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없다'
공지영 작가가 종편 개국 축하쇼에 출연한 인순이와 김연아에 대해 비판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진중권이 또 그에 대해 비판했다. 그리고 이 좋은 떡밥을 언론에서 물고 늘어지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래서 여기저기 입을 탔고 실제보다 많이 부풀려진 감이 있다. 알다시피 난 조선, 중앙, 동아같은 신문지들을 언론으로 인정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그냥 남조선 극우 파시스트 집단의 기관지에 불과하다. 남한에서 가장 정치적으로 편향된, 아니 좀 더 엄격하게 말하자면 정치적인 지향이라고 부를 수조차 없는 생각을 가진 집단을 대표하는 곳일 뿐이다. 매일경제? 재벌들의 집안 소식지에게 언론의 역할을 기대하라고? 농담이겠지?
정상적인 국가라면 이런 곳이 이토록 흥해선 안 된다. 그런데 문제는 남한이란 나라의 대통령이 그들과 다를 바 없는 허접이고 그가 속한 정당역시 허접이며 그런 사람과 정당을 대통령과 다수정당으로 만들어준 허접스러운 나라다. 그래서 이번엔 이들이 방송에 진출했다. 심지어 공영방송이란 KBS의 수신료를 올려서 광고 수임의 부담을 덜어주고 그 광고를 종편으로 몰아 주겠다는 편법과 특혜를 동원하려고까지 했다. 종편이 생기면 경쟁이 발생하고 방송의 질이 올라갈 것이라고 주장한 방통위에서 사실상 자유로운 경쟁이 아니라 특혜를 주려고 하는 거다. 결국 말만 그럴싸할 뿐 자기들끼리 다 해처먹겠다는 발상인 거다.
때문에 난 종편자체에 대해서 흥미가 없다. 갸들이 무슨 짓을 하든 관심도 없고 볼 생각조차 없다. 내가 왜 그런 되먹지 못한 것들의 헛소리를 듣고 살아야 하는가 말이다. 그래서 종편이 개국을 했는지 개국을 해서 뭔 짓들을 하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 했다. 종편개국축하쇼를 했다는 것도 오늘에서야 알았고 그 축하쇼의 출연진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는 것도 지금 알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 역시 그들이 개념이 없다는 것에 대해 동의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그렇게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몇 가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진중권말마따나 대중이란 실체가 없다. 그들이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할지 아무도 모른다. 2차대전 당시 나찌가 사람들을 학살하고 고문한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이들이 그보다 훨씬 가까운 1980년대에 다른 곳도 아닌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고문이 실제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에 대해선 별다른 감흥을 보이지 않는다. 이게 대중들의 실체다. 인간은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과정을 통해 의사결정을 한다는 건 진짜 경제학 교과서에나 나오는 비현실적인 스또리다.
때문에 특정 인물을 적시하지 않은 채 특별한 대중적 성향을 지적할 수도, 비난할 수도, 심지어 욕할 수도 있다. 그런데 특정 인물을 거론하는 건 분명히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행위'다. '개념이 없다'는 건 역시 진중권 말마따나 두 가지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소신이 다르거나 소신이 없거나. 반면 난 진중권의 견해에 대해 반만 동의할 수 있다. '소신이 없다'는 건 그야말로 없다는 거다. 이런 이들은 비난하고 욕해봐야 의미가 없다. 그들은 자신이 왜 그런 대접을 받는지조차 모를 것이기 때문이다. 비난하고 욕해봐야 아무런 결과물도 없는데 굳이 그렇게 열을 올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 관계에서 필요한 것은 일방적인 비난이나 매도가 아니라 대화인 것이다.
반면 '소신이 다르다'는 건 동의할 수 없다. 물론 추상적인 의미에서 '소신이 다르다'는 건 인정해줄 수 있지만 알다시피 우린 지금 매우 구체적인 현실앞에 서 있다. 우리가 대하는 상대는 정치적 지향같은 건 전혀 없이 그저 특정 이해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매우 불평등하고 차별적인 구라를 기사라고 우기는 허접스러운 단체인 것이다. 심지어 이들의 주장은 대한민국이 표방하는 정치체제인 민주주의조차 부정하는 것이 다반사다. 그런 것을 소신이라 인정해준다는 건 나로선 인정할 수 없다.
종편 개국 축하쇼엔 참으로 많은 연예인이 등장한 것 같다. 그 수많은 인물들중에 공지영은 굳이 인순이와 김연아를 적시했다. 왜 그랬을까? 내 눈엔 '아쉬움', 그것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 이들에 대한 아쉬움으로 읽힌다. 물론 인순이나 김연아가 공지영의 기대에 부응하며 살아야 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어차피 인간관계란 어느 정도는 일방적인 측면이 존재한다. 그건 부인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리고 그런 것때문에 아쉬움을 표할 수도 있다. 다만 문제라면 그가 세간에 이름이 알려진 작가라는 것이다. 그래서 또 혹자들은 '정치적으로 올바른 행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이런 <방법적인 올바름>이 아니라 그냥 말 그대로 정치적인 올바름을 기준으로 한다면 공지영 작가는 결코 그런 비난을 받을만한 사람이 아니란 점이다. 적어도 그가 소설 도가니를 썼고 그로 인해 영화가 만들어 졌으며 장애인의 인권문제에 대해 결정적인 양향을 주었다는 것만으로도 이건 쉽게 증명이 된다. 그래서 난 공지영의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행동'에 대해서 전혀 비난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p.s.
그리고 아니할 말로 왜 진정 정치적으로 올바른 사람들이 저지른 방법적인 차원의 실수에 대해서만 그렇게 매몰차게 구는가? 까놓고 말해보자. 정치적으로 올바른 사람들에겐 뭔 쌍욕을 해대도 자기한테 피해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아니까 그러는 것 아닌가? 그 반대인 사람들에겐 잘못 보이면 자기에게 피해가 오니까 설설 기는 거고 말이다. 뭐 욕을 해도 좋고 뭔 짓을 해도 좋다. 그러나 한 가지는 명심해라. 네가 그렇게 쌍욕을 할 수 있는 세상이 좋은 거고 그런 세상을 만들어 주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란 걸 말이다.
p.s.2.
사실 진중권이 올렸다는 글을 직업 읽어본 사람이라면 진중권 역시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알겠지만 진중권의 글쓰기란 게 나보다 더 하면 더 했지 결코 덜한 사람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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