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먹고 바람똥

진리도 타협이 가능하다면 좋겠다.

The Skeptic 2010. 2. 21. 01:25

"진리를 알찌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하리라 요한8장32절" 

 

진리라는 게 그렇다. 누가 어떤 의도로 진리라 호명하는가에 따라서 진리의 의미도 사뭇 달라진다. 시골장터 엉터리 약장수의 휜소리마냥 만고에 절대적인 진리라는 건 애시당초 기대하지 않는다. 몇 번 말했던 것처럼 제한적인 상황에서 제한적인 의미와 용도로 유의미한 진리가 존재할 뿐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어떤 상황, 어떤 의미로든지 간에 진리는 늘 인간에게 자유를 선사한다는 것은 맞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 진리를 누리기엔 너무나 파란만장한 삶을 선택해야 한다는 맹점이 있다. 물론 그 자유를 누리기로 결정한 이에겐 그렇지도 않을 수도 있고 그렇다고들 말한다. 단지 빨간 알약을 삼키기 두려워 파란 알약을 삼키고 영원히 매트릭스 안에서 적당히 타협하기로 결정한 이들에게 그렇게 보일 뿐이다. 그러나 빨간 알약을 삼킨 네오와 그의 동료들의 삶을 보라. 물론 선택과 의지의 문제다. 그리고 인간의 위대한 점중 하나는 바로 의지기도 하다. 그러나 결과가 어떠할 것임을 알고도 빨간 알약을 삼킬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될까? 

 

어린 시절엔 종교의 길로 투신하기로 마음먹은 이들에게 종교계에서 다소 비인간적이다 싶을 정도로 금욕과 절제,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도 절대적 고독을 강조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람이 진리를 깨우치는 것은 사실 과히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누구나 그럴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어렵진 않으나 그마저도 깨닫는 이들조차 소수에 불과하다. 

 

문제는 그 진리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살아가기엔 너무나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는 거다. 흔히 탐욕과 욕심을 경계하라고 가르치지만 사실 그보다 더 인간을 옭아매는 것은 사실 바로 인연이고 인간관계다. 한 편으로 그런 이유로 진리가 가리키는 삶을 살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래도 세상엔 착하고 여린 사람들이 참 많구나 하는 생각에 안도하게 되면서도 다른 한편 그 때문에 그들이 또 불행한 삶을 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면 씁쓸해진다. 

 

나가는 길에 그저 한 가지 지적하자면 자신의 의지에 따라 진리의 길을 선택하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그저 자신들과 다른 삶을 산다는 이유만으로 멸시와 배제를 선동하는 머저리같은 짓은 하지 말 것이며 그런 모자란 부류들의 선동에 넘어가지도 말았으면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