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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신당?

The Skeptic 2011. 11. 13. 23:26

보수신당?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정당정치의 핵심은 '이념'이다. 이념적 지향이 불명확한 정당이란 게 오히려 더 웃기는 발상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사람들은 이 웃기는 발상을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지금도 조선시대처럼 왕이 세상을 지배한다는 사고방식을 가진 이들일수록 더더욱 그렇다. 왕은 공명정대해야 하며 늘상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믿으니까. 물론 실제론 조선시대조차도 붕당이라 일컬어지는 정당정치가 득세했던 시절이었단 역사적 사실은 무시한다. 그들의 역사적 지식이란 건 그저 역사 드라마 수준이니까. 

 

아무튼 정당정치에서 이념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이념적으로 우파이며 보수정당이라고 일컬을 수 있는 정당은 과연 누구일까? 정답은 바로 지금은 정당이 아닌 친노 계열 정치인들이다. 자본주의를 인정하되 독과점을 반대하며 사유재산을 인정하되 부의 재분배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이들이 바로 친노 계열 정치인들이었고 이들이 바로 우파고 보수다. 너무 오랫동안 극우 파시스트 정당인 딴나라당이 보수라는 이름을 참칭하니까 그런 줄로 아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누누이 강조하지만 딴나라당은 그냥 극우 파시스트 정당이다.  

 

그렇다면 현재 논의되는 보수신당은 어떨까? 그들이 거명하고 있는 인물들이나 그룹들을 보고 있으면 그냥 딴나라당 2중대라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말로는 중도 우파와 중도 좌파를 아우른다고 하지만 좌파 내지는 중도좌파라고 불릴 만한 그런 인물없다. 설마 장기표를 중도 좌파라고 부르는 걸까? 농담이겠지? 아무튼 지금 현재 보수신당에서 거론하는 인물들은 그냥 딴나라당 2중대다. 오히려 딴나라당 내 초선의원들이 적극적이라는 소식을 보면 보수신당이 이념적 지향이 아니라 정치적 생명 연장이 주된 관심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과연 현재 보수신당을 추진한다는 이들에게 그럴만한 정치적 영향력이 있을까? 전혀 없다. 그런데 왜 이렇게 이슈가 되는 걸까? 그건 오로지 안철수 때문이다. 이들이 자꾸만 안철수 쪽 인사들을 접촉하는 것도 그렇고 안철수가 했던 정치적 발언들을 앵무새처럼 따라 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때문이다. 즉 '안철수, 당신이 원하는 정당을 우리가 만들었으니 어서 입당하시라'는 노골적인 구애인 것이다. 

 

불행한 점은 이들에겐 모든 시작과 끝이 안철수라는 것이다. 안철수가 'NO'라고 말하는 순간 보수신당이란 소리는 봄눈녹듯 사라져버리고 흔적조차 남지 않을 것이다. 물론 안철수가 그 보수신당에 참여할 수도 있다. 비록 그 결과는 이미 보수신당에서 접촉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다고 선전하고 다니는 정운찬과 같은 모양일 테지만 말이다. 정상적인 판단을 내린다면 'NO'라고 답해야 하지만 그건 알 수 없다. 안철수는 정치인이 아니니까. 

 

문제는 실제로 안철수가 입당하는 경우다. 이 경우라면 당면한 선거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보수신당이 딴나라당 2중대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것은 선거가 끝나고 난 이후 '팽'당하거나 혹은 허수아비 신세로 전락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는 의미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총선에서 안철수의 후광을 업고 대거 국회의원이 된 이후 대선에서 딴나라당 내에서 일정한 정치적 지분을 보장받고 유신공주 박그네의 품으로 달려가는 경우다. 안철수에겐 최악이지만 가능성은 충분한 시나리오라고 본다. 프로야구 2군 선수들에겐 1군 무대가 꿈이듯 딴나라당 2중대들에겐 딴나라당이 꿈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