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이야기 3.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선거 패배의 책임이 엉뚱한 곳으로 튀고 있다. 바로 진보신당 책임론이다. 애초에 진보신당이 야권 단일화에 합의했더라면 서울과 경기 2곳 모두 이기던지 아니면 둘중의 한 군데는 이겼을 것이란 결과론이 그것이다. 물론 이건 매우 근거있는 사실이다. 따라서 야권 단일 후보 승리를 통한 죄박이 정권의 심판을 강렬하게 바랬던 사람들에게선 이런 반응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알다시피 개별 정당, 그것도 지향점이 다른 정당이 선거에서 타 후보와 단일화를 이루는 것은 제 아무리 특수한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용이한 일도 아니고 다른 누군가가 강요할 일도 아니다. 게다가 뒤집어 말하자면 일개 군소정당의 힘이 없다고 해서 질 정도라면 차후에도 연속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존재할 수밖에 없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군소정당은 그 논리와 구도에 끌려갈 수 밖에 없다는 걸 고려하면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그렇다면 진보신당의 책임은 없을까? 난 있다고 본다. 그렇다고 선거 자체에 대한 책임은 아니다. 오히려 진보신당 내부의 문제라고 여겨진다. 경기도지사 심상정 후보가 후보단일화와 죄박이 정권 심판을 위해 사퇴한 상황에서도 서울시장 후보였던 노회찬 후보는 완주했다. 결국 경기도지사 후보 사퇴는 당차원의 결정이 아니라 심상정 후보의 개인적인 판단이었다는 점이다. 공당으로서 보일 만한 모습은 아니었다. 게다가 더 의문스러운 것은 진보신당이 과연 어떤 정치세력으로 자리잡기를 원하는지 애매해졌다는 점이다. 군소정당의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지명도다. 그 관점에서 보면 노회찬, 심상정은 그야말로 당의 얼굴이다. 그런데 요 몇년동안 진보신당은 이 둘을 갓 데뷔한 아이돌 가수마냥 여기저기 지나치게 굴리고 있다. 현실적으로 이런 행태는 장기적으로 진보신당의 지명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물론 결과론이고 당시엔 나 역시 이런저런 개인적인 사정탓에 그런 견해를 표명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애시당초 느슨한 수준의 정책연대를 얻어낸 후엔 야권 후보 단일화에 동참했어야 했다는 것이 내 판단이었다. 명분도 얻을 수 있고 다가올 다른 선거들에사 더 많은 정책과 실리를 얻을 수도 있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의문이 생긴다. 진보신당은 '이념정당'을 지향하는 것인가? 아니면 '대중정당'을 지향하는 것인가? 이번 선거에서 진보신당이 보여준 모습은 그 어느 쪽도 아니었고 결과적으로 명분도 실리도 얻지 못했다. 이념이나 정책적인 면에서 상당히 공감을 하는 당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으로 아마츄어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점은 아쉽다. 문제는 그 모습이 진보신당 스스로 당의 성격을 제대로 규정하지 못한 탓이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든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