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나는 가수다' - 본질은 기회의 확대

The Skeptic 2011. 3. 24. 23:17

'나는 가수다' - 본질은 기회의 확대

 

내겐 본인 자신보다는 가수이자 밴드 자우림의 보컬인 김윤아의 남편으로 인식된 분이 '나는 가수다'에 대한 견해를 피력했단다. 뭐 워낙 이슈가 되는 터이니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특정한 견해를 언급하는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 분의 주장은 일단 이 프로그램에 도전하는 가수들의 면면이 누구나 인정할만한 실력을 갖춘 가수들이란 전제에서 출발한다. 반면 그 때문에 다른 오디션 혹은 서바이벌 프로그램과는 다른 포맷을 주장한다. 

 

즉 꼴찌를 탈락시키는 것이 아니라 1위를 탈락시키자는 거다. 물론 1위를 차지한 가수에겐 그 댓가로 다음 번 방송에서 단독 무대를 만들어 주든지 하는 방식의 포상이 따르고 명예롭게 하산(?)하게 해주자는 주장이다. 언뜻 듣기에 따라서 이 주장은 사뭇 그럴 듯해 보인다. 나 역시 이미 검증된 가수들에게 더 이상의 시험이나 도전이란 것이 무의미할 수도 있다는 점에 동의하는 사람으로서 언뜻 신선하게 들렸다. 

 

그러나 문제는 탈락자를 어떻게 고르나냐가 아니라 이 프로그램이 '순위제'라는 측면에 기인한다는 좀 더 본질적인 이유를 되새겨 보면 언뜻 참신해 보이는 이 주장도 그리 큰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을 거다. 본 프로그램에선 도전자들 중 꼴찌를 탈락시키고 나머지가 살아 남는다. 그리고 제안된 방식은 1위가 탈락하고 나머지 가수들이 <남겨진다> 즉 1위를 하지 못한 가수들은 계속해서 남겨질 것이고 이 '남겨진다'는 것은 본 프로그램의 '탈락'만큼이나 그들에겐 압박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먼저 탈락하느냐? 먼저 탈출하느냐? 라는 차이다. 

 

물론 방식의 변화는 결과의 변화를 부른다. 탈락제의 경우 아픔은 탈락하는 한 명에게 집중되지만 탈출제의 경우 남겨진 자의 아픔은 다수에게 부여된다는 점에서 조금 더 인간적이라고 볼 수 있다. 덧붙여 탈출하는 한 명만 발표하고 다른 이들의 점수를 공개하지 않는다면 프로그램은 조금 더 인간적 혹은 말랑말랑해질 수 있다. 

 

내 경우엔 그 제안이 훨씬 더 받아들이기 쉽긴 하다. 다만 그런 식의 변화가 프로그램과 시청자들의 긴장감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맹점이 발생할 수도 있으며 다시 또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여전히 순위제라는 성격을 벗을 수는 없다. 순위제와 결합한 탈락제 혹은 탈출제보다는 충분하고도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매 기회마다 얻은 점수를 합산하는 시즌제를 그나마 내가 더 선호하는 이유다. 중요한 건 프로그램 자체의 목적, 즉 실력있는 가수들에게 대중적인 인지도와 새로운 인상을 제공해보자는 것이라면 결국 중요한 건 좀 더 많은 기회의 제공이 핵심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뭐 그러다 반응이 좋으면 장학퀴즈 식으로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것도 괜찮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