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늘 시궁창

법이라는 것.

The Skeptic 2013. 6. 26. 02:24

법은 '일어난 일'에 대해 판단하고 대응하는 행위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서 법을 적용하는 경우는 없다는 말이다. 이건 너무나 당연해서 구태여 새삼 강조할 이유도 없어 보이지만 의외로 꽤 큰 의미를 담고 있다. 이것이 바로 법의 한계를 규정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흔히 악법이라고 부르는 법들은 바로 이 한계를 넘어서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즉 실제로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처벌하려고 드는 것이다. 다까끼 마사오 시절, 항일 운동을 하는 이들을 처벌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보안법을 그대로 답습하여 만들어진 국가보안법이 대표적인 악법인 이유도 실제로 국가를 전복할 행위를 하지 않더라도 단지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알다시피 법이란 실제로 일어난 행위만을 판단의 대상으로 삼는다. 


국정원의 선거개입 행위는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불법 행위다. 법적용을 최소한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국정원법을 어긴 것이며 심각한 수준으로 바라보자면 민주주의를 국가의 정치체제로 인정한 헌법조차 어긴 중차대한 범죄행위다. 


반면 NLL 사건은 아무리 따져봐도 법적인 판단의 대상이 아니다. 즉 설령 NLL을 부정하는 발언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실제 물리적으로 NLL에 대한 자위권을 포기하는 행위를 수반하지 않는 이상 단순한 발언이나 생각만으로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민주주의를 국가의 정치체제로 인정한다는 나라의 국민이라는 사람들 중 일부는 생각이나 발언에 대해서도 법적인 처벌을 가할 수 있다는 초법적인 행위에 대해서 지지를 표한다. 그들은 스스로를 민주주의의 수호자라고 자처하지만 실제론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현실은 늘 시궁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돈 이천원?   (0) 2013.07.08
나주 시의회.   (0) 2013.06.30
이해력 부족.   (0) 2013.06.20
외계어 논란 - 어른들의 노파심.   (0) 2013.06.16
성공한 정권.  (0) 2013.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