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기사를 보고 있으면 참 난감하다. 제목은 동의하겠는데 내용은 동의하기 힘들다는 점 때문이다. 월스트리트가 지적한 것처럼 한국 경제의 기적은 끝난 것이 맞다. 그것도 한참이나 전에 끝났다. 아무리 좋게 봐줘도 IMF사태 이후까지 양보할 순 없다. 그 사건이 가리키는 바는 한국 경제가 세계경제 속으로 거의 완벽하게 편입되었다는 것을 뜻하며 자유 시장 경제라는 미명하에 이루어지고 있는 전 세계적 약탈 경제앞에 아무런 방비도 없이 노출되었고 더 이상 과거와 같은 고성장은 오지 않을 것이란 의미기 때문이다. 때문에 월스트리트의 지적은 맞다. 그리고 사실 새로운 것도 아니다. 이미 정설이니까. 다만 아직도 대한민국의 경제계, 그러니까 기업, 학계, 정계를 휘어잡고 있는 이들 중엔 아직도 기적은 진행중이라고 믿는 이들이 많다는 문제가 있다. 물론 그들이 생각하는 바 기적이란 언젠가 언급한 것 처럼 인권과 기초적인 경제권을 무시한 노동력 착취라는 측면이 있다. 그래서 아직도 타이어 회사 직원들이나 삼성전자 직원들의 돌연사나 평균치보다 훨씬 높은 발암율같은 건 가볍게 무시받는 것이다. 심지어 '너희들때문에 대한민국의 기업이 죽는다'라고 외치는 모자란 인간들도 많다. 그것도 아주 많다. 결과적으로 제목만 보면 월스트리트 저널의 지적은 매우 올바르다. 그런데... 문제는 그 해법이랍시고 제시한 건데 사실 우습지도 않은게 이미 몇 번의 세계 경제위기를 겪으며면서 실효성을 상실한 정책들임이 증명된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런점에서 보자면 월스트리트 저널 역시 '좋았던 옛날'이란 '기적의 착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이렇게 지적하면 또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그럼 보호무역을 하자는 거냐? 북한식 자립경제냐?'라고 말이다. 기본적으론 지극히 비논리적인 반박이라 사실 무시하기 일쑤지만 그만큼 대한민국이란 나라엔 논리보다는 그저 정치적인 '반댓말 놀이'나 '흑백논리'에 심취한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는 의미다. 난 기본적으로 약탈식 자본주의에 반대한다. 예전엔 노동력의 약탈에 대한 반대였으나 요즘은 노동계급만이 아니라 생태계에 대한 약탈까지 포함하는 쪽으로 확장되었다. (주1) 그러나 이런 인식에서 비롯된 생활방식이란 건 현대 소비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이들에겐 너무나 생소한 것이다. 특히 이제 갓 자본주의의 화려한 조명을 받기 시작한 세대들이 등장한 시점이란 점에서 보자면 근미래에 가능할 것인지조차도 의문스럽다. 물론 자의가 아니라 외부 환경의 변화에 의해 강제될 확률은 매우 높지만. 머 아무튼 인간이 주도적으로 그런 삶으로 변화해갈 여지는 그리 높지 않다. 그렇다면 단기적으로 어떤 것을 해야할까? 단순하다. 자본주의의 기본으로 돌아가면 된다. '작은 정부'란 단순히 시장을 방치하는 정부가 아니라 공정한 시장,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도록 독점이나 정경유착같은 불공정한 거래 행위를 적극적으로 제어하는 정부를 말한다. 단순히 시장에 개입하지 말라는 건 '불공정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해 달라는 거대기업들, 혹은 정경유착이 고착화된 경제주체들의 욕심에 불과하다. 그런데 월스트리트 저널의 주장은 그와 정반대다. 어쩌면 그들은 아직도 미국이 전 세계 최고의 군사대국이란 배경을 통해 달러화를 전 세계 기축통화로 기능하게 함으로서 엄청난 호황을 누렸던 그 옛날에 대한 미망을 버리지 못한 것은 아닐까? 꿈깨라. 그런 시절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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