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먹고 바람똥

임의 비급여 행위 일부 인정

The Skeptic 2012. 6. 19. 01:58

임의 비급여 행위 일부 인정

 

임의 비급여, 병원이나 의사가 환자에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치료를 행하고 환자에게 그 부담을 지는 의료행위다. 최근까지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불인정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이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에 대해 법원이 일부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민감한 사안이라 역시 찬반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내 견해는 일단 반대와 우려 쪽이다. 이유 역시 같다. 의사와 환자라는 구조는 참으로 우습다. 원칙적으로 말하자면 환자가 돈을 내고 의사를 고용하는 것인데 현실은 정반대다. 돈을 내고 의사를 고용하면서도 그 피고용인인 의사에게 환자들은 저자세를 취하게 마련이다. 물론 이런 이상한 행위가 당연한 것으로 받아 들여지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대대로 우리는 많이 배운 사람일수록 없는 사람의 처지를 잘 헤아릴 줄 안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인류의 역사가 기록된 이래 그런 사람은 극소수였다. 게다가 요즘처럼 그저 공부만 잘 하면 된다는 교육을 받고 자라는 아이들이 타인의 처지에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는 걸 기대하는 건 무리다. 심지어 그런 사회에선 공부만 조금 잘 하면 다른 허물은 가볍게 눈감아주기조차 한다. 공부 잘 해서 성공했다는 이들치고 싸가지가 제대로 박힌 인간을 구경하기 점점 더 힘들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그 때문에 의사들이 환자들 뒤통수를 쳐서 돈벌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은 매우 설득력이 있다. 안 그래도 의협이란 곳에선 최근까지도 건강보험에서 추진하는 모든 일에 대해서 시시콜콜 반대하고 나섰다. 환자들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까지도 의사들의 진정성에 대해서 의심할 수밖에 없다. 나 역시 그런 점에 동의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법원의 판결자체가 무리한 것이라든지 혹은 편향된 것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법원의 판결 자체는 분명히 일리가 있다. 그리고 의사들이 환자들 뒤통수칠 것이란 국민들의 우려 역시 근거는 확실하다. 우습지만 해결책은 바로 여기에 있다. 국민들이 의사들을 신뢰할 수 있으면 된다. 이런 경우 의사들이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를 추천하더라도 환자들이나 국민들은 믿고 따를 수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의사들에 대한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미안한 말이지만 서울 광장에 머리띠에 가슴띠 두르고 팻말들고 모여서 스스로 자정하겠다는 궐기대회같은 걸 연다고 신뢰가 회복되는 게 아니다. 쉽게 말해서 난 의사들이 스스로 그런 존재가 되겠노라고 선언하는 걸 믿을 수 없다는 말이다. 그간 의사협회라는 곳에서 보여온 행위들이 그러했고 한 편으론 개업의가 아니라 병원에 매인 목숨인 경우엔 의사 본인의 의지보다는 병원의 이윤추구가 더 큰 작용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단순한 해결책이 있다. 국가와 시민단체가 의사의 진료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하면 된다. 즉 임의 비급여 진료 행위를 추천하는 경우 해당 의사만이 아니라 국가나 시민단체에 사전에 타당성 여부를 물어볼 수 있거나 혹은 사후에 심사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세상은 단순하다.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와 같은 진료행위를 추천할 수 있는 자유가 의사들에게 주어진다면 그 자유만큼의 책임도 함께 주여지면 되는 것이다. 주어진 자유만큼의 책임감,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의사를 비롯하여 각 분야의 나름 권력자라고 하는 이들이 부도덕해지고 파렴치해지는 것은 바로 이런 단순한 이치가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려는 된다. 그러나 그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지울 수 있다면 나쁠 것은 없다. 만약 그런 책임을 지우지 못 할 것이라면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는 인정되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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