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츄어리즘

이적 시장.

The Skeptic 2013. 8. 29. 00:40

팔고 싶은 자들과 사고 싶은 자들의 마지막 일주일. 막바지라 사실 큰 이적은 이루어지기 힘들 것이다. 최근 들려오는 소식들도 이미 이전부터 상당히 큰 가능성을 갖고 있던 것들이다. 이 가능성들중 가장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건 아무래도 가레스 베일이다. 이 건의 경우는 '가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토트넘이 '과연 얼마에 베일을 넘기느냐?'다. 그런데 사실 난 그 건에 대해선 별로 관심이 없다. 


그건 아무래도 스페인의 리그가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라는 거대한 클럽으로 사실상 양분되어 있어서 별다른 변화의 여지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까 아마도 스페인 리그가 세상에서 가장 예측이 쉬운 리그일 것이다. 그런 점이 내 흥미를 떨어뜨린다. 바르셀로나가 네이마를 영입하고 레알 마드리드가 가레스 베일을 영입한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런 대형 영입 덕에 자리를 잃게 될 다른 선수들이 어느 팀으로 이동할 것인가가 더 흥미롭다. 


그리고 그런 점에서 보자면 가장 흥미로운 리그는 바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다. 분데스리가 역시 작년 바이에른 뮌헨의 사기적인 전력 상승으로 말미암아 당분간 별다른 변화의 여지가 없다. 반면 올 시즌 EPL은 상당히 흥미로운 요소들이 많다. 퍼거슨 감독 사임이후의 맨유와 이제야말로 제대로 된 감독과 선수들로 팀이 구성된 듯한 맨시티, 무리뉴가 돌아온 첼시, 브랜든 로저스 감독 2년째인 리버풀의 알찬 전력보강 등등 상위권 전력들이 다소 평준화 과정을 겪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순위싸움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그 와중에도 가장 관심을 끄는 건 아무래도 꿀먹은 벙어리인 루니를 둘러싼 맨유와 첼시의 줄다리기와 여전히 짠돌이 놀이를 하고 있는 아스날이다. 대충 루니는 최소한 올 시즌은 맨유에서 뛸 것이 유력해지고 있다. 보강된 전력은 없는데 루니마저 나가면 문제다 싶었는데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데 갑자기 들려온 소식 하나, 올 시즌 새롭게 맨유의 감독이 된 모예스 감독의 전 소속팀이 에버튼의 중앙 미드필더인 마루앙 펠라이니가 맨유로 이적한단다. 


이건 빅뉴스다. 올 시즌 맨유의 하락을 점친 이들의 주된 근거는 바로 루니의 이탈과 함께 작년 시즌부터 거론되어온 중앙 미드필더진의 상대적 약화때문이었다. 강력한 우승후보로 일컬어지는 첼시나 맨시티에 비해 맨유의 중앙이 상대적으로 너무나 허약해 보였기 때문이다. 캐릭이 사기 캐릭에 가까운 능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 외의 선수들은 미지수다. 긱스는 당연히 나이 문제가 있지만 우습게도 캐릭다음으로 믿음직하다는 것이 현재 맨유의 미드필더진의 문제다. 클레버리와 카가와, 플레처, 나니 등등이 있지만 기복이 심한 편이다. 숫자나 질적인 면에서 첼시나 맨시티에 미치지 못한다. 


그런데 바로 그 약점에 안성맞춤인 펠라이니를 영입한 것이다. 물론 내가 펠라이니를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는 것일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안정성이란 면에서 맨유는 이전과 다른 팀이 되었다고 본다. 게다가 루니도 주저앉혔다. 판 페르시가 건재한 이상 루니의 포지션은 미드필더다. 즉 현재 맨유는 루니-캐릭-펠라이니로 이어지는 막강한 허리진을 갖게 된 것이다. 심지어 판 페르시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해도 맨유는 루니를 전방으로 올리고 캐릭과 펠라이니 라인을 돌릴 수 있다. 선수 한 명의 영입으로 맨유는 최선책과 차선책 모두를 활용할 수 있는 팀이 되었다. 


맨유와 맨시티, 첼시가 벌일 순위싸움의 끈이 드디어 팽팽해진 느낌이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그 바로 아래에서 호시탐탐 순위 상승을 노릴 팀들이다. 리버풀은 여전히 수아레즈와 스터리지라는 수준급 공격수가 있고 여기에 쿠테뉴라는 걸출한 미드필더가 추가되었다. 다크호스로서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반면 아스날의 행보는 올 해도 아쉽다. 영입은 지지부진한데 시즌 시작과 더불어 많은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하고 있다. 지난 몇 시즌동안 짠돌이 짓을 하면서도 유망주 놀음으로 상위권을 유지해왔는데 올 해도 그 기조가 유지되는 것 아닌가 싶다. 


펠라이니의 맨유 이적은 그 자체론 그렇게 큰 뉴스가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나의 관심사란 측면에서 보자면 올 시즌 가장 큰 이적 뉴스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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