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뽜~~~ 저 결혼해요. 꼭 오세요."
라며 후배 뇬이 손전화를 땡기셨다.
"결혼? 네가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결혼을 안하고 있었냐? 너 구라지? 사실은 재혼이지?"
라며 뻥구라놀이를 하다가 문득 어깨에 힘 좀 주려고 말했다.
"그래도 명색이 대선배님이신데 와서 인사하고 청첩장은 갖다 바쳐야 하는 것 아니냐?"
"청첩장은 없구 싸이 클럽에 올려져 있으니 보구 출력해서 오시구랴."
그렇다. 세상은 바야흐로 디지탈의 시대, 종이쪼가리에 불과한 청첩장이 무어 그리 대수겠는가. 한때는 그것이 결혼식장 식권을 대체하던 시절도 있었으나 알다시피 가슴팍에 살포시 붙여주는 스티커의 세대를 지나 돈내면 나눠주는 식권이 대세. 청첩장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이다.
...... 음, 식권 이야기를 하려던 것은 아니었고 싸이이야기를 하려던 거였다. 생각해보니 나도 싸이월드에 미니홈피란 것을 갖고 있긴 하다. 그렇다고 열심히 관리하는 건 아니다. 그저 단순한 학연관계의 인간들이 그 곳에 근거지를 만드는 통에 들여가 보려면 별 수없이 가입을 할 수밖에 없었을 뿐이다. 그리고 돌아보면 사이버 공간의 곳곳에 일일이 기억하기 힘들 정도로 이름을 올려놓았던 것 같다.
사소한 것 하나를 하려고 해도 회원가입을 요구하던 시절이 있었던 탓과 멋 모르고 무턱대고 회원가입을 해야만 하는 줄 알았던 무식이 넘쳐 흐르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저 회원수 뻥튀기를 통해 덩치 싸움을 벌이려는 각종 포탈 사이트들의 허풍이란 것을 알고난 이후, 그리고 굳이 그 따위 것을 하지 않아도 인터넷이란 쓰레기의 바다엔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알고난 후론 더 이상 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올만에 싸이엘 들어가 봤다. 관리도 안 하고 그저 출입하기 위한 열쇠정도의 용도로 마련한 것이긴 하지만 아무 것도 없이 덩그러니 버려진 빈 방을 보고 있자니 새삼 기분이 꿀꿀하다.
함 관리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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