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안철수 그리고 정치 역학 서울시장 선거에 박원순과 안철수의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하면서 관심이 집중되는 모양새다. 그리고 그에 따른 역학구도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다. 일단 삼파전이 되는 경우가 가장 흥미진진한데 최근 여론조사처럼 안철수가 압도적 지지를 얻는다면 이야기는 간단해진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지지율'과 '투표율', '득표율'은 매우 다른 통계수치다. 지지한다고 해서 모두 투표를 하러 가는 것도 아니고 간다고 해서 모두 지지하는 인물을 뽑는 것도 아니다. 즉 지지율이란 어느 정도의 허수가 동반된다는 점이다. 그런데 우려스러운 것은 역시 딴나라당에서 나올 후보자의 '득표율'이다. 이미 무상급식선거, 진보적인 가치가 아닌 지극히 보수적인 가치를 다루는 이선거에서 딴나라당 지자자들은 무려 25%가 넘는 지지율을 보여 주었다. 농담아니라 딴나라당 깃발만 이마에 꽂고 나오면 이 정도 '득표율'은 무조건 나온다는 이야기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삼파전이 박빙의 양상으로 펼쳐지는 경우다. 지지층이 없는 이들은 여전히 무관심하겠지만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조직화된 지지층을 가진 이들은 이런 상황에서 총력전으로 나올 것이고 경우에 따라선 30%를 넘어설 수도 있다. 강조하지만 이건 '지지율'이 아니라 '득표율'이다. 아직까지는 거품이 끼어있다고 볼 수 밖에 없는 안철수의 '지지율'과 누가 나와도 무조건 찍어준다는 25.7%의 '득표율'과 '맹신도'를 거느린 집단. 삼파전이 되고 표가 분산되기 시작하면 누구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2파전이라면 이야기가 많이 달라진다. 딴나라당 대 박원순 혹은 안철수라는 구도는 사실 누가 봐도 게임이 안 되는 구도다. 안철수나 박원순 지지자들이 모두 다 넋을 놓고 있거나 부정선거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압도적일 수 밖에 없다. 결국 2파전으로 흐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다. 문제는 역시 많은 이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안철수다. 정치적으로 무당파이며 정치보다는 행정쪽으로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의사 표시를 했다. 대중적인 면에서 아주 좋은 정치적 포지셔닝이지만 현실적인 의미는 별로 없다. '중립'을 자처하는 이들이 가질 수 밖에 없는 현실적 한계다. 그 가장 비근한 예가 바로 경제학자인 정운찬이 총리 정운찬으로 변신하고 난 후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이다. 그는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을 것이다. 그의 스승인 조순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결과는 그 역시 스승인 조순과 같은 길을 걷고 말았다. 정치판이란 곳이 '중립적'이고 '합리적'이며 '중도'와 '실용'을 걷는다고 해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그런 판이 아니다. 특히 정치적, 경제적, 이념적으로 지극히 편향된 인식을 대중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비정상적인 나라에서 이런 노선은 정치적으로 이용당할 수 밖에 없다. 현실적 한계인 것이다. 유럽처럼 극우 파시스트 정당이 존재하지 않거나 혹은 존재하더라도 영향력이 미미한 국가에서라면 상당히 의미가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 대한민국에선 설득력이 별로 없다. 내가 바라는 것은 개인적인 일정이 된다면 박원순과 안철수가 빠른 시일내에 한 자리에 모여 깊이있는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한다는 거다. 일단 그게 가장 먼저니까. p.s. 난 안철수를 좋아한다. 그러나 정치적인 면에서 보자면 검증된 것은 없다. 그가 합리적이고 중립적인 인물이란 것은 알지만 그것이 모두 이슈가 첨예하게 부딪칠 수 밖에 없는 정치판에서 어떤 식으로 작용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단순한 정치적인 지지층이 아니라 실질적인 정치적 힘이 되어줄 집단이 존재하지 않는 한 실패할 확률이 높다. 노무현조차도 그런 경우를 당하지 않았던가? 대의 정치제에선 조직화된 정치조직이 필수적인 이유다. 이미 언급한 것처럼 무당파니 중도니 하는 이야기는 대중적인 지지도를 올릴 순 있지만 현실 정치판에선 그다지 큰 의미가 없다. 의미가 있기 위해선 안철수를 지지하는 이들이 단순한 지지층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정치 세력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문제는 역시 안철수나 그 지지층이나 측근들이 그럴 의사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아니라면 확고한 정책연대를 펼칠 수 있을 만한 연합정당이라도 있는가 하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안철수와 박원순의 차이인 것이다. 안철수 본인이나 그의 측근들 혹은 지지층이 그런 의사를 명확히 표현하지 않는 이상 난 정치적 선택으로 그를 지지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건 엄연히 정치니까. p.s.2. 또한 그렇기 때문에 일각에서 안철수의 측근들의 다양성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것이다. 서로의 장점을 살리기 위한 사적이고도 느슨한 연대의 형태는 얼마든지 가능하고 권장할만한 일이지만 이것이 정치와 맞물리는 순간 그 느슨함은 결코 유지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란 정치적 이상과 신념에 따라 명백히 편을 가르고 정치적 이상과 신념에 기초한 현실 정책들을 통해서 국민들에게 평가를 받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사적이고 느슨한 관계라는 게 존재하기 힘들다. 오히려 이런 사적이고 느슨한 관계는 정치적 야합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더 많다. 한때 정적이라고 알려졌던 노태우가 김영삼이에게 대통령 선거 비용으로 무려 3천억을 밀어주었던 것처럼 말이다. 학벌과 지연이라는 인맥이 강조되는 사회, 사적인 관계가 공적인 공정성을 수시로 침범하는 비정상적인 나라에서 권력층간의 사적이고도 느슨한 관계는 결과적으로 '그들만의 리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과연 안철수는 자신의 신념을 위해 이런 관계들을 정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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