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늘 시궁창

교권과 인권

The Skeptic 2012. 1. 26. 20:57

교권과 인권

 

교권 - 교육자로서의 권리나 권위

인권 - 사람이라면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가지는 기본적 권리 

 

학생인권조례를 반대한다는 이들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교권' 사전적 의미는 위에 나온 대로다. 그리고 '인권'의 사전적 의미 역시 위에 언급한 그대로다. 학생인권조례를 반대한다는 이들이 마치 인권과 교권이 상충되는 개념인 양 입에 개거품을 무는 이유를 난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아니 더 이상한 것은 사전적 의미를 놓고 보자면 '교권'보다 훨씬 더 상위에 있으며 훨씬 더 폭넓게 인정되어야 하는 것이 '인권'이다. 교권을 위해 인권을 희생해야 한다는 주장이 성립할 수 없다는 의미다. 그런데 대관절 왜?

 

자주 말하지만 인간들중 거의 대부분은 '생각하면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되는 동물'이다. 학생 시절 처맞는 게 일상이고 인격 모독이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며 공부를 못 하면 인간 대접을 해주지 않는 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그럴 수 있다. 그것이 올바른 것인지 잘못된 것인지 따지지 않는다. 그렇게 살아왔으니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는 거다. 가치판단같은 것과 전혀 상관없는 그저 관성이고 타성일 뿐인데 이걸 대단한 가치관이라고 여기는 거다. 왜? 머리가 그냥 장식이니까. 

 

요즘 화제가 되는 학교폭력 역시 마찬가지다. 난 옛날사람이다. 학교폭력과 관련된 사건을 접하면 가장 먼저 즉자적으로 튀어나오는 생각은 가해자 학생들을 두드려 패서 잡아가두고 평생 세상과 격리시켜야 한다는거다. 난 그런 시절을 살아온 사람이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를 밖으로 꺼내놓진 않는다. 왜? 그게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기 때문이다. 인권에 대한 교육, 그것도 상황논리에 굴복하는 것이 아닌 어떤 경우에도 놓지 말아야 하는 것이 인권이라는 비타협적인 자세로 교육해야한다. 이것이야말로 학교폭력을 해결하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인권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아이가 다른 아이를 괴롭힐까? 단지 신체적 특징이나 특정한 능력의 결여와 같은 이유로 말이다. 아니면 단순히 자기 자신을 돋보이게 할 목적으로 다른 아이를 괴롭히는 짓을 하려고 들까? 그럴순 없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인권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 했다는 반증일 뿐이다. 

 

교권을 인권보다 우위에 두어야 한다는 발상을 하는 것 자체가 이미 그 사람은 인권에 대한 인식이 극도로 박약한 인간이라는 증거다. 모르긴 몰라도 그들은 자기 아이들에게 가난한 아이들과 놀지 말라고 할 것이며 공부 잘 하거나 좋은 직업을 가진 부모를 둔 아이와 친하게 지내라고 할 것이며 맞지 말고 때리는 쪽 편을 들라고 가르칠 것이다. 인권에 대한 개념이 희박한 부모들은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그런 식으로 인권에 대한 몰이해는 계승되는 거다. 그런 상황에서 학교에서마저도 학력과 입시를 위해 인권교육은 뒷전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지금도 전 세계에선 파시즘 논리를 따르는 이들이 꽤 있다. 러시아에서 한국인 유학생을 때려 죽였다는 것들이나 남미에서 벌목에 방해가 된다고 원주민 여자아이를 나무에 매달아 산채로 태워 죽였다는 것들도 있다.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결국 인권에 대한 의식이 전혀 없다는 거다. 그런 일들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세상이 좋은가? 난 싫다. 그래서 난 학생인권조례에 찬성하는 거다. 

 

 

p.s.

동성애를 신의 섭리에 어긋난다며 동성애자를 인간취급하지 않는 개신교 광신도들의 주장 역시 반인권적이긴 마찬가지다. 늘말하는 거지만 예수님이 진짜로 다시 살아서 돌아온다면 기꺼이 채찍을 들고 너거들부터 죽도록 후려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