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늘 시궁창

G20 쥐그림

The Skeptic 2010. 11. 3. 20:40

G20 쥐그림

 

대책도 없이 돈만 갉아 먹는, 적어도 현재까지 벌어진 거의 모든 G(쥐) 시리즈들은 그랬다. 기껏 내놓은 대책이란 것도 중산층이하의 사람들에겐 아무런 도움도 안 되었으며 오로지 다국적 기업들을 위한 조치들이었을 뿐이다. 그리고 사실 그렇게만 해도 경제지표들은 좋아진다. 그 속내는 전세계적인 '부익부 빈익빈'이지만. 게다가 애시당초 G뒤에 붙는 숫자들은 그리 크지 않았다. 그 숫자들이 점점 더 늘어난 이유는 소수의 국가들의 참여만으론 닥쳐오는 경제 위기들을 해소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제 그 숫자가 20까지 늘어났다. 그렇지만 이렇다할 대책은 별로 없다. 

 

이번 G20의 경우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이미 다국적 기업과 대규모 투기자본들에게 엄청난 자유거래를 허용해 줌으로서 위기를 넘길 수 있다는 발상자체가 효과적이지 못함이 증명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의장국이란 대한민국은 G20 기념 자유거래 바겐세일을 단행함으로서 잘못된 모범을 보여주었다. 다국적 기업과 투기자본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 주요 의제중의 하나가 될 것이 자명한 상황에서도 말이다. 말하자면 이번 G20 의장국인 대한민국은 특정 세력에게만 유리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자칭 의장국이란다. 

 

그런 G(쥐) 20을 풍자하기 위해 포스터에 쥐를 그려넣은, 즉 법적으로 말하자면 훼손한 이에게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가 기각이 되었단다. 경찰의 과잉대응, 과잉충성이란 소리가 나올 법한 일이다. 그런데 정말 기각될지 모르고 한 짓일까?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제 아무리 대가리에 든 것 없는 경찰이라고 해도 고작해야 벌금내면 그만일 사안에 대해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멍청한 짓을 할리는 없다. 물론 실제로 구속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대한민국 경찰은 지금이 무슨 일본제국주의 시대고 자기들은 일본제국주의 앞잡이 순사쯤 되는 걸로 착각한 것일 수도 있다. 사실 그렇게 생각하는 경찰도 있다. 최근에 잘 알려진 이는 바로 조현오인데 불행한 것은 죄박이 이후 경찰 대장 자리에 앉았던 이들은 하나같이 그랬다는 사실이다. 

 

만약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음흉한 속내는 있다. 즉 일종의 '전시효과'인 거다. 옛날에 대역죄인의 목을 쳐서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저잣거리에 내건 것과 같다. '너희들도 까불면 이렇게 할 수 있다'는 협박이다. 차이라면 여기서 옛날이라 지칭한 시절은 임금이 하늘로부터 권력을 받았다는 시절이고 지금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민주주의 시절이란 점이다. 그런데 국민들의 세금받아 일한다는 경찰이 대국민 협박질을 해댄 것이다. 

 

어느 것이 맞는 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어느 쪽이 진실이든 상관없이 경찰이란 조직이 국민들을 어떻게 바로보고 있는가는 명확해졌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10년동안 철 좀 드나 싶었던 경찰이 죄박이 집권 단 2년 반만에 싸가지없고 경우모르는 망나니로 다시 돌아가 버린 것이다.  

 

그 짧은 기간에 군사독재 시절 경찰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만큼 경찰이란 조직 역시 극우 파시스트들의 손아귀에서 놀아나고 있다는 의미다. 사실 이런 경우엔 일일이 색출해내도 무방하다는 것이 내 입장이다. 알다시피 난 극우 파시스트들의 권리따위엔 관심없다. 그러나 민주주의 국가에선 사상과 양심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는 법이다. 말하자면 누군가의 사상이나 신념이 무엇인가를 캐물을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그가 스스로 말하지 않는 한 말이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해야 하나? 

 

늘 말하지만 파시즘은 사상이나 이념이 아니다. 그저 권력욕이고 사적인 이익을 편취하기 위해 권력을 이용하는 것일 뿐이다. 돈만 주면 뭐든 다 할 수 있다는 조폭과 다를 바가 없다. 답은 단순하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도 경찰 조직 내부에 있었으면서도 찍소리 못했던 것이 그 답이다. 파시즘은 사상이나 이념이 아니고 이익에 대한 욕심에 불과하기 때문에 자신보다 강한 권력앞에선 본색을 드러내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