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도 말했지만 제반 여건이 도와주지 않는 탓에 난 주로 밀폐형 헤드폰과 이어폰으로 음악감상을 한다. 그리고 또 자주 강조하는 바지만 모든 기기는 제대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니까 괜히 모든 제품에 매뉴얼이 동봉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형님 이거 소리가 좀 이상합니다."
"왜? 그것도 나쁜 이어폰은 아닌데?"
"소리가 뜨는 데요. 선물받은 건데 왜 이러지?"
"이리 줘봐라." "난 괜찮은데...?"
"그래요? 나만 이상한가? 내 귀가 이상한가?"
"한 번 다시 써봐라." "너 정착용을 못 하는 것 같은데?"
일전에도 이와 관련된, 그러니까 정착용에 대해서 글을 쓴 바가 있다. 조금 지겹겠지만 이것도 정착용에 대한 이야기다.
많은 이들이 의외로 헤드폰엔 정착용이란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들이 있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다. 헤드폰에도 정착용이란 것이 있다. 시중에 나와있는 헤드폰을 조금이라도 주의깊게 들여다본 사람이라면 금방 알 수 있는 사실중의 하나가 바로 헤드폰의 컵 모양이 다르다는 거다. 주로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원형이고 다른 하나는 타원형이다. 물론 컵모양이 다르다고 드라이버 모양까지 다른 건 아니다. 그렇다면 왜 두 가지 모양으로 나오는 걸까?
기본적으로 타원형이 정착용하기 쉬운 편이다. 반면 원형은 정착용이 힘들다. 왜 그럴까? 많은 이들이 귀의 모양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그런 점도 있다. 귀의 모양 자체가 타원형이다보니 아무래도 타원형으로 만들어진 경우 귀와 주변을 압착해주는 효과가 다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부분이 존재하는데 바로 턱, 즉 하악의 형태때문이다. 헤드폰이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 하는 것처럼 들리는 건 주로 귀아래 쪽과 턱사이, 그러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귀아래와 턱 그리고 목이 시작되는 부분이 살짝 파인 형태를 하고 있는 것이 보통인데 그 사이로 소리가 새는 거다.
이런 경우 주로 저음이 빠진다고 알려져 있는데 헤드폰의 특성에 따라 증상이 약간 다를수도 있다. 지금 내가 사용하는 베이어 다이나믹 DT770pro의 경우는 소리에 막을 씌운 것처럼 답답하게 들리는 현상이 벌어지고 AKG K550의 경우는 저음이 빠져나가는 현상이 벌어진다.
그렇다면 정착용이 잘 되고 있는가는 어떻게 체크할 수 있을까? 가장 단순한 방법은 자주 듣던 노래를 틀어놓고 평소 쓰는 대로 착용한 뒤 헤드폰을 귀쪽으로 눌러서 압착을 더 강하게 해보는 거다. 그렇게 해서 소리가 다르게 들린다면 일단 정착용을 못 하고 있다는 거다. 문제는 이 정도의 테스트만으로도 정착용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면 당신은 정말 엄청나게 잘못된 착용을 하고 있었다는 거다. 그리고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정착용에 성공하지 못한 많은 이들이 그런 상태에 있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거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은 없을까? 이미 앞에서 한번 언급한 것처럼 귀아래, 턱, 목이 만나는 오목한 부분에 집중하는 방법이다. 아주 단순하게 설명하면 이렇다. (1) 일단 헤드밴드의 길이를 착용가능한 선에서 최대한 줄인다. (2) 헤드폰을 착용하고 귀의 뒷 부분이 헤드폰 이어컵에 닿을 정도로 앞 쪽으로 민다. 간단하게 말해서 앞서 언급한 오목한 부분을 최대한 밀폐시키는 거다. 이렇게 해서 소리가 달라진다면 그 역시도 정착용을 하고 있지 못 했다는 의미다.
여기까지는 그동안 내가 헤드폰을 사용하면서 알게 된 경험칙들이다. 당연하게도 이 해답은 개인차라는 것을 모두 고려한 방법들은 아니다.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방법으로도 알아내기 힘든 경우도 있다. 그러니까 많은 이들이 특정한 헤드폰을 사용하면서 형가해놓은 것들과 본인의 청음 결과가 너무 다르다면 일단 정착용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는데 경험상 그 테스트를 위한 가장 간단한 방법은 위의 두 가지고 그것으로도 불가능하다면 다른 방법을 써야 하는데 문제는 딱히 뾰족한 게 없다는 거다. 그냥 헤드폰을 착용한 후에 이리저리 돌려보는 것외에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