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식한 대통령
노 대통령은 "현실을 봐야 하며 객관적 사실을 인정해야 하며 이론과 사실이 다르게 갈 때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며 "듣기도 하고 말하기도 하고 대화와 타협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국가적 전략을 이데올로기 싸움이나 정쟁의 대상으로 악용해선 안된다"며 "찬반은 얼마든지
좋은데 사실이 공정해야 되고, 그것을 토대로 얘기해야 하며, 정치적 선동 방식으로의 논쟁이 아니라 실질적 내용과 예측의 논리를 갖고 논쟁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대통령이란 사람이 이렇게 말했단다. 솔직히 이제 저 나이 또래의 '민주화 운동'좀 했네 하는 인간들의 무지함에 대해서 이젠 별 느낌도 없다. 고작 책 몇권 읽고 그것에 세상의 전부인 양 떠들다가 갑작스레 대통령이 되더니 다른 세상이 보이더라는 식의 멍청한 소리라니.
노대통령에게 한 마디 충고하겠는데 당신이 지적하는 달라진 세상은 당신이 알기 이전부터 계속 그런 식으로 흘러왔다는 거다. 당신만 몰랐던 거다. 혼자서 무슨 신천지나 발견한 양 흥분하지 마라. 무식이 철철 넘쳐 흐르는게 보이니까.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이른바 진보와 약자들에게 '대화와 타협'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가? 포항 건설노조 사태에서도 이미 보여졌듯이 그것은 '무기력한 양보'에 다름 아니다. 그것은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역시 마찬가지다. 노무현 당신이 대통령이 되어서도 그 질서는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아니 오히려 당신은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미명하에 기업의 이익을 전적으로 옹호해 주었다. 노동계나 약자들에게도 무언가 해주었다고 말하지 마라. 빵부스러기 몇 개 던져주는 것은 그들의 인권이나 인간적 삶과 아무런 관련도 없다. 그리고 노무현 당신이 이해하고 있는 이른바 '진보'의 수준은 개발독재를 구가했던 박정희와 하나도 다르지 않다. 그건 자랑이 아니다.
열린우리당 대표라는 김근태가 재벌들과 뉴딜을 제안하고 나섰다. 그 뉴딜에서 김근태가 재벌들에게 갖다 바치겠다고 한 것은 '사회정의'고 그 댓가로 받을 것은 재벌들의 쌈지돈이다. 누구에게나 공히 평등하고 공정해야할 사회정의를 팔아 돈을 구걸하겠다는 발상이 여당의 대표라는 사람의 머리에서, 그것도 과거 군사독재정권의 고문을 받았다는 사람의 발상이란 사실은 놀랍기 그지없다.
한때 열린 우리당이 국회에서 절대다수당의 위치를 점하던 시절, '친일재산 환수법'을 통과시켰었다. 왜 그런 것을 하려고 했을까? 그냥 심심해서? 아니면 대한민국의 그 저열한 대중적 내셔날리즘에 호소해서 인기 좀 끌어 보려고? 이번 김근태 사건을 통해서 그 법안 통과가 '사회정의 실현' 과 같은 의미는 결코 아니었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이로써 드디어 민주화 운동 1세대들의 무지함으로 인한 변절과 광범위한 정치적 사망은 그 완결점에 이르렀다는 느낌이다. 그들이 시체썩는 냄새를 풍기면서도 여전히 권력에 집착하는 좀비와 같은 행태를 계속해서 보인다면 정말로 심각하게 이민을 고려해야 할 듯 싶다. 생각을 할줄 모르는 극우파시스트들과 대충 아는 지식을 대단한 것인양 우기는 것밖에 할 줄 모르는 사상적 사기꾼들의 나라에서 희망을 찾으라는 것은 너무 고단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