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츄어리즘

노히트노런.

The Skeptic 2015. 4. 10. 14:38

대체로 타자들의 기록에 비해 투수들의 기록에 대한 평가는 조금 야박한 편이다. 그럴만한 것이 투수의 기록은 수비에 대한 기록이고 온전히 투수만의 능력이라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때문에 '수비무관 평균자책점'(FIP)란 수치도 등장했다. 즉 투수의 투구 이후에 벌어지는 상황은 투수의 능력과 무관하다고 보고 피홈런, 베이스 온볼스(볼넷), 삼진. 이닝수, 힛바이피치즈볼(몸에 맞는 공)만으로 평균 자책점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이런 기준들이 나름의 가치를 갖고 있다는 점은 인정해야한다. 평균자책점보다 이닝 소화능력이 더 중요하고 타율보다는 출루율에 더 가치를 두는 시각이 부각되는 이유기도 하다. 반면 사실 일반 관중의 입장에선 그다지 큰 의미는 없다. 수비수들의 도움없이 이루어지는 투구행위란 것이 실제로 존재할 가능성이 전무하기 떄문이다. 그래서 이런 기준들은 선수들을 평가해야 하는 코칭스텝이나 구단 프론트정도에게만 유효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 속성탓에 아무래도 투수의 기록에 대한 평가는 다소 박한 편이고 그것이 어느 정도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 기록이 노히트노런이고 퍼펙트 게임(이 정도면 끝판왕이지 뭐)이라면 이야기가 많이 달라진다. 물론 탄탄한 수비의 도움이 필수적이지만 이 정도 기록이면 사실상 투수의 능력치가 가장 많이 반영되었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투구 장면을 보지 못한 탓에(시즌 초반 이래저래 가장 관심을 끄는 팀은 아무래도 이글스고 트윈스다보니 어쩔 수가 없다) 뭐라 평가하긴 힘들지만 그래도 노히트노런이다. 대단한 기록인 거고 박수받아 마땅한 기록이다. 


그 와중에 내 관심을 끈 것은 다름아닌 그 경기에 나선 베어스의 라인업이다. 외야수에 정진호, 정수빈, 민병헌이다. 3루에 최주환, 유격수 김재호, 2루수 오재원, 1루수 고영민, 포수 양의지. 하이라이트로 본 마야의 투구내용을 보면 그다지 큰 위기상황은 없었던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 내용들중 일부는 야수들이 저들이었기에 위기처럼 보이지 않았다는 것도 인정해야할 것 같다. 


물론 저 라인업이 베스트 라인업은 아니다. 좌익수와 3루수, 1루수 자리가 새 얼굴이다. 그러나 만약 이기고 있는 경기고 승리를 위해 수비에 치중한 라인업이라고 보면 어떨까. 1루수와 2루수를 맞바꾸어도 상관없고 3루 자리에 허경민이 들어와도 무방하지만 여전히 수비로만 보자면 어지간해선 빈 틈이란 걸 찾아볼 수 없다. 게다가 이 라인업이라면 기동력도 상당히 업그레이드된다. 간단하게 말해서 포수인 양의지와 지명타자인 홍성흔를 제외하면 전원이 모두 뛰는 야구가 가능하다. 


일전에도 몇 번 언급했지만 사실 베어스의 경우 외국인 야수가 그다지 필요치 않은 팀이다. 단지 최근 우리 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야수들의 면면이 워낙 압도적이기 때문에 필요 여부와는 상관없이 어느 팀이라도 일단 뽑고 보게 마련이다. 반면 이전과는 분명히 다른 흐름들, 자이언츠의 아두치나 이글스의 모건같은 사례들을(타이거즈의 필같은 경우도 전형적인 거포형 야수는 아니다) 보면 거포형 외국인 야수라는 일차원적인 면모에서 많이 벗어나고 있다는 점도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펀치력이 강한 야수들이 많은 베어스의 경우는 더더욱 외국인 야수의 필요성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외국인 야수는 못 해도 대충 본전치기 수준이고 터지면 죽음인 복권인지라 누구라도 일단 사고 싶지만 난 어느 정도 선수단 구성이 완성단계에 올라선 팀이라면 한 번정도 그런 도식에서 벗어나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마야의 노히트노런을 칭찬하려고 글을 시작했는데 어쩌다보니 베어스의 선수단 구성을 칭찬하는 글로 맺게 되었다. 

내가 그렇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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