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유목민 생활을 하다 보면...

The Skeptic 2009. 6. 24. 20:55

재미있는 현상을 깨닫게 된다. 오늘도 하릴없이 인터넷 유목민 생활을 하다가 문득 인터넷에선 꽤 알려진 이의 블로그를 방문하게 되었다. 한 분야에 대한 애정과 그 애정을 재미있게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의 집이었다. 내가 상상하던 모습(겉모습이 아니라)과 그리 다르지 않아서 매우 유쾌하게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충격적인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다. 그는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젊다. 아마도 이 형아아저씨가 대학교에서 데모질하고 있을때 초등학고 고학년쯤 되었을 나이다.

 

문득 그걸 깨닫고 나니 같은 인터넷 질을 하고 있지만 그와 나의 차이가 두드러져 보인다. 일단 난 인터넷을 하지만 그 흔한 동호회 활동같은 것 하지 않는다. 제 아무리 흥미를 끄는 카페나 통호회가 있어도 가입따위 하지 않는다. 무조건 독고다이다. 물론 살면서 흥분할 정도로 내 관심을 빼았았던 대상이 거의 없었다는 무기력증 환자라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말이다. 사실 그럴 수 밖에 없긴 하다. 내가 인터넷을 시작하던 당시만 해도 블로그니 메신저니 하는 따위의 소통도구들이 현저히 부족하던 시절이었다.

 

컴터의 하드웨어나 소프트 웨어역시 빈약하긴 마찬가지였다. 컴터가 고장나서 부팅이 안 되면 부팅용 판디스켓을 넣어 부팅을 시키고 역시 판 디스켓 한장짜리 삼국지 게임을 집어 넣고 몇 시간씩 턴게임을 해도 즐겁던 그런 시절이었고, 컴터 하드가 이상하면 조각 모음을 실행시켜놓고 하룻밤 자고 일어나 보면 거의 다 되어 있었던 시절이었고, 결정적으로 컴터가 있어도 전동 타자기가 훨씬씬 편하던 시절이었으니까. - 새로 산 하드를 포맷하다가 중간에 갑자기 전기가 나가 버리는 바람에 졸지에 고철이 되어버린 아픈 기억도 있다.

 

결국 기계문명의 발달 정도에 따라 한 인간의 개인사까지도 판이하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또 증명되는 것은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있다는 것은 쌩 거짓말이란 거다.

그런 개구라를 가르치기 전에 인간이 환경으로부터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받는 존재인가를 먼저 가르쳐야 한다.

그래서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극히 제한적이며

대부분의 문제들은 개인이 아니라 집단이 함께 노력해야만 해결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먼저 주어야 한다.

 

그런데 샹...

이 넘의 세상은 그걸 완전히 거꾸로 가르친다.

아니면 모든 걸 신에게 맡기라고 가르치거나.

아니 신이 당신들한테 뭐 그렇게 크게 잘못했다고 잡아 먹지 못해 안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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