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츄어리즘

필요한 게 공격수일까?

The Skeptic 2014. 1. 31. 23:56

한국 대 멕시코의 친선경기. 후반전만 봤다. 아주 안 좋은 평가들이 주를 이루는데 개인적으로 난 그렇게까지 말하고 싶진 않다. 공격도 수비도 분명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그런 식으로 말하고 나면 대책이 없다. 내가 대책을 운운한다고 해서 문제가 당장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또 그렇다고 단지 결과가 참패라고 그것만으로 반응하는 그런 사람은 더더욱 되기 싫다. 


한 가지 장점을 꼽으라면 최소한 중원에선 대등했다는 점이다. 물론 2골이나 넣은 멕시코가 후반전에 조금 느슨하게 경기를 했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중원은 괜찮았다. 예전처럼 상대 팀이 중원에서부터 강한 압박을 넣으면 허둥대다 볼을 빼앗기거나 백패스로 일관하는 그런 모습은 확실히 사라졌다. 볼을 지켜내면 그 볼을 받아주러 들어오는 선수들이 있고 당연히 패스가 살아난다. 물론 여전히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면 그 이상의 것을 보지 못하는, 시야가 좁다는 단점은 여전했지만 그래도 꽤 나아진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패를 당한 이유는? 많은 이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세밀함이 차이다. 그런데 그렇게만 말하고 나면 무언가 명확하지가 않다. 어떤 면에서 세밀함이 부족한 것일까? 이건 공격수, 날카로운 공격수가 없다는 그간의 지적과도 연결되는 질문이다. 많은 이들이 그런 문제를 지적하고 공격수들을 문제시삼는데 난 좀 반대다. 단지 세밀한 플레이가 가능한 공격수 한 명이 있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건 공격에 나서는 선수들의 전반적인 문제가. 늘 지적하지만 아무리 김신욱이 타겟 스트라이터로서 탁월한 재능이 있으면 뭐 하나? 그에게 공이 안 날라오는데. 이동국이나 박주영이 아무리 슈팅 능력이 좋으면 뭘 하나? 그에게 제대로 된 패스가 들어오지 않는데. 멕시코 선수들은 우리 수비가 매우 강력한 압박을 하는 상황에서도 전방 공격수에게 패스를 전달한다. 그게 슈팅으로 이어지는가 아닌가는 큰 문제가 아니다. 슈팅을 할 수 있는 상황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게 중요한 거다. 


자주 하는 말이지만 이런 문제가 가장 심각해지는 경우는 주로 좌우 풀백들이 공격에 가담하는 경우다. 순간적으로 공격 숫자를 늘려 수적 우위를 점함으로서 공간을 만들어 내고 그것이 중앙의 공격수들에게 공격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좋은 전략인데 문제는 그 상황에서조차도 공격수를 향한 정확한 크로스나 패스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혹자는 '그렇다면 차라리 드리블을 통한 슈팅이 어떤가?'라고 말하지만 미안하게도 난 크로스나 패스가 정확하지 못한 선수의 슈팅이 정확하거나 위력적일 가능성에 대해서 상당이 회의적인 사람이다. 


불행이라면 이런 이야기를 해온 지가 이미 오래되었다는 점일 게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나아지지 않는다면? 물론 계속해서 노력은 해봐야 할테지만 당장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면 전술적인 면을 손볼 수도 있지 않을까? 


최근 축구의 수비는 주로 4백을 이용한다. 수비수 4명이란 말인데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이건 매우 공격적인 전술이다. 즉 수비시엔 중앙 수비 2명에 좌우에 1명씩인데 공격시엔 중앙 수비 2명을 제외한 풀백들이 모두 어떤 식으로든 공격에 적극 가담한다. 이런 변화때문에 빈 수비수의 자리를 커버해저야 하는 수비형 미드필더의 역량 역시 강조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역할을 해줘야 할 좌우 풀백들의 공격능력이 별로라면 굳이 4백을 가동할 이유가 없는 거다. 그냥 3백하면서 수비나 견실하게 하는 편이 낫다. 물론 최근엔 1-4-1-4 전형도 자주 등장하는 편이다 보니 1-4-2-3과 큰 차별성이 없지 않느냐라는 반문도 가능하다. 그러나 명백한 차이는 있다. 1-4-1-4의 경우 순간적으로 공격 숫자가 5명이 아니라 7명이 될 수 있다. 반면 1-4-2-3의 경우엔 같은 상황이라고 7명이 아니라 6명이 된다. 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중 1명만 공격에 적극 가담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1-4-2-3이 더 수비적인 전술이다. 


좌우 풀백들의 공격가담이 확연히 나아진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만 만약 그게 힘들다면 차라리 3백을 사용하는 편이 낫다고 본다. 물론 이 경우엔 이길 확률은 많이 떨어질 테지만 나로선 승패라는 결과보다도 대표팀이 현재 가지고 있는 능력선에서 최선이라는 걸 찾고 싶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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