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남자의 문제다. 궁지에 몰려 갈 곳이 없는 한국 남자에게 (루저 발언이) 뺨을 때린 격이 됐다. 게다가 서양 미녀 앞에서 말하지 않았나. 서양 영화에서 동양인에 대한 편견을 그리기도 하고, 또 한국 남자들이 서양 여자들 앞에서 위축되는 경우도 있다"
"엄청난 사회 변화에 저항할 수 없었던 남자들이 덤비는 격이 됐다. 사실 남성들이 이제 더 이상 공식 석상에서 남성성을 드러낼 수 없는 시대가 됐다. 또 요즘은 여자들도 남성들에게 외적인 것들을 요구하게 됐다"
"아프리카 연구 결과, 기생충이 많은 지역에서 외모를 따진다. 한국 남자들의 머릿 속에 기생충이 많다"
교수란다. 대학은 알겠는데 전공이 뭔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별로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그저 인터넷에 보도된 그의 발언만 놓고 보자면 이공계 계열일 확률은 별로 없어 보인다. 특히 그의 마지막 발언은 다소 문학적인 비유라면 이해할 수 있겠지만 과학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설득력이라곤 거의 없다. 고로 이공계나 특히나 자연과학 계열의 교수일 확률은 거의 전무하다. 그리고 그런 그의 성향은 앞의 두 언급에서도 계속해서 드러난다.
서양 영화에 드러나는 동양인에 대한 편견은 사실 이미 고루한 내용이며 서양 여자들 앞에서 남조선 남자들이 위축된다는 것 역시 그 편견과 일치하는 내용이지 별개의 내용은 아니다. 에드워드 사이드가 그의 저서 '오리엔탈리즘'에서 지적한 것처럼 오리엔탈리즘은 서양인들이 동양인을 바라보는 편견일 뿐 아니라 그 서양인의 시각을 정상적인 것으로 받아 들인 동양인들이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서양여자 대 남조선 남자란 대당은 그 보편적 현상을 지극히 협소한 형태로 축소시킨 우를 범한 것이라고 볼 수 있으며 심지어 그 나이대의 남조선 남성들이 서양 여자들에 대해 갖고 있는 특수한 인식 지형을 지나치게 보편화시킨 실수를 범하고 있기도 하다.
두번째 발언 역시 실은 심각한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그건 바로 '남성성'의 의미 때문이다. 엄청난 사회변화에 저항할 수 없게 된 남자들이란 현상을 짚어낸 것은 정확한 편이지만 그가 '남성성'을 언급하는 순간 발언의 의미가 혼란속에 빠지고 만다. 과연 그가 언급한 '공식석상에서 드러낼 수 없는 남성성'이란 어떤 것일까? 난 그가 언급한 '남성성'이란 것이 남조선 사회에서 흔히 알려진 바 '성인남성위주의 마초적 가부장제'라고 생각한다. 최근 들어 공식석상에서 드러내놓고 언급할 수 없는 것이 되어 버렸으니까.
그런데 정말 심각한 문제는 그게 어째서 '남성성'인가 하는 점이다. <남성성>과 <마초적 꼴통 가부장제>는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나 역시 후자를 잘못된 상식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을 남성성과 동일시하는 것 또한 극도로 잘못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남성성이란 가부장제와 같은 사회적 구조로 드러나기 이전 단계의 문제, 말하자면 남성이란 존재가 육체적, 정신적으로 여성과 어떤 차이를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과 대답이다. 혼동하기 쉽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그것이 가부장제와 직접적으로 그리고 자동적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말하자면 '남성성'이 어떤 것인지 정의가 먼저 되고 난 후에 집단을 이루며 살아가야 하는 인간의 사회적 속성상 집단안에서 어떤 태도를 지향해야 하고 또 회피해야 하는지에 판단이 가능하게 된다는 말이다. 이 분리된 두 사실을 두리뭉실 하나로 묶어서 남성성이란 표현하는 것은 TV에 나와서 자극적인 발언으로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역할을 할 순 있을지 모르지만 사회현상을 정확히 이해하는 데 있어서 좋은 태도는 분명 아니다.
별 근거없는 남성 선민사상/남성 우월주의을 가부장제와 연결시키는 것은 분명 잘못이다. 과거에 이 조합이 의미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효한가는 분명 되짚어 봐야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남성성을 부정하는 의미로 호도되어선 안 된다. 그건은 남성과 여성의 각종 차이들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하는 남녀 평등의 문제를 남성과 여성은 단 한줌의 먼지같은 차이조차 없다는 기계론적인 평등의 함정에 빠지게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볼때 김정운이란 이 교수는 현재 남조선이란 나라의 남성들이 처한 상황을 대략적으론 파악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런데 '서양 여성/남조선 남성'발언에서 보이는 것처럼 자신의 경험을 지나치게 보편화시키거나 '남성성'과 '남성중심의 가부장제'를 구분하지 않는 착각을 일으키는 걸로 봐선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 같진 않다. 결국 딱 대중성을 중시하는 TV용 교수인 셈이다.
p.s.
글을 쓰면서 생각난 건데 이공계나 의약계열 쪽은 분명이 아니고 인문 사회과학 계열도 아닌 것 같다. 그저 문학 계통이거나 예술계통의 교수가 아닐까 싶다. 검색을 해보면 되겠지만 이 눈내린 처량한 야밤에 남자 프로필이나 찾아보는 짓거리는 별로 하고 싶지 않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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