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의 상인

주가폭락? 주가정상화 과정.

The Skeptic 2013. 6. 14. 02:30

주변에 주가가 폭락한다며 우려하는 소리가 있다. 그들이 모두 실제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서 그런 건지 괜히 경제 상황이 안 좋아지는 전조라 그러는 것인지 알 도리는 없다. 물론 물어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이지만 별로 알고 싶지 않다. 다만 중요한 건 주가 폭락이 특이한 증상이 아니라 누구나 예측가능한 당연한 결과일 뿐이라는 거다. 


주가는 경기 선행지수라고 한다. 즉 근미래의 경제상황을 예견하여 미리 움직인다는 의미다. 물론 그걸 곧이곧대로 믿는 건 경제학자들 뿐이다. 사실 이젠 경제학자들도 믿지 않을 거다. 최근 몇 년간 주가란 경기 선행지수도 기업의 실적이 반영된 지수도 아니었다. 간혹 그것들이 변수로 작용하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큰 변수는 바로 '화폐유동성', 즉 '시중에 얼마나 많은 돈이 풀렸는가?'였다. 


정상적인 경제상황이거나 경제상황이 좋을 때는 화폐유동성이 늘어나면 경제 전반에 활기를 불어넣고 그것이 기업의 이윤과 가계소득을 늘리고 국가의 재정건정성도 나아지게 만든다. 그 결과 주가 역시 상승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어느 정도 지속될 것이란 예측이 나오면 당연히 주가는 먼저 움직이게 마련이다. 


그런데 경제가 불황인 상황이면 이야기가 모금 묘해진다. 미래가 불안한 기업은 투자를  안 늘리고 가계소득은 하락하며 국가의 빚은 늘어만 간다. 그 상황에서 화폐유동성이 증가하면 그 늘어난 화폐들은 어디로 갈까? 당연히 부동산이나 주식같은 자산 시장으로 흘러가게 마련이다. 


즉 경제가 활황이어서 주가가 오르는 게 아니라 경제상황은 안 좋은데도 불구하고 늘어난 화폐유동성, 즉 늘어난 화폐의 힘으로 주가가 오르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알다시피 화폐의 유동성 증가라는 게 무한정 늘어날 수는 없다. 어느 순간 멈추게 마련이고 그 순간 단순히 자본의 힘만으로 상승하던 주가도 변화를 맞게 된다. 


최근 불황에도 불구하고 화폐유동성이 증가한 것은 단연코 미국의 양적 완화 정책, 즉 '돈풀기'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 그런데 최근 미국에선 이 정책을 중단할 의사를 보였다. 공식적인 의미는 경제가 안정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것이외에도 화폐량이 지나치게 증가했다는 점도 큰 작용을 했을 것이다. 게다가 이미 양적 완화 정책과 관련된 미국 정치권의 갈등을 통해 볼 수 있는 것처럼 정치적인 합의를 통해 유동성 증가를 지지할 여력도 사라져가고 있다. 이미 미국의 몇몇 주에선 국공립 학교의 교사들에게 줄 월급조차 없어서 그 유명한 '씨퀘스트' 상황이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예견된 결말이다. 그러나 예견된 결말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대중적으로 알려지는가와 그렇지 않은가에 따라 시장이 받을 충격의 강도는 상당히 다르다. 그래서 미국의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에선 곧 유동성 증가정책이 중단내지는 축소될 것이란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는 중이다. 


즉 더 이상 미국의 달러화의 양이 증가하는 일은 없을 것이고 오히려 줄어들 가능성이 더 크다. 달러화의 양이 줄어들면 당연히 달러화의 가치는 오르게 된다. 전 세계를 무대로 돈장사를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선 지금이라도 다른 나라의 화폐를 팔아서 조금이라도 달러화의 가치가 낮을 때 달러화를 사두는 것이 당연한 선택이 될 것이다. 


그래서 달러화의 금리가 낮을 때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자랑하는 다른 나라의 화폐에 투자했던 이들이 반대로 달러화의 가치상승을 기대하며, 혹은 안전자산의 귀환을 반기는 의미든, 아니면 환위험을 회피할 목적이든 현재 보유한 다른 나라의 화폐를 팔고 달러화를 사들일 것이다. 


당연히 자본유출이 일어나게 마련이고 주로 자산시장에 투자되었던 자금들이 회수될 것이며 당연히 자신 시장 상품의 가치는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것이 우리 나라 주가 폭락의 원인인 것이다. 물론 어차피 오로지 자본의 힘만으로 과도하게 올라갔던 주가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 상황은 폭락이 아니라 정상적인 수치를 회복하는 과정이라 보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게다가 사실 우리는 그다지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자본유출이 급격하게 이루어진다고 해도 문제가 될 분야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그래도 급격한 것보다는 완만한 것이 낫겠지만 말이다. 


오히려 문제는 일본이다. 달려화의 가치가 하락하는 동안, 그리고 유럽이 금융위기에 봉착하며 유로화의 안정성이 하락하는 동안 본의아니게 안전자산 역할을 해준 것이 일본 엔화인데 이제 그 위치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 사이 멍청한 아베 정권이 유동성 증가 정책을 시행했다는 점이다. 현 상황에선 달러화 대비 엔화의 가치하락이 불을 보듯 명확한데 엔화의 총량 자체는 늘어난 상황이다. 이는 엔화의 가치하락이 증가한 엔화의 총량만큼이나 급격하게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것은 외환시장의 거래자들에게 엔화를 더 빨리 그리고 많이 팔아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물론 엔화의 가치하락이 경제적인 면에서 이득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지만 그것도 경제가 어느 정도는 정상적인 수준에서 돌아가줄 때 가능한 이야기다. 만약 그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다면 엔화의 급격한 가치하락은 그저 금융인플레의 단초가 될 수밖에 없다. 실물자산의 가격은 변화하지 않는데 화폐의 가치는 하락한다. 상대적인 의미에서 물가상승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현상이 급격한 수준으로 나타난다면 일본 경제가 받게될 충격은 상당히 클 것이다. 


나름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하는 경제학자나 경제관료들이 있었다면 이 문제에 대해 적절한 대책을 강구해놓았을 테지만 만약 현 아베 정권처럼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식의 논리가 상식적인 판단을 방해하고 있었다면 큰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미 몇 번의 경제위기를 겪은 일본이 이런 기초적인 수준의 대책도 갖고 있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하지 않지만 한 가지 우려스러운 건 집권 정치세력이 극우, 즉 몰상식한 집단이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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