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추정과 가정

The Skeptic 2010. 9. 28. 02:11

컴터가 고장이 났다. 약 두달전에 초심자들의 간을 떨어뜨지만 구력이 꽤 된 인간들에겐 그저 오랜만에 찾아온 반갑지 않은 친구같다는 블루 스크린이 떴다. '어? 이 번거로운 녀석' 강제종료후 재부팅. 그리고 다시 두 달뒤(이러니 무슨 영화 나레이션같다) 다시 찾아온 번거로운 친구 블루 스크린. 이건 필시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다 싶어서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고 증상을 따져봤다. 그래서 나온 추정 결론은 2 가지.  

 

1. 하드가 오래 되서 맛이 갔다.

2. 파티션이 깨졌다.  

 

2번이 가장 행복한 결론이나 1번만 되도 만족. 증상을 보건데 메인보드나 비디오 카드가 맛이 갔을 확률은 거의 없지만 이런 경우엔 하드가 아니라 컴터를 통째로 들고 가서 수리를 받아야 하기에 매우 번거롭다. 그래서 아들딸 낳고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결론이길 바라며 하드만 달랑 떼서 수리점으로. 전문가의 손길을 접한 하드는 순순히 자신의 죄를 이실직고했고 다행히 행복한 결말인 2번 '파티션이 깨졌다.'

 

"파티션 깨진 거라는 걸 어떻게 아셨어요?"

".....??? 글쎄요? 그냥 증상보니 두 가지 경우가 가장 확률이 높길래....."

"그것만 해도 대단하시네요. 그냥 고치시지 그러셨어요."

"(내가 그걸 알면 이 짓을 하겠니?) 아... 네..."

 

물론 추정이나 가정이란 것을 좀 더 정확한 결론 쪽으로 이끌어 가는 것도 능력이긴 하다. 그러나 그래봐야 어디까지나 추정이고 가정이다. 결론을 내릴 능력, 즉 정확한 분석을 통해 문제를 찾아내는 능력과 별개이며 문제를 해결해내는 능력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진심인지 아니면 인사치레로 그러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서로 다른 능력들을 잘 구분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사실 굳이 구분해야 할 정도로 중요한 상황인 경우가 많지도 않지만. 아무튼 그 때문에 간혹 난 다른 이들에게서 과대평가를 받는 경향이 있다. 

 

그래봐야 결국 추정과 가정일 뿐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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