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츄어리즘

'팩트'라는 것.

The Skeptic 2012. 11. 16. 20:23

'팩트'라는 것.


일반적으로 팩트란 사실을 의미한다. 즉 실제로 일어난 일이란 의미다. 이걸 대관절 누가 모르겠느냐고 말할수도 있다. 그런데 실상 사람들은 '팩트'에 대해서 잘 모른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혼동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나을 것이다. '팩트'란 사실이지 가치판단은 아니다. '팩트'를 통해 가치판단을 내릴 수는 있지만 '팩트'자체가 가치판단인 것은 아니다. 

내년에 프로야구 1군에 새롭게 가세할 NC다이노스에서 특별지명을 통해 기존의 8개구단에서 보호선수로 묶은 20인을 제외한 선수들중 한 명씩을 10억씩 내주고 현금트레이드를 해왔다. 일종의 신생팀에 대한 특혜인 셈인데 신생팀의 특성상 기존 구단에 비해 전력이 상당히 약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리그 전체를 통해 볼 때 이런 약체 구단의 존재는 리그 전체의 질을 떨어뜨릴 수 밖에 없다. 때문에 특혜이긴 하지만 불가피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강한 자가 아니라 약자를 배려한다는 점에서 보자면 부정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전혀 없다. 

그런데 그 8인의 명단을 보면서 사람들이 또 설왕설래 말들이 많다. 당연하게도 그 이야기들의 주제는 '어느 팀엔 어떤 선수도 있는데 왜 하필 그 선수냐?'는 것이다. 뭐 이정도만 되도 그런가보다 할 수 있는데 여기서 한술 더 떠 '어떤 팀엔 더 가치있는 선수가 많은데 별 볼일없는 선수를 고른 걸 보니 
그 팀과 모종의 밀약같은 것이 있었던 거다'라는 음모론까지 들썩이고 있다. 

그런데 '팩트'에 근거하자면 이런 모든 이야기들은 그 자체로 아무런 가치가 없다. 왜? 기존 8개 구단에서 어떤 선수들은 20인 보호명단에 넣었는지 공개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공개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연한 일이다. 구단에서 굳이 그 명단을 공개해서 선수들의 감정을 건드릴 필요는 없으니까. 비록 지명을 당해서 구단을 옮기진 않았지만 팀내 보호명단에서 제외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선수들은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하지만 무상급식 논란 당시에도 '국가가 주는 공짜밥먹으며 그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갖고 나중에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되면 되는 것 아니냐?'라는 주장을 펼친 이들이 있는데 이들같으면 그깟 보호선수명단 공개가 무슨 큰 일이냐고 말할 수도 있다. 물론 인간의 감성과 감정에 대해 이렇듯 대책없이 긍정적인 면만 강조하는 반편들의 주장에 대해선 별로 고려할 가치조차 없다.(누누이 강조하지만 적어도 이런 것들이 내 부모가 아니었다는 사실에 늘 감사한다)

즉 우리는 어떤 선수가 보호선수 20인 명단에 들었는지 혹은 제외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당연히 비교할만한 대상도 없다. 결국 이번 특별지명과 관련해서 사실 우리는 아무 것도 알 수 없다. 이것이 이 사건의 '팩트'다. 즉 '팩트'란 그냥 '일어난 사건'에 불과하기 때문에 때론 우리에게 아무 것도 가르쳐 주지 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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