 믿어야 할만한 별다른 이유는 없다. 적어도 그건 그가 친박과 이별하고 바른 정당의 수장이 된 이후 어떤 행보를 보이는가를 보고난 이후에 선택해도 무방한 정도다. 급할 거 없다. 


문제는 안철수다. 처음 대중적으로 인지도를 알리던 시절, 그가 해왔던 언행이 지금 현재 대선 후보가 된 이후 모두 다 바뀌고 있는 중이다. 단순히 기업에 대한 특혜라는 차원을 넘어서서 그는 가장 열렬한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주창하고 있다. 단설 유치원 발언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교육 부문과 에너지 정책 등등 거의 모든 공공부문에 대해서 그는 사실상 민영화를 주장하고 있는 중이다. 


이게 문제가 되는 것은 단순히 민영화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들 때문만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민영화의 의미는 이윤추구 행위를 전제한다. 돈 안되는 일은 하지 않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민영화는 돈 나올 구석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을 신경쓰지 않는다. 그 자체로 부의 집중과 양극화를 초래할 수 밖에 없다. 공공 부문이 존재하고, 반드시 존재해야만 하는 이유다. 여기까지는 이른바 민영화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한계다. 


이보다 더 큰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민영화를 통해 개인의 소유가 된 공공부문들이 사회의 새로운 지배계급으로 등장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 단적인 사례가 바로 남미에서 벌어지고 있다. 10여년전 좌파 정권이 대거 들어서며 신자유주의적 정책의 폐해가 사라질 것이라 믿었던 남미 시민들의 바램은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다. 좌파 정권이 들어섰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왜 그럴까? 


정권의 성격은 바뀌었지만 사실상 구조는 전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주요한 기업들만이 아니라 민영화된 부문들 역시 여전히 개인의 소유이다. 그 경제력을 바탕으로 언론과 정부인사, 학계에 이르기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중이다. 심지어 좌파 정권의 몇몇 인사들 역시 그 구조에 동조하는 댓가로 뒷돈을 챙기기도 한다. 부패한 정권하에서 성장한 기업들이 할 수 있는 생존방식은 이런 식이 될 수밖에 없다. 


이 구조를 깨기 위해선 사실상 혁명에 가까운 변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건 쉽지 않다. 그렇게 개혁과 변화는 기득권의 저항에 부딪치며 지지부진해지고 사람들은 지쳐가는 거다. (한 가지 더 언급하자면 우리의 경우도 일부 언론에서 의도적으로 인용하는 '개혁 피로감'이란 건 개혁,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문제가 아니라 개혁에 저항함으로서 개혁 자체를 무산시키려는 시도들과 그 시도들에 부화뇌동하는 언론과 학계가 의도적으로 만들어 내는 이데올로기적 언사에 가까운데 늘 그렇지만 언론과 학계가 같은 목소리를 내면 사람들은 쉽게 넘어가는 것이 보통이다)


말하자면 지금 현재 드러난 공약만 놓고 보자면 가장 위험한 후보는 유승민보다 안철수라는 것이다.(막걸리 먹고 쉰 소리하는 할배는 거르자. 정말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 


난 개인적으로 심상정이 당선되었으면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선거제도가 상당히 왜곡되어 있는 탓에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 하는 우리의 정치 구조상 마지막까지 저울질을 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저울질의 대상은 문재인과 심상정 둘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