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나 헥스] 돈은 참 많이 들인 것 같은데...
결과가 항상 투입과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란 건 이제 매우 상식적인 이야기다. 군바리 독재자가 지배하던 시절엔 그렇게 말하지 않았지만 그 역시도 결국은 노동자들의 뼈골을 빼먹기 위한 정치적 수작에 불과했다. 물론 지금도 그 때의 헛소리를 금과옥조인 양 여기는 또라이들도 많지만 말이다. '노력이 성공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노력하지 않는 자가 성공할 확률은 거의 없다' 늘 그렇지만 결과는 미지의 영역이고 확률의 영역일 뿐이다.
이 영화 '조나 헥스'역시 마찬가지다. 문제는 이 영화에겐 만화 원작이 있는데 그걸 본 적이 없기에 과연 어느 지점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인지 짐작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다만 눈에 확 띄는 분명한 문제를 고르라면 인물들의 평면성이다. 개인적으로 존 말코비치란 배우를 참 좋아한다. 개인적인 성향인지는 모르겠지만 존 말코비치, 스티브 부세미처럼 조연을 주로 맡지만 주연보다도 더 캐릭터에 충실한 배우들을 좋아한다. 그런데 이 영화에선 존 말코비치조차도 아무 평면적인 악당으로 그려진다. 분명히 악행을 일삼는데 그게 전혀 실감나지 않는다. 상황이 이러니 주연 배우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조나 헥스란 배역은 참 매력적인 모습을 많이 갖춘 캐리터다. 죽음 문턱에서 살아 돌아왔지만 완전히 살아난 것이 아니라 죽은 자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참 매력적이고 자신의 옳은 선택때문에 가족을 잃어야 했고 그 분노때문에 선과 악의 중간 지점에 서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 역시 참으로 매력적인 설정이다. 농담이 아니라 이 캐릭터에 대해 연구하고 그 이중적이면서 중간자적인 모습을 어떻게 하면 스크린 아네 가득 채울 것인가'만'을 고멘했더라도 영화는 훨씬 더 재미있고 흥미진진해졌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게 없다. 그저 그렇고 그런 히어로가 있을 뿐이다.
'그저 그런 히어로'. 브루스 윌리스가 주연을 맡아 일약 대형 히트를 기록하며 시리즈물로도 만들어 졌던 영화가 있다. 바로 '다이 하드'다. 이 영화가 히트했던 가장 큰 이유중의 하나는 바로 주인공의 독특한 캐릭터 때문이다. 누가 봐도 영웅적인 일을 하지만 그는 투덜댄다. 명목이 경찰이니 하기는 해야겠는데 총에 맞는 상처는 너무 아프다. 그래서 투덜거리면서 악당들을 때려잡는 거다. 이전의 히어로들과는 다분히 차별적인 그 캐릭터는 대중적으로 큰 호소력과 흡입력을 불러왔고 이후 비슷비슷한 영화들의 전형적인 히어로의 모습으로 고착되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흔히 알려진 다종다양한 히어로물의 캐릭터들 중 어떤 것이 자신의 영화에 더욱 어울리는 캐릭터인가를 잘 골라야 한다는거다. 앞서 언급한 조나 헥스의 배경을 보자. 그 인물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히어로 캐릭터는 과연 무엇일까? 배트맨이 조금 유력하고 그보다는 배트맨에 나왔던 투 페이스가 더욱 적절할 것이다.물론 투 페이스의 경우엔 그저 삐뚤어진 악역으로 등장하지만 상상력으로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영화의 감독은 엉뚱하게도 '다이 하드'의 형사를 골랐다. 잘못 골라도 아주 단단히 잘못 골랐다.
영화를 만드는 이들 중 모자란 이들의 전형적인 선택이랄까? 이들은 쉽고 부담없는 이야기와 구조가 대중성을 확보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실상 대중성을 담보하는 것은 이야기가 가지는 설득력이다. 제 아무리 과장된 캐릭터라고 해도 관객들을 충분히 설득할 수만 있다면 그 인물은 호소력을 갖는다. 게다가 조나 헥스란 캐릭터는 그 자체가 관객들에게 설득을 해야할만큼 복잡한 사연과 배경을 갖고 있다. 그런데 감독은 그 길을 가지 않고 그저 다이하드에서 주인공을 빌려오는 선택을 했다. 나름 상업적으로 안전한 선택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영화는 개판이 되어 버렸다.
p.s.
제일 불쌍한 건 메간 폭스다. 트랜스 포머에서도 그저 얼굴마담이더니 이 영화에서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나빠졌다. 주인공과 짝을 이루는 배역이란 건 사실 상당히 비중있는 역이다. 그런데 이렇게 아무 연관관계도 안 느껴질 정도로 허무한 관계는 참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눈에 띄는 거라곤 이미 많은 언론에서 호들갑을 떨었던 개미허리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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