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하는 말이다. 강민호 수준의 공격형 포수가 아닌 이상 사실 포수란 자리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포지션이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자리기도 하다.
현재 리그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팀은 트윈스다. 최근 몇 년 동안 죽을 쑤던 트윈스지만 올 시즌의 상승세는 조금 남다르다. 이른바 DTD 증후군에 의하자면 지금쯤 트윈스의 순위는 슬슬 뒷걸음질을 쳐야할 시기인데 여전히 상위권에서 요지부동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일 것이다. 언론에세 이미 자주 지적된 김기태 감독의 리더쉽도 그 요인중 하나일 것이지만 그런 무형의 힘같은 걸 배제하고 드러난 전력상의 상승요인만 놓고 말하자면 난 개인적으로 라이온즈에서 트레이드로 데려온 두 선수, 손주인과 현재윤을 신의 한 수라고 꼽고 싶다. 그 중에서도 베테랑 포수인 현재윤의 가세를 꼽고 싶다.
조인성과 김태군이 떠난 트윈스의 포수 자리는 트윈스가 고질적으로 앓아온 병적 증상과 비슷하게 일치한다. '유망주는 넘쳐나는데 선발 자원은 없다' 물론 김기태 감독의 취임 이후 많은 유망주들이 그 싹을 튀우고 있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지만 알다시피 포수란 자리는 그렇게 쉽게 안정이 되는 포지션이 아니다. 결국 안정적인 포수자원이 반드시 필요했고 현재윤의 영입은 신의 한 수였던 셈이다.
반면 리그 최하위를 달리는 이글스의 가장 큰 약점을 꼽으라면 역시 포수를 꼽겠다. 그리고 오늘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그런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대체로 외국인 투수들의 경우 한국의 발야구에 적응하기 힘들어 한다. 새로 영입된 선수들은 더욱 그렇다. 이글스의 이브랜드는 베테랑 투수지만 아무래도 한국에서의 첫 시즌이다보니 같은 약점을 보였다. 문제는 바로 그 상황에서 주자를 베이스에 묶어두는 견제 플레이를 주도하는 포지션이 바로 포수라는 것이다. 단순히 도루를 시도하는 주자를 잡아내는 것만이 포수의 역할이 아니다. 그 전에 주자가 함부로 도루를 시도하지 못 하도록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특히 그런 플레이에 능숙하지 못한 외국인 투수라면 더더욱 포수의 경험과 판단은 중요하다.
그런데 오늘 경기에서 이글스의 배터리는 전혀 그런 역할을 해내지 못 했고 도루를 무려 6개나 허용하고 말았다. 비록 리그 최하위를 달리고 있지만 야수진만 놓고 보면 그렇게 큰 문제는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투수진과 포수진이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안정화가 용이하지 않다는 점에서 포수 포지션의 공백은 장기적으로도 큰 골치거리가 될 것이다.
다이노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당장 안정적인 포수 자원이 필요해서 김태군을 영입하긴 했지만 알다시피 김태군이 그렇게 안정적인 포수는 아니다. 그리고 오늘 경기에서 그런 점이 드러났다. 10회말 트윈스의 공격, 1사 1,2루 상황에서 이진영이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때렸다. 그런데 다이노스의 중견수는 나성범, 프로에 들어오면서 투수에서 외야수로 전향한 선수다. 당연히 홈에서 2루 주자와 겨루어볼만 했다. 실제로 공이 날아온 시점과 2루 주자가 홈으로 뛰어드는 시점은 거의 비슷했고 송구 역시 비교적 정확한 편이었다. 그런데 김태군이 포구에 실패하면서 그대로 결승점이 되고 말았다.
유망주를 키우는 것을 등한시하는 팀은 결국 성적이 하락할 수 밖에 없다. 단순히 돈질로 구멍난 포지션을 메우려고만 했던 과거 트윈스가 그렇고 구단 자체가 지원에 인색했던 자이언츠도 그런 전례가 있다. 그리고 지금 이글스가 바로 그 뒤를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 그리고 단언컨데 그로 인해 가장 문제가 발생할 포지션은 바로 포수고 불행하게도 그 빈 자리는 단순히 영입으로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p.s.
그래서 늘상 드는 의문이 바로 강민호가 FA로 풀리는 시점이다. 지금 현재 자이언츠의 전력 구성상 강민호의 자리를 대체할 포수는 없다. 그나마 믿고 쓰는 두산표, 용덕한 선수가 있긴 하지만 이제 서른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다. 기량이 아니라 체력적인 문제가 드러날 시점인 셈이다. 그렇다면 과연 자이언츠는 그 자리를 어떻게 메울 셈인가? 자이언츠 구단의 전례를 보건데 강민호 선수에게 만족한만한 조건을 제시하고 주저앉힐 것 같진 않은데 말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자이언츠 구단의 관중감소와 인기 하락은 더욱 가속화될 테지만 말이다. 단순히 성적이 아니라 마케팅적인 측면에서라도 주저앉히는 것이 정상인데 알다시피 롯데란 기업 자체가 워낙 비정상적이라.
p.s.2.
야수진 이야기를 하면서 자료를 보다보면 늘상 느끼는데 '믿고 쓰는 두산표'라는 말이 거짓말이 아니란 걸 새삼 실감하게 된다. 즉시전력감 포수를 세명이나 데리고 있는 팀은 베어스와 와이번스 뿐이다. 그런데 와이번스의 경우는 선수들이 이런저런 만성적인 부상들을 달고 있다는 점, 연령대가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베어스쪽이 더 낫다. 하긴 투수진만 보강해준다면 1군팀을 하나 더 만들어도 되는 수준이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