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verland' 마이클 잭슨이 살았다는 바로 그 저택의 이름. 소년에서 결코 늙지 않는다는 피터팬이 살고 있고, 끝없이 째깍대는 시계를 뱃속에 품고 있는 악어와 그 악어에 경기를 일으키는 후크 선장이 사는 바로 그 곳. 아마도 마이클 잭슨의 일생과 가치관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상이 아닐까 싶다. 물론 그 이름에 걸맞게 결코 존재할 수 없는 곳이기에 현실속의 네버랜드에 대한 그의 욕망은 이루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아무리 성형수술을 해도 그는 소년으로 나이들어갈 수 없었을 것이며, 소년시대 혹은 유년시대에 대한 그의 욕망은 아동 성추행이란 일그러진 형태로 표출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 그가 죽었단다.
음악듣기의 시작을 팝송과 함께 했던 나로선 소년시절의 음악듣기에서 마이클 잭슨의 이름은 결코 빠질 수 없는 것이었다. 비록 당시엔 귀에 착착 감기는 이른바 메인 스트림의 음악들이 아닌 헤비메탈이나 하드락만을 진정한 음악이라고 우기던 치기를 부리던 시절이라 일부러 관심없는 척 하긴 했지만 그런 나의 의미없는 발버둥을 비웃기라도 하듯 마이클 잭슨의 음악은 세이렌의 노래처럼 내가 방심한 매 순간들을 파고 들어왔었다. 그러다 그의 7집 앨범 'Bad'가 출시되었다. 그리고 난 곧 항복하고 말았다. 그래 니가 짱이다!
다른 이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마이클 잭슨의 앨범들중 내가 최고로 치는 것은 바로 이 7집 앨범 'Bad'다. 물론 이 견해엔 약간 문제가 있다. 그 앨범이 출시되었던 해를 즈음해서 내겐 인생의 몇 가지 전환점들이 연이어 찾아왔었고 한동안 팝음악의 넓고 깊은 바다로 들어갈 기회를 자의반 타의반 상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 전환점들이 '유레카'를 외칠만한 개인적 깨달음같은 것은 아니었고 남들도 대충 다 겪는, 그러나 쉽게 일반화하기엔 개인적으로 좀 강렬한 그런 것들이었다. 때문에 그 앨범이후로도 꽤 많은 앨범과 싱글들이 발매되었지만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이후 내게 마이클 잭슨에 대한 기억은 '성형수술 부작용', '아동 성추행', '화려했던 내한공연'같은 분절적이고 단속적이며 연관성없는 가쉽의 주인공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1년에 한번정도 어쩌다 심하게 기분이 이상한 날이면 이 앨범 'Bad'를 꺼내어 듣곤 했었다. 그리고 그 때마다 똑같은 생각을 하곤 했다.
"아니 이게 1987년에 나온 음악이란게 말이 돼!"
물론 한 개인의 기억이란 것이 역사책 뒷편에 등재된 연대표나 지질학자들이 열광하는 지층처럼 차곡차곡 축적되는 것이 아니란 것을 고려하면 '과거의 음악은 지금 들으면 촌스럽다'라는 것은 편견에 가까울 수 있다. 그러나 그 앨범 'Bad'는 분명 그런 편견조차 뛰어 넘어 버린다. 이건 결국 '보편성'의 문제다. 물론 스스로 메인 스트림을 표방하는 음악들이라면 누구나 추구하는 가치일 테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쉽게 성취할 수 있는 그런 것은 분명 아니다. 마이클 잭슨이 '팝의 황제'인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그의 사망소식을 듣고 새삼 그에 대한 정보를 검색한다. 다음에 의하면 58년 개띠, 나이 계산을 하는데 항상 곤란함을 겪는 내 계산법으로 52세다. 그러나 내 기억 속 그는 아이도 아니고 어른도 아닌, 남성도 아니고 여성도 아닌, 심지어 흑인도 아니고 백인도 아닌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런 인물이었다. 몇 번인가 보도된 성형 부작용의혹 사진이 존재함에도 여전히 그렇다. 그러니 그를 58년 개띠 아저씨형이라고 부르기엔 뭔가 이상하다. 그런 그가 죽었다. 그도 결국 피터팬이 되진 못한 것이다.
삼가 명복을...
이것이 바로 '그' 앨범 <Bad>다.
p.s.
그나저나 나도 어서 팅커벨을 찾아야
네버랜드로 돌아갈 텐데...
p.s.
영화로 더 알려진 미녀 삼총사의 파라 포셋도 같은 날 사망했다는 군요.
근데 난 그 분이 거의 기억이 안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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