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늘 시궁창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

The Skeptic 2012. 3. 29. 03:25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

 

개인적인 지적부터 하고 들어가자면 난 복거일을 '보수논객'이라 부르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이다. 그동안 이슈가 된 그의 기사를 본 적이 있지만 불행히도 그의 글에선 '논리'라는 것을 찾아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그가 이화여대에서 했다는 강연 내용 역시 그렇다. '어성들은 늘상 혼외정사의 가능성이 있으니 감시해야 한다'는 기괴한 주장으로부터 시작해서 '남성은 자식이 있더라도 유전자를 보전하기 위해 다른 여자와 성적 관계를 가져야 한다.', '남성은 유전자적으로 젊고 어린 여성을 선호하기 때문에 여성은 최대한 어려보이려고 화장을 한다.'는 주장에 이르면 그가 얼마나 편협되고 남성우월주의에 가득찬 인간인지를 잘 보여준다. 이런 주장을 '논리'라고 볼 수 있나? 아니 이건 그저 남성우월주의에 가득찬 늙은 이의 궤변에 불과하다. 

 

인문학에 종사하는 인간이 과학지식을 잘못 받아 들이면 이런 치명적인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 인간의 성과 관련된 진화론에 입각하자면 혼외정사에 대한 욕구는 남성이나 여성이나 모두 동일하게 존재한다는 결론에 도달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수한 우전자를 통해 자손을 남기려는 것은 남성이나 여성 모두에게 존재하는 욕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복거일이란 반편은 남성들의 그런 욕구는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장려되어야만 하며 여성들의 욕구는 감시하고 금지시켜야만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과학적 사실에 입각해 보자면 욕구는 남성이나 여성 모두에게 동일하다. 단지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라는 제도하에선 여성의 욕구가 금기시될 뿐이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이것은 '과학적 사실'과 '관습'이란 전혀 다른 층위의 문제다. 동일한 과학적 사실도 전혀 다른 관습이 통용되는 사회에선 완전히 다르게 드러날 수 있다. 즉 과학적 사실은 불변하는 사실이지만 관습은 매우 유동적이다. 때문에 이런 문제에 접근하는 경우엔 이에 대한 언급이 분명히 들어가야만 한다. 

 

그런데 복거일이란 반편은 과학적 사실과 관습의 관계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단순히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에서 통용되는 관습이 과학적으로 타당하다는 식의 비과학적이고 해괴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남성우월주의'지 다윈 형님께서 주창하시고 지금도 여전히 활발한 연구가 진행중인 '진화론'이란 과학은 안중에도 없는 거다.

 

조금만 기다려 보면 복거일은 '남성에 의한 여성 강간도 유전적으로 필요한 것이다'라는 주장도 펼쳐줄 것이다. 

 

 

p.s.

난 지금도 왜 우리 나라에선 이런 성차별적이고 인종차별적인 발언에 대해서 처벌하지 않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얼마전에도 영국에선 축국 경기도충 심장마비로 쓰러진 축구선수에 대해서 트위터로 막말을 퍼부은 어떤 반편이 실형을 언도받았고 축구경기도중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선수가 징계를 받기도 하는데 말이다. 

 

p.s.2.

남한의 저칭 보수들도 참 딱한 것이 이런 반편이 자기들과 한 통속으로 다루어지는 것에 대해서 왜 항의를 하지 않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