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의 상인

DTI규제완화는 주객전도.

The Skeptic 2010. 7. 20. 15:00

DTI 규제완화에 대한 반대여론이 높다. 당연하다. 기준금리 인상이 계속될 것이란 것이 기정사실화되어서 앞으로도 대출금리는 더 높아질 것이고 주택 가격도 상승보다는 하락이 예견되어 있는데 단지 대출을 더 해줄 테니 주택을 구입하라는 제안을 누가 받아들이겠는가? 게다가 이런 규제완화는 금융권의 건전성 문제와도 관련이 깊다. 안 그래도 제 2금융권이 멍청한 노가다 정권의 개발계획에 장단을 맞추느라 막대한 PF자금을 대출한 탓에 문제가 되고 있는 마당에 또 같은 짓을 하라고?

 

국가 재정이 파탄나건 말건 금융사들이 망해나가건 말건 자기들 밥그릇만 챙기려 드는 건설 노가다들과 부동산 사기꾼들의 주장에 동조할 필요는 없다. 남한 경제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 거품에 의해 유지된다는 견해엔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그 거품을 유지하기 위해 더 큰 위험을 감수하라는 주장엔 결코 동의할 수가 없다. 차라리 이 참에 남한 경제의 부동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나은 선택이다. 

 

부동산 시장의 붕괴는 경기침체와 연결된다고 협박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만약 경제가 활황이었다면 부동산 거품 정도는 문제가 되지도 않을 것이다. 이미 침체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는 것이고 거품붕괴의 여파가 크게 느껴지는 것 뿐이다. 그리고 이런 패턴의 경제 침체 국면은 색다른 것도 아니다. 어느 나라건 경기침체는 이런 패턴을 보이는 것이 정상(...)이다. 

 

게다가 부동산 시장의 위축과 아직 본격화되지 않은 가격 하락을 막아낼 만한 뾰족한 대책은 없다. 흔히 말하는 대증적이고 한시적인 요법을 동원하여 심각한 타격을 입을 개인들을 보호해주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만들어 낼 필요는 있지만 그 이상의 대책은 없다. 

 

강조하건데 부동산 시장도 한 나라의 경제 흐름에 종속된 요소에 불과하다. 그동안 부동산 거품에 의지해서 경기를 활황세로 이끈 탓에 그 비중이 지나치게 늘어났지만 종속 요소라는 건 변하지 않는다. 부동산을 위해 국가 경제를 희생한다는 건 주객이 전도된 것이며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것이다. 설마 그런 멍청한 짓을 하지는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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