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늘 시궁창

엄기영의 MB식 공약

The Skeptic 2011. 4. 17. 22:54

엄기영의 MB식 공약

 

강원도 도지사 선거에 나선 엄기영이가 죄박이와 다를 바 없는 공약을 내걸었다. '강원도에 대기업을 유치하겠다'는게 그것이다. 거의 모든 선거 때마다 이런 공약이 내걸릴 때마다 난 황당하기가 이를 데가 없는데 또 그 공약을 보고 환호성을 지르는 멍청한 인간들을 보면 어처구니가 없어진다. 

 

정말 단순하게 이야기해보자. 당신이 기업체 사장이다. 어느 곳에 새로 진출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판단이 든다면 당연히 그 곳에 진출할 거다. 심지어 그 곳이 기업을 하기에 열악한 환경이라고 해도 당신은 진출하고자 노력할 거다. 왜? 거기에 돈이 있으니까.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제 아무리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겠노라고 떠들어 봐야 사장인 당신이 보기에 돈이 안 벌릴 것 같으면 안 들어갈 것이다. 

 

물론 '돈이 된다'는 직접적인 유인책이 없이도 기업을 유치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 위해선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짊어져야 할 짐이 아주 크다. 돈이 될만한 환경은 아닌데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선 다른 쪽에서 그만큼을 보전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게 무얼까? 수입이 없으면 고정 비용을 줄이는 것이 상례다. 여기서 고정비용이란 전기/수도같은 소모성 유지비, 임금/상여금같은 비용, 공장용지에 대한 지대/세금같은 것들이 들어간다. 즉 수입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업을 끌어 들이기 위해선 이런 비용부분을 보전해 주어야 한다. 그 중에서도 임금/상여금같은 부분은 기업이 알아서 할 부분이다. 지방자치단체가 기업체의 직원들 월급까지 보전해주는 건 어불성설이다. 

 

결국 전기/수도 비용, 공장용지에 대한 지대/세금의 보전같은 방법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비용을 보전해주기 위한 재원은 어디에서 나올까? 당연히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는 것이고 해당지방자치단체의 세금 수입 부분에서 충당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강원도의 재정자립도는 얼마나 될까? 내가 아는 한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걸로 안다. 즉 현재 강원도의 재정상태를 놓고 볼때 독자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여력이 전혀 없다고 봐야 한다. 기업 유치를 위해 비용을 부담할 처지가 아니라 기업들에게서 제대로 세금을 받아야 하는 처지인 거다. 

 

결과적으로 엄기영이가 말하는 방안이 성공하기 위해선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하나는 중앙정부의 전폭적 지원이다. 형님 이상득이를 위해 그의 지역구에 '빨대'를 꽂아두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미안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강원도 인구수 154만명이다. 나라 전체 인구가 4천 9백만명이 넘는데 말이다. 지방자치단체 선거때나 정치권에서 반짝 관심을 가질 수준이란 의미다. 게다가 그동안 딴나라당 애들이 몇 십년 동안 장기집권을 하면서 강원도에 뭐 하나 제대로 지원들어간 것 있었나? 그런데 갑자기 굴러 들어온 돌인 엄기영이가 도지사가 되었다고 그들이 달라질까? 뭐 난 못 믿겠다. 

 

대한민국 지방의 열악한 사정은 이미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것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이 이른바 '시장에 맡겨놓기'와 같은 식으론 절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람도 없고 돈도 없는 시골 동네에 돈 벌러 가는 멍청한 사람이 있을 리가 없으니까. 결국 이 문제는 행정부, 그것도 중앙정부의 힘이 필요하다. 문제는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시절이라면 그런 것을 기대해 볼 수 있겠지만 죄박이나 딴나라당에겐 전혀 기대할 것이 없다는 점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의 연고지인 경상도도 아니고 정치적 기반인 전라도도 아닌 충청도에 행정수도를 만들겠다는 발상을 했다. 충청도가 아니라 경상도나 전라도에 만들었다면 정치적으로 상당한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곳이 아닌 아무 연고도 없는 충청도를 선택했다. 게다가 단순히 일시적인 토목공사를 일으켜 돈을 뿌리는 것이 아니라 인위적으로라도 인구를 늘림으로서 그 늘어난 인구로 인한 지속적인 지역발전의 효과를 얻고자 했다. 그렇다면 그에 비해 현재 죄박이나 딴나라당 애들은 어떤 걸 하고 있나? 

 

거듭 강조하지만 난 엄기영이의 공약 믿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