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천주교
기독교와는 달리 천주교에 대한 내 이미지는 상당히 긍정적이다. 그러나 실제로 원론적으로 따져보면 그 반대가 되어야 정상이다. 천주교는 교황이란 대장이 있고 엄격한 위계질서가 존재한다. 사실상 군대식으로 굴러간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기독교는 그 수많은 계파들만큼이나 다종다양하다. 종교가 없는 이들이 많이 착각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기독교의 계파 역시 서로 다른 교리를 따르기 때문에 나누어졌다는 것이다. 그 계파들이 어떤 이유로 서로 반목하지 않는가 하는 건 잘 모르겠다. 그러나 중요한 건 결국 크든 작은 서로 다른 교리를 따른다는 점이다.
겉으로만 보면 더 다양성을 인정하는 곳은 기독교고 일반적으로 볼때 이건 칭찬받을 만한 특징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 반대다. 그런데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사람들이 흔히 종교에 대해 가지는 일반적인 기대감을 누가 더 잘 충족시키고 있는가 하는 문제다. 특히 나처럼 종교에 대해 비판적이며 신이나 종교따위를 믿을 마음은 눈꼽만치도 없는 사람에겐 그런 게 더 중요한 평가기준이다. 그리고 알다시피 지구상에 존재하는 거의 대부분의 종교는 그 내용만 놓고 볼때 매우 사회주의적이다. 물론 이 기준은 내 기준이다. 이 기준에 동의하지 못할 이들도 대부분의 종교가 복지국가를 지향하고 있다는 정도엔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종교인들은 동의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아무튼 내 기준은 그렇고 그 기준에서 볼때 대한민국의 천주교와 기독교 중 어느 것이 더 기준에 부합한 종교인가 하는 질문은 사실 하나마나한 질문이기도 하다.
정진석 추기경의 헛소리가 문제가 되는 이유 역시 그 때문이다. 내 비록 종교를 믿지 않는 관계로 종교인, 특히 전문 종교인들을 접할 기회도 많진 않았지만 내 기억으로 천주교에서 이토록 대놓고 권력에 야합하는 사람을 본 기억이 없다. 물론 많은 자칭 보수 기독교(라 쓰고 파시스트 기독교라 읽지만) 목사들의 행태보다 결코 심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대한민국의 천주교계가 걸어온 길과 비교해보면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솔직히 그가 명동성당에 부임한 이후(종교인이 아니라 정확한 용어는 모르겠다. 이 점 양해를) 가난한 이들과 핍박받는 이들의 안식처라 불렸던 명동성당을 예수의 가르침을 빙자하며 폐쇄한 이후 난 종교를 개인의 안위를 위한 사적인 도구로 만들어 가려는 추기경의 모습에 적잖이 당황했었다. 그런 한 편 그동안 명동성당과 신도들이 감내했을 많은 불편들 때문에 그럴 수도 있으려니 했었다. 그러나 이번 4대강 발언을 보며 그건 단순한 핑계라는 걸 알게 되었다.
아마도 정진석 추기경은 내 기억속에서 최초로 극우 파시스트 정권과 야합한 정치 추기경으로 기억될지 모르겠다. 물론 아주 최초인 것은 아니다. 소설 '삼총사'에 보면 리슐리외 인가 하는 추기경이 나오지 않던가? 현재로선 그 다음인 것 같다. 소설속의 인물과 경쟁하는 분이시라... 내겐 참 대단한 양반이다.
p.s.
그래도 그나마 다행이라면 천주교 내부에서 이 문제를 지적했다는 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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